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엔카 가수' 김연자, '승자없는 치킨게임'에 눈물
입력: 2017.06.07 08:48 / 수정: 2017.06.08 14:46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졌다? 김연자는 선배가수인 송대관과 소속사 홍상기 대표의 진실공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꼴이 됐다. /KBS 가요무대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졌다? 김연자는 선배가수인 송대관과 소속사 홍상기 대표의 진실공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꼴이 됐다. /KBS '가요무대'

[더팩트|강일홍 기자] 매년 연말이면 개최되는 일본의 'NHK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고하쿠우타갓센)은 최고 권위의 음악프로그램이다. 그 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여성은 홍팀(紅組:아카구미, 남성은 백팀(白組:시로구미)에 속해 출연한다. 대항전의 형식으로 노래나 연주를 하며, 곡과 곡 사이에는 응원전이나 다른 공연을 한다. 일본 엔카 가수들은 출연자 명단에 단 한 번만 선정되더라도 영광으로 여길 만큼 꿈의 무대다.

한국 가수 중에도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뒤 크게 주목받은 주인공들이 더러 있다. 국내보다 엔카 가수로 더 오래 활동한 계은숙과 김연자는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이 무대에서 섰다. 특히 1988년 '아침의 나라에서'를 개사해 히트시키며 일본 무대를 공략한 김연자는 '암야항로'(暗夜航路), '도사호의 눈 노래'(十三湖の雪うた), '뜨거운 강'(熱い河)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형 엔카 가수로 성장했다.

올해 쉰 여덟살인 김연자는 여중시절부터 노래 잘하는 소녀로 일찌감치 명성이 자자했다. 광주 수피아여고에 진학하자마자 당시 TBC 인기가요프로그램 '신인스타쇼'에 출연해 당당히 우승한다. 여고생의 재능과 성장가능성을 눈여겨본 오아시스레코드사 소속 작곡가 김학송이 '말해줘요'(74년)를 김연자에게 만들어 줘 데뷔시키고, 이어 3년 뒤엔 '여자의 일생'(女の一生, 77년)으로 일본에까지 진출한다.

이 곤란한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김연자(맨오른쪽)는 폭언 피해자라는 송대관과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홍상기 대표(가운데) 틈바구니에서 난처한 입장이다. /더팩트 DB
"이 곤란한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김연자(맨오른쪽)는 "폭언 피해자"라는 송대관과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홍상기 대표(가운데) 틈바구니에서 난처한 입장이다. /더팩트 DB

◆ 김연자, 광주 수피아여고 시절부터 '노래 잘하는 소녀'로 명성

훗날 명성에 비하면 김연자의 데뷔 무렵은 초라했다. 노래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미약했다. 그러던 중 81년 '노래의 꽃다발'이라는 트로트 메들리 앨범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발판을 마련한다. 당시는 가수들의 노래가 라디오나 카세트 테이프로 전파되던 시기다. 이후 정통 트로트 '진정인가요'(정풍송 작곡) '수은등'(김호남 작곡) 등을 히트시키며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김연자는 국내에서의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일본 무대를 공략, 엔카 가수로 대성공을 거둔다. 이후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크게 주목을 받게 되고 2001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적인 초청을 받는다. 평양공연에 이어 사할린, 상파울로 등 해외 각지에서 콘서트를 졌으며 2002년 FIFA 월드컵 찬가 '사랑☆고마워'(愛☆アリガトウ)를 불렀다.

김연자의 매력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꺾기 창법이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이미자, 주현미 등과 함께 정통 트로트 계보를 잇는 가수로 분류하곤 하지만, 일본에서 명성을 쌓은 뒤 성공적으로 국내 무대에 역진출한 주인공으로 더 높게 평가한다. 마약 논란속에 추방당한 뒤 국내 무대에 안착하지 못한 계은숙의 불운과 비교하면 한일 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연자는 상대적으로 더 빛이 난다.

해법없는 감정 싸움 그만. 일본에서 엔카 가수로 명성을 쌓은 뒤 성공적으로 국내 무대에 역진출한 주인공으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KBS 가요무대
'해법없는 감정 싸움 그만'. 일본에서 엔카 가수로 명성을 쌓은 뒤 성공적으로 국내 무대에 역진출한 주인공으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KBS '가요무대'

◆승자없는 선후배 치킨게임, "송대관도 괴롭고, 김연자도 괴롭다"

김연자가 다시 국내 무대로 방향을 틀게 된 건 지난 2012년 교포 남편과의 이혼이 계기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YJK컴퍼니를 설립하고 독립하면서 국내 트로트계에 일던 새로운 변화에도 한몫을 했다. '10분 내로' '쟁이쟁이' 등 김연자의 곡은 다소 빠른 리듬의 기존 세미트로트에 복고풍 트렌드를 가미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아모르 파티'는 '무한도전'에 선보인 뒤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런 김연자에게 마(魔)가 끼었다. 최근 선배가수 송대관과 껄끄러운 일에 휘말린 뒤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좋은 일에는 흔히 시샘하듯 안좋은 일들이 많이 따름)란 말이 있지만, 소속사 대표의 '송대관 폭언 논란' 은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이다. 양 측 다툼과 논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면서 김연자는 기자회견장에까지 나와 속상한 심경을 눈물로 대신해야 했다.

송대관의 폭로(더팩트 4월28일자=[단독] 가수 송대관, 유명 여가수 매니저 폭언 피해 '봉변'…충격받고 병원신세)와 홍상기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더팩트 5월30일자='송대관 폭언 논란' 홍 대표, 결백 주장 "먼저 시비조로 부르더라")이 한차례 공방전으로 이어진 뒤 '진실'은 묻히고 감정만 격해졌다. 송대관도 괴롭고, 김연자도 괴롭다. 대선배와 얽힌 '승자 없는 치킨게임'에 김연자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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