[TF인터뷰] '옥자'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소통과 불통
입력: 2017.07.18 04:00 / 수정: 2017.07.18 04:00
옥자는 동물의 소리를 듣는다가 중요한 포인트. 봉준호 감독은 신작 옥자에 대해 생명체의 이야기를 듣게 됨으로써 고요하면서도 마음의 울림이 있게 찍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NEW 제공
"'옥자'는 동물의 소리를 듣는다가 중요한 포인트." 봉준호 감독은 신작 '옥자'에 대해 "생명체의 이야기를 듣게 됨으로써 고요하면서도 마음의 울림이 있게 찍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NEW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봉준호(48) 감독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 감독이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굵직한 작품들로 마니아를 형성할 정도로 봉 감독의 작품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 그가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옥자'로 돌아왔다. '옥자'는 개봉 전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됐지만 영화관 상영이 아닌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 TV, 컴퓨터, 휴대폰 등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극장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옥자'에 대해 평균 이상의 평점을 주면서 작품성에 대해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국내 개인사업자 영화관들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10년 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 옥자가 글로벌 기업 미란도에게 끌려 뉴욕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할아버지(변희봉 분)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분),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여정이 시작된다.

눈여겨 볼 점은 미자가 옥자의 의사를 알아 듣고, 옥자 역시 미자가 하는 말을 인지한다. '척하면 척'이라고 미자가 옥자의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고 두들기면 작은 조약돌보다 조금 큰 분비물이 사방으로 튄다. 동물과 소통하는 미자와, 그런 미자의 마음을 읽는 옥자.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봉 감독은 최근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옥자와 미자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면 중간에 통역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지 않나. 극 중 구순범(스티브 연 분)이 통역에 있어 의도된 거짓말을 하고, 미자가 미국에 도착해서도 외국인들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모습. 그런데 미자와 옥자는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영화에 사건이 많고 이 소동, 저 소동이 있지만 동물의 소리를 듣는다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문을 열었다.

"옥자의 입장에서는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홀로코스트인 셈이죠.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생명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것. 엄청 고요하면서도 마음의 울림이 있게 찍어보고 싶었어요."

다음은 옥자와 미자의 관계에서 마음의 울림을 주고 싶었던 봉준호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내 영화 얘기인가? 봉준호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들에 대해 자아 분열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NEW 제공
"내 영화 얘기인가?" 봉준호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들에 대해 "자아 분열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NEW 제공

-'옥자'가 멀티플렉스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논란이 많다.

많지 않은 극장이지만 길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스트리밍이 동시에 되는 이런 상황이 다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어떻게 될지, 물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죠. '내 영화인가?' 자아 분열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웃음) 마침내 개봉을 했는데, 모든 게 과거사가 돼 회고하고 싶다는 생각이죠. 뜨겁게 이슈로 달궈져 있을 때와 진열장에 DVD로 꽂혀 있는 것을 보면 다른 것처럼 빨리 그런 상태가 됐으면 해요. 근데 사실 이건 '옥자'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든 개봉 시기에 겪는 기분이죠.

-'옥자'를 보고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는 사람도 있고, 끝나고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는 사람도 있다.

동물에 대한 취향과 여러가지 입장이 다른데, 그에 따른 여러 반응이 있을 수 있죠. 미국 쪽에서는 독특하게 '100% 틸다 스윈튼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분도 있어요. 미자랑 극우동물보호단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죠. 다 열심히 일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인데, 어찌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정쩡한 중간 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동물 학대를 얘기하는 사람도 소수니까요. 다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애완견을 품에 안고 등심이나 고기를 골라 카트에 넣고 하잖아요. 우리 스스로 분리하는 훈련이 돼 있는 것이죠. '얘는 우리 '쭌'이고 저건 음식이고'라는 그 관점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극 중 제이크 질렌할이 시식하는 장면에서 쓰인 기구는 실제로 있는 기구입니다. 살아 있는 동물에 꽂아 빨대만큼 고기를 뽑아 분석하는데, 비디오클립으로 보면 되게 무시무시하죠. 섬찟하지만 우리는 다 그런 단계를 거쳐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육식을 반대하거나 채소를 권장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미자도 닭백숙을 먹으니까요.

-혹시 수위를 조절한 게 있지는 않았나? 좀더 강하게 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에 썼는데 빼거나 편집에서 조정한 것은 없죠. 시나리오를 쓸 때 조절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살인의 추억'도 연쇄살인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제 취향이 '고어'(선혈이 낭자한 공포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설국열차' 때도 도끼를 휘두르지만 자르거나 내장이 튀어나오지는 않죠. 평소 성향대로 간 것인데 도살장 장면은 실제로 콜로라도 도살장에서 직접 본 장면 베스트3 중 하나였어요. 옆에서 보니까 무시무시하더라고요. 그 단계이 이르면 얘가 생명체였는지, 그런 느낌은 다 지워집니다. 강을 건넌 느낌이랄까요? 현대자동차의 공장만큼 엄청난 장비와 파이프라인을 보면 정말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옛부터 있어 온 백정이나 푸줏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이 있지만 말이죠.

-영화가 하고자 하는 내용 중 하나는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등에 대한 게 아닌가?

실제로 유전자 돼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련 회사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게 아니라 '컷아웃'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전자를 일정 부분 잘라낸다는 의미인데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유전자 변형은 이제 옥수수에서 육류로 넘어가고 있죠. 이미 유전자조작 연어는 나오고 있어요. 점점 영역이 넓어지고 있죠. 그래서 '옥자'가 SF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유전자 변형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비난만 하는 것은 아니죠. 영화에서 틸다 스윈튼이 '선의의 거짓말'이라면서 먹는 장면이 있는데 본인 입장에서는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게 관련된 회사들에게 이 영화가 부여해준 최소한의 변명인 것이죠. 대부분 NGO들은 유전자 변형 동물들의 안정성을 그 회사에 입증하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봉 감독은 옥자에서의 제이크 질렌할에 대해 어떤 분들은 노홍철이 연상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NEW 제공
봉 감독은 '옥자'에서의 제이크 질렌할에 대해 "어떤 분들은 노홍철이 연상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NEW 제공

-'옥자'에서 제이크 질렌할의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제일 미쳐 돌아가는 정점에 있는 게 제이크 질렌할이죠. 어떤 분들은 노홍철이 연상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왜냐하면 극 중 방송인인데, 제이크가 등장하는 장면 중 시끌벅적한 게 많긴 하죠. 인기가 사그라드는 예능 스타의 불안함을 제이크가 잘 연기해줬죠. '브로큰백 마운틴'이나 '조디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섬세한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이런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었나봐요. 기타 줄을 틱틱 치는 소리를 내달라고 했는데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CG가 정말 중요한 영화였는데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CG 캐릭터인 옥자가 사실적이길 바랐죠. 어느 순간 CG라는 것을 잊었다는 평에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옥자가 감정을 만들어내야하는 부분이 그게 저한테는 제일 모험이자 부담, 도전이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를 만든 에릭 얀 드 보아 덕분이었어요. 2014년에 미팅을 했는데 3년 만에 강한 확신을 줬죠. 접근하는 방식의 수준이 다르더라고요. 매일 동물원에 가서 동물 관찰을 하는데, 옥자의 겉만 아니라 뼈, 장기, 근육, 지방질을 세팅해 지금의 옥자를 탄생시켰죠. 170명이 넘는 사람들이 1년 넘게 작업한 결과가 옥자이고, 그걸 총 지휘한 게 에릭 얀 드 보아입니다.

-영화 쿠키영상이 속편을 연상시켰다. 그동안 속편을 만들지 않는 감독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지?

쿠키영상은 속편을 생각나게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구상하고 있는 영화가 8편 이상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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