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쌈마이' 남사친♥여사친, 일반인 로맨스 권장합니다
입력: 2017.06.02 04:00 / 수정: 2017.06.02 04:00

KBS2 새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평범한 이성 친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감 있는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 새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평범한 이성 친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감 있는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설(레는) Re(플) : 저게 무슨 남사친이야ㅠㅠ 나만 없어 남사친!!(anwh****)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우리가 설렘을 느끼는 포인트는 여러가지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정하기 어렵고, 연애를 시작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연애관과 사랑관이 날마다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따라 드라마 주인공들의 연애사도 다채로워졌다. 여자 주인공이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거나('질투의 화신') 혼인신고를 미루고 1년 동안 결혼 인턴제를 시도한다('아버지가 이상해'). 때로는 지질할 정도로 '밀당' 없는 돌직구 고백('또 오해영')을 하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이 재회하는 과정을 무척 현실적으로 그리기도 한다('연애의 발견'). 돌싱이나 비혼이라는 소재가 더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설렘유도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는 유독 '완벽한', '운명적인', '우연' 같은 키워드가 공식처럼 굳어졌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들은 극적인 요소를 심기 위한 필연적인 도구지만 한편으로는 진부하고 아쉬운 약점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어떤 키워드와도 겹치지 않는, 한 마디로 재벌이 나오지 않고도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현실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KBS2 새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다. 이제 '남사친'과 여사친' 열풍이다. 온라인상에는 "박서준 같은 남사친이 있었으면 좋겠다^^(kah2****)" "대놓고 설레라고 만든 드라마. 자존심 상해(yang****)" "친구를 가장한 썸(mom0****)" 등 누리꾼의 대리만족이 쏟아지고 있다.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왼쪽) 김지원은 지극히 평범한 청춘을 연기하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왼쪽) 김지원은 지극히 평범한 청춘을 연기하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쌈, 마이웨이' 주인공 고동만(박서준 분)과 최애라(김지원 분)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번씩 좌절한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꿋꿋하게 성장하려고 하지만 애써 밝은 '캔디'가 되려고 하지 않고 화낼 때 화내고 서러울 때 오열하는 청춘으로 현실감을 장착했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두 사람의 신분이다. 고동만과 최애라는 서로에게 일명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다. 연인을 가리키는 '남친'이나 '여친'이 아닌, 그저 성별만 다를 뿐 사람인 친구일 뿐이라고 설명하는 관계다. 20년지기라는 설정까지 더해져 가족 못지않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이다.

'쌈, 마이웨이' 1회와 2회에서는 고동만과 최애라의 일반적이고 평범한 '남사친' '여사친'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장면들이 대거 등장했다.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허물 없는 행동이 연이어 배치됐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예상 범주를 자주 벗어나니 흥미롭다.

고동만과 최애라는 얼굴만 보면 남매처럼 으르렁거렸다. 최애라는 감지 않은 머리를 당당하게 긁고 고동만은 반강제적으로 최애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분노했다. 여기까진 초반 설정을 다지기 위한 기본적인 틀이라고 해도 이후 반전은 계속됐다.

고동만은 최애라의 예쁜 변신에 '헉'하고 하트 눈빛을 보내며 반하는 대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진화'를 언급했고, 최애라의 애교를 보면서 "아오 스트레스"를 외치며 헤드록을 걸었다. 고동만이 갑자기 최애라의 품을 파고들어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서 두근거리는 기류를 형성하는 것도 잠시, "이거 엉덩이냐?"는 옆구리살 지적에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위 왼쪽) 김지원은 편안한 친구에서 이성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쌈, 마이웨이 방송 캡처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위 왼쪽) 김지원은 편안한 친구에서 이성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쌈, 마이웨이' 방송 캡처

이토록 막역한 관계를 지켜보면서 시청자들도 덩달아 두 사람의 관계에 안심(?)할 때쯤 3회와 4회부터는 두 사람 사이 간지러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남자 고동만과 여자 최애라가 예고 없이 튀어나와 '심쿵'하게 했다. 앞선 이야기들은 더욱 극적인 설렘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었던 셈이다.

남자와 여자라서, 다른 성별이어서 어쩔 수 없이 조성되는 묘한 상황에 로맨스를 끼얹으니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최애라는 고동만의 다정한 스킨십에 "촌년 오해하게 하지마"라며 접촉 금지 명령을 내렸다. 고동민은 최애라의 새 연애가 시작되려고 하자 "우리가 남매는 아니잖아" "나랑 놀자"고 제동을 걸었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제약에 대해 쿨한 척 외면하지 않는 것 또한 '쌈, 마이웨이'만의 매력이다. 고동만과 최애라는 순간적으로 이성으로서 찌릿하는 감정의 변화를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극 중 박무빈(최우식 분)의 대사처럼 "마음에 드는데 성에 안 차서 보험으로 들어놓는 핑계" 같은 관계였다면 숨겼을 감정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마음 깊은 곳의 미묘한 감정까지 터놓는 고동만과 최애라는 순수하고 귀엽게 바라볼 수 있다.

아직 당사자들만 자각하지 못한 연애를 지켜보자니 친구의 연애담을 듣는 것 같은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고동만 같은 '남사친', 최애라 같은 '여사친'이 없다는 것만 빼면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던 20년 우정이 어떻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해나갈지 기대된다. 짠하지만 진정성 있는 '일반인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