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남들과 함께 걷는 길을 생각하다.' '배우' 김남길의 또다른 수식어는 '길스토리' 대표다. 김남길은 지난 2013년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를 론칭한 김남길은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및 봉사활동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모두가 함께 걷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더팩트 DB |
대중의 선망 대상이 되는 스타들 가운데 다재다능한 매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재능으로 본업 이외의 직업, 이른바 투잡, N잡을 하는 스타들이 있죠. <더팩트>는 이들을 만나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 이유와 가치관 등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습니다. 그 주인공으로 본업인 배우뿐 아니라 NGO '길스토리' 대표 김남길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말이나 선거 시즌이 되면 정치인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불우이웃 돕기다.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고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행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널리 알린다.
'70년대식 보여주기 정치쇼'라고 하면 과언일까? 일회성이라도 소외계층에 시선을 보내니 고맙다고 해야할까? 정치 메커니즘의 요식과도 같은 그런 행위에 진정성이 없다면 대중은 금세 알아차린다.
정치인과 비교하기에는 성격이 너무 다르지만 대중의 관심을 양분 삼아 성장하는 연예인들 역시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TV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하기도 하고, 소속사의 권유로 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남들 모르게 행한 선행이 알려지기도 하고, 알려졌다 하더라도 정말 꾸준하게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김남길은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현장인 아이티를 방문, 지진피해 복구 봉사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MBC 제공 |
◇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시작으로 나눔의 가치를 생각하다
배우 김남길(37)의 행보는 조금 특별하다. 김남길은 현재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다. 설립은 2013년에 됐는데 계기는 2010년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구호활동이었다. 방송사와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남길은 그곳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내려진 '가난'을 평생 안고 살아내야 하는 그들의 절박함을 직접 봤다고 말한다. 절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그들을 보며 국경과 지역, 인종을 초월한 나눔에 대해 생각의 문이 열렸다는 김남길은 최근 필자와 만나 "그 때는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예인이 하는 봉사활동 중에는 이벤트나 이미지 메이킹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 때도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거기 사는 친구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처일 때도 있겠더라고요. 떠날 때 쯤 어린 친구들이 '다음에 또 언제 와요?'라면서 '다음에는 뭘 같이 할 수 있나요?'라고 하는데 가슴이 아팠죠. 그때였던 것 같아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요. 제가 연예인이다 보니 우선 문화예술 분야에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죠."
그 연예인에 그 팬들일까? 공익근무를 하던 김남길을 대신해 일본 팬들이 한일문화교류회의 행사를 통해 자선기금을 모아 몽골로 보냈다. 그 돈으로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줄 수 있었다.
2013년 4월 8일 출범한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는 문화적 나눔의 가치를 창조해 내는 글로벌 문화예술 소셜 플랫폼으로써 문화예술 캠페인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1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공익활동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창작하고 나눔의 가치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100여명의 지원자들, 즉 '프로보노'들은 다양하다.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학 박사도 있고, 작가, 화가, 작곡가, 사진작가, IT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번역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활동 중이다.
김남길은 "문화예술인들이 좌절하지 않길 바라는 활동도 있지만, 산재를 받지 못해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한 캠페인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영화 '판도라'를 촬영하면서 느꼈다.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하려는 직업이 소방관인데 정작 그 분들은 안전에서 배제된 게 아닐까라고.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사회적 제도가 할 수 없지만 NGO는 할 수 있는 것들이 그것이다. 꿈이 많은 청년들을 지원하는 영화제를 열 수도 있고 영상을 만들어 캠페인을 펼칠 수도 있다. 김남길은 "문화가 통제되면 그 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 증명됐다. 그래서 일제 역시 '창씨개명'과 같은 한민족 문화 말살 정책을 편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문화예술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길스토리'의 활동이 이어지면서 몇몇 대기업에서 후원을 하겠다는 제안도 들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은 아니지만 홍보를 위한 후원이 될까봐 우려한 탓이었다. 그만큼 '길스토리'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길 바랐다.
'한양도성 걷는 남자, 김남길.' 김남길은 이인복 광고 프로듀서 등과 함께 한양도성을 소개하는 문화예술 공익 캠페인을 펼쳤다. /길스토리 제공 |
◇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다
# 깁스를 한 아이가 횡단보도에서 쓰러졌다. 당신의 선택은? #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넥타이를 매는법을 몰라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에게 대신 매달라고 했을 때의 반응은?
앞서 얘기한 사례처럼 깁스를 한 아이가 길을 가다 쓰러졌다면 몇 명이나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까? 내가 탈 노선표만 생각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가 대신 넥타이를 매달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실제로 있었던 실험영상인데, 김남길은 해당 영상물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다고 봤다.
"누군가 차를 막아주고 아이에게 구원의 손을 뻗을 수도 있죠. 넥타이를 대신 매준 한 어르신들은 '면접보러 가나? 잘 될거야'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넬 수도 있고요. 이런 영상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성북동 길 읽어주는 김남길.' '길 읽어주는 남자: 성북' 편은 길상사부터 쌍다리, 심우장, 골목길, 북정마을, 북정카페, 서울성곽까지 이어지는 길들을 소개하는 캠페인이다. /길스토리 제공 |
◇ 김남길의 진심이 느껴지는 이유
'길스토리'는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로 서울시에 정부 지원금을 신청해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익 캠페인으로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 북촌과 성북 시리즈를 론칭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양도성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였다. 한양도성은 시민참여 공공 예술 캠페인으로 발전해 '10人 10色'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별도로 국제적으로 큰 재난이 있으면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자금의 압박은 항상 존재한다. 김남길은 그럴 때마다 부족한 부분을 개인 돈으로 채웠다. '길스토리' 금윤경 부대표는 "'길스토리' 리더십 모임에서 더이상 김남길 대표의 사비는 강탈(?)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거나 정부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을 위한 일들이니 시민들과 함께 한다면 좋은 취지가 더욱 빛을 내지 않을까요?"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김남길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부'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믿는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김남길은 "크라우드 펀딩과 후원으로 모인 자금들은 다양한 공익 활동의 마중물로 소중하게 사용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아져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모두와 함께 걷고 싶다"며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사회, 생각만해도 즐겁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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