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SBS '웃찾사' 폐지, 진정 최선입니까?
입력: 2017.05.26 10:24 / 수정: 2017.05.26 10:24
SBS 웃찾사의 LTE뉴스는 시사 풍자 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돼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 SBS 웃찾사 방송 캡처
SBS '웃찾사'의 'LTE뉴스'는 시사 풍자 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돼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 SBS '웃찾사' 방송 캡처

[더팩트|권혁기 기자] 희극은 사회 병폐나 인간 생활 속 소재를 웃음과 풍자로 다룬 극을 뜻합니다. 희극이 없는 사회는 비극 만이 있을 뿐이죠.

사회가 각박할수록 희극이 성행합니다. 지난 2012년 9월 개봉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을 살펴보면, 당시 조선은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습니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속에서 광해와 왕이 된 광대, 1인 2역을 소화했죠. 이때 광대 하선은 기방 만담꾼으로 왕을 풍자했습니다.

현대에도 정치에 대한 풍자는 희극의 몫입니다. KBS2 '개그콘서트'와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등을 소재로 수많은 패러디를 내놓으며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도 남다른 풍자와 해학이 나왔죠. '개그 청문회'는 국정농단 청문회를 패러디했고, '애들의 세상을 키우자'에서는 "검찰이 부르면 아빠가 휠체어를 타고 환자복을 입는다"고 촌철살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가찬 LTE 뉴스'에서는 대놓고 정치인들을 웃음의 코드로 사용했죠.

'웃찾사'는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2004년과 2005년 '웃찾사'는 '개그콘서트'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였습니다. 그러나 SBS는 시청률 저조가 이어지자 2010년 돌연 폐지했죠.

서울에서 살랍니다. 서울의 달은 새롭게 출발한 웃찾사의 인기 코너였다. 박영재와 최수락은 서울의 달에서 서울 강남의 높은 땅값과 청년 취업난을 꼬집는 풍자를 했다. /SBS 방송 화면 캡처
"서울에서 살랍니다." '서울의 달'은 새롭게 출발한 '웃찾사'의 인기 코너였다. 박영재와 최수락은 '서울의 달'에서 서울 강남의 높은 땅값과 청년 취업난을 꼬집는 풍자를 했다. /SBS 방송 화면 캡처

'웃찾사' 개그맨들은 절치부심하며 대학로 웃찾사 공연장에서 개그실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2011년 '코미디빅리그'가 론칭되고 2013년 4월 '웃찾사'가 부활하면서 다시 한 번 코미디의 붐이 도래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콩트가 아닌 '리얼리티'로 넘어가면서 한 주를 마감하는 필수 코스였던 '개그콘서트' 역시 한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고, '웃찾사'는 제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SBS는 오는 31일 왕중왕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제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위기의 개그 프로 최근 KBS2 개그콘서트는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민에 빠졌다. 웃찾사는 오는 31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KBS2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2 공식 홈페이지 캡처
'위기의 개그 프로' 최근 KBS2 '개그콘서트'는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민에 빠졌다. '웃찾사'는 오는 31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KBS2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2'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실상 폐지라는 게 개그계 안팎의 시선입니다. 선배 개그맨들은 후배들 걱정에 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뽀식이' 이용식은 '웃찾사' 폐지를 반대하며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죠. 이용식은 '웃기던 개그맨들이 울고 있네요. 한 번 더 기회를. 최초의 공채 1기 선배'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한국방송코미디언 협회장 엄용수 역시 지난 22일 후배 개그맨들과 SBS를 찾아 '웃찾사' 책임 프로듀서(CP)를 만나 협회 차원의 입장을 전했는데요. '웃찾사'가 폐지되면 SBS가 직접 뽑은 공채 개그맨들이 당장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방송사도 개그맨들도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영 방송사인 SBS가 시청률에 연연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시청률의 저조가 꼭 개그맨들에게만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총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지, 폐지가 답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일방적인 '웃찾사' 폐지 통보는 SBS 개그맨들을 하루 아침에 실직자로 만들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찌 보면 '갑을 관계'인 방송사와 '웃찾사' 개그맨들이 상생의 길을 도출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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