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재도약 꾀한 '개그콘서트' 900회, '정종철의 쓴소리'
입력: 2017.05.16 09:30 / 수정: 2017.05.16 09:30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지난 14일 KBS2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이 전파를 탔다. /KBS2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지난 14일 KBS2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이 전파를 탔다. /KBS2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지난 1999년 9월 4일 첫 방송 된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지난 14일 900회 특집 1탄으로 시청자를 만났습니다. 900회 특집은 이날 방송부터 모두 3회에 걸쳐 방송되는데, '국민 MC'이자 KBS 공채 7기 개그맨인 유재석을 비롯, '해피선데이-1박 2일' 팀 김종민 데프콘 정준영, 트와이스 남궁민 김응수 등 다채로운 게스트들이 출연합니다.

이날 방송 시청률은 10.0%(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전회 시청률 7.9%보다 2.1%P 상승한 수치로 두 자릿수를 회복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준호 김대희 신봉선 장동민 김지민 김준현 이상호 이상민 이동윤 조윤호 홍인규 등 선배 개그맨들이 특별 출연, 후배 개그맨들과 협업해 시청자에게 재미를 안겼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 과거 프로그램을 빛낸 다수 선배 개그맨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지난 9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따로 방송된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 레전드 19' 편에서 이른바 '레전드 코너' 19가지를 소개하고 '개그콘서트'의 역사를 되짚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중간중간 심현섭 박준형 박성호 등과의 인터뷰 장면이 담겨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죠. 하지만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1탄 본 방송에서는 만나 볼 수 없었습니다.

개그맨 정종철은 15일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담긴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정종철 인스타그램
개그맨 정종철은 15일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담긴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정종철 인스타그램

이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던 개그맨들에게도, 아니 시청자보다도 개그맨 당사자들에게 더 아쉬운 일이었나 봅니다. 15일 정종철은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해당 글에서 "'개콘' 900회를 축하드립니다만 저는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다. 나름 저에게는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900회인지도 몰랐다"며 "많이 아쉽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아는 동생이 '레전드 19 중 9개가 형 코너'라고 '자랑스럽다'며 '형은 900회 왜 안 나왔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다"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인해 취소된 800회 방송 이전, 지난 2013년 방송된 700회 특집 당시만 해도 '개그콘서트'는 비교적 더 풍성한 코너 구성으로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물했습니다. 강성범 김지민 박지선이 함께 꾸민 '수다맨'부터 정형돈 김기리 이재훈이 함께한 '도레미 트리오'까지 2000년대 초반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코너까지 다시 볼 수 있었죠. 그뿐만 아니라 당시 갓 입사한 KBS 공채 28기 개그맨 전원이 '개콘스타 KBS' 코너에서 오지헌 김기수 오나미 정종철 김시덕 등 선배 개그맨들과 협업을 하며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700회는 18.2%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개그콘서트' 자체 최고 시청률은 27.9%입니다. 2013년 당시에도 전성기와 비교해 프로그램 성적이 부진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담긴 평이 많았는데, 2017년 900회 특집의 시청률 10,0% 기록은 기쁜 소식이 됐죠.

지난 9일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 레전드 19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됐다.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 레전드 19 방송 캡처
지난 9일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 레전드 19'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됐다.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 레전드 19' 방송 캡처

900회 특집과 700회 특집, 각 회차에는 '정종철의 유무' 차이도 있지만 시청률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만족도를 시청률이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시청률이 자꾸만 떨어지는 것은 시청자의 웃음보를 저격했던 '개그콘서트' 특유의 매력과 재미 포인트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시청자는 개그맨과 제작진이 매주 회의를 거듭하고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일련의 과정들이 전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다들 익히 알고 있고, 겪어보지 않아서 더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자와 18년을 함께해온 국민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몰락에 시청자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씻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900회 특집을 3회로 나눠 방송한다는 것만 해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의 방증일 것입니다. 색다르게, 다채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한 점은 돋보이나 오랜 시간 '개그콘서트'와 함께해 온 시청자의 시선에서 놓친 부분들이 있어 아쉽습니다.

'개그콘서트'는 아직가지도 명실상부 국내 최고 개그 프로그램입니다. '개그콘서트' '개콘'은 이미 대중에게 '고유명사'처럼 느껴진지 오래됐습니다. 직장인들은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다음 날 출근해야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공허함이 밀려온다"는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지난 10일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이정규 PD는 "19년 전 처럼 모험을 해야할 수도 있는데 그 모험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형식상 변화, 관점의 변화 등을 천천히 준비해 확 바꿔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재도약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죠. '개그콘서트'의 긍정적인 변화를 '개그콘서트' 구성원만큼 시청자들도 마음 깊이 원하고 있습니다. '개그콘서트'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joy822@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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