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음반史 새 지평' 지드래곤 USB 신보, 문화로 정착할까
입력: 2017.06.20 13:28 / 수정: 2017.06.20 13:28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신보 티저 이미지. 지드래곤은 지난 8일 새 솔로 앨범 권지용을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신보 티저 이미지. 지드래곤은 지난 8일 새 솔로 앨범 '권지용'을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트렌디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솔로 신보 '권지용'으로 논란과 마주했습니다. 이번 신보가 USB 형태로 제작됐는데, 이를 두고 앨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린 겁니다.

'권지용' USB에는 음원 대신 링크가 담겼습니다. 링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사이트로 이동, 케이스에 담긴 시리얼 번호를 입력하면 음원과 뮤직비디오, 사진 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거죠.

19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중음악 공인차트 가온차트는 지드래곤 신보 '권지용'의 오프라인 앨범에 대해 "개정된 저작권법상으로 '음반'의 정의를 살펴보면 권지용 USB는 '음반'에는 해당할 수 있다. 다만 가온차트의 '앨범' 정의는 '음반' 정의와 다르며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만으로 한정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지드래곤 신보를 '앨범'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또 "개정 저작권법처럼 '디지털 음원'까지 모두 '음반'으로 정의하게 되면 현재 유지되고 있는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 및 다운로드 차트와 앨범차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면서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에 반영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USB 형태 음반 권지용. USB 형태로 제작된 지드래곤 신보에 음악계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USB 형태 음반 '권지용'. USB 형태로 제작된 지드래곤 신보에 음악계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드래곤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한 매체에 "가온차트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음악을 담는 방식을 고전적인 형태로 가두는 것과 시대에 맞지 않는 집계 방식은 아쉽다"고 유감을 표명했죠.

USB 형태로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가 지드래곤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김장훈이 발매를 한 바 있고, 해외에서는 마이클잭슨 비틀즈 본조비 레이디 가가 등 다수 아티스트가 USB 형태로 앨범을 발매한 바 있습니다. 다만 USB라는 유형물에 링크가 담긴 것이 아니라 음원이 직접 담겨있었던 점이 지드래곤 신보와 다른 점이네요.

청자에게 음악으로써 즐거움을 제공하는 '음반'이 실린더 레코드에서 원판 레코드, LP, CD를 지나 디지털 음원으로 진화하면서 음악계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음반이 담을 수 있는 분량으로 음악을 길이가 조정되기도 하고, 반대로 음반이 음악에 맞춰 조정되기도 했죠.(헤르베르트 하프너, '음반의 역사', 2016) 대중의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라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방식과 규칙도 그것에 맞게 변모해 왔습니다. 음악 팬들의 소비 행태가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는 시대에 새로운 소비 행태를 제시한 지드래곤의 시도는 참 빛이 납니다.

지난 15일 지드래곤은 신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문병희 기자
지난 15일 지드래곤은 신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문병희 기자

앞서 지난 15일 지드래곤은 자신의 신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소신을 내비쳤습니다. 필자는 지드래곤의 시도와 생각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문물이 발전하면서 소비 행태도 변화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예술가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가 확장될 수 있다면 그 시도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가 기존 규칙을 무작정 나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기존 규정이 있고 사회가 통용하는 규칙과 사회적인 정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마냥 새로운 개념이 기존 개념에 '나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있겠네요.

새로운 시도가 대중 가운데 '행동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문화가 되는 거겠죠. 그 문화를 적용해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지는 것일 테고요. 단순히 '앨범이냐 아니냐'로 바라보기보다는 대중과 음악계는 지드래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지드래곤은 마냥 속상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의 문을 연 만큼 아티스트로서 대중의 반응을, 그리고 그에 맞는 제도가 형성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지드래곤의 획기적인 시도가 대중의 행동 방식에 안착, 대중문화가 한 뼘 더 풍성해지게 될지 기대의 눈길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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