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식상한 포맷' 예능 봇물, '시청자 피로도' 가중
입력: 2017.05.12 11:22 / 수정: 2017.05.12 11:22
tvN 꽃보다 할배는 원로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방송,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tvN 꽃보다 할배 방송화면 캡처
tvN '꽃보다 할배'는 원로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방송,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tvN '꽃보다 할배' 방송화면 캡처

먹방 뜨니 먹방 대세→여행 뜨니 여행 예능 봇물

[더팩트|권혁기 기자] 몇 해 전 케이블 채널 tvN에서 '꽃보다 할배'를 히트시키자 KBS에서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꽃보다 할배'가 할아버지들의 여행기를 다뤘다면 '마마도'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로 바뀐 정도였죠.

MBC에서 '아빠! 어디가?'를 내놓자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등장했고요, '나는 가수다'가 반향을 일으키자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슬그머니 주말 예능으로 편성했습니다. 콘셉트가 다르다거나, 시청자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일명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과 '쿡방'(요리를 하는 방송)도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수요미식회' '삼시세끼' '3대천왕' '맛있는 녀석들' '집밥 백선생' 등 쿡방이 포화상태가 됐을 무렵인 지난 2015년 트렌드모니터에서는 시청자들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78.7%의 사람들이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을 보였죠.

방송사나 PD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짜 셰프가 나오는데?' '우리는 진짜 맛집을 찾아가 소개하고 솔직한 후기를 알려주는 건데?' '우리는 진짜 먹을 줄 아는 연예인이 나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데?' '우리는 요리 전문가가 연예인들한테 요리 비법을 전수하는 건데?'라고 말이죠.

JTBC 뭉쳐야 뜬다는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 예능들과 차별성을 뒀다. /JTBC 뭉쳐야 뜬다 방송 캡처
JTBC '뭉쳐야 뜬다'는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 예능들과 차별성을 뒀다. /JTBC '뭉쳐야 뜬다' 방송 캡처

◆ 여행 콘셉트 프로그램 없는 방송사는 없다?

최근에는 여행을 콘셉트로 만든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0년 이상 방송되고 있는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예능으로 넘어온 셈인데요. 장수 프로그램인 '1박2일'은 여행과 게임을 접목시키면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죠. 사실 '아빠! 어디가?' 역시 여행에 육아를 접목한 콘셉트였습니다. '꽃보다 할배' 역시 여행이었고요.

18부작으로 끝난 KBS2 '수상한 휴가'는 '셀럽들이 스스로, 나만의 루트를 찾아가는 휴가'라는 콘셉트였습니다. 많은 돌발 상황과 현지인들의 교감을 담아냈습니다. '배틀 트립'도 있습니다. 특정 주제로 2인 1조의 연예인이 여행을 떠나 명소와 함께 루트를 제안한다는 내용이죠.

JTBC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는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이 일반인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코스들이었으니까요.

원나잇 푸드트립 시즌2는 제한시간 내에 음식을 모두 먹어야한다는 컨셉트에 소화제 PPL을 삽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올리브(tvN) 원나잇 푸드트립: 먹방레이스 방송 캡처
'원나잇 푸드트립' 시즌2는 제한시간 내에 음식을 모두 먹어야한다는 컨셉트에 소화제 PPL을 삽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올리브(tvN) '원나잇 푸드트립: 먹방레이스' 방송 캡처

지난해 시즌 1에 이어 2월 15일부터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tvN(올리브에서도 방송)'원나잇 푸드트립'은 먹방레이스라는 콘셉트로 '최대한 많은 먹방 도장을 사수해야 우승을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노골적인 소화제 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죠. 멋진 해외에 나가 음식으로 배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방송인 EBS에서도 '여행'을 가져왔습니다. 매주 목요일 EBS1에서 방송되는 '금쪽 같은 내 새끼랑'에서는 젊은 스타와 조부모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아빠! 어디가?'가 연예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면 '금쪽 같은 내 새끼랑'은 연예인이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죠.

TV조선에서는 '맘대로 가자'를 론칭했습니다. 김종국, 허경환, 장동민이 어머니를 모시고 효도관광 등 여행을 떠난다는 프로젝트입니다. 10부작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tvN '아버지와 나'는 연예인 아들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물론 같은 콘셉트, 또는 같은 소재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별화에 노력을 기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예능들은 같은 소재라도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다른 프로그램들의 콘셉트를 짜깁기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먹방'이나 '쿡방' '여행 예능'을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니즈'(needs)로 분석했을 수는 있지만, 시청자들은 피로도로 호소합니다. 어느 채널을 틀어도 나오는 먹방과 쿡방, 여행 등 같은 포맷의 식상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넘쳐납니다 . 물론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가 고된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겠지만, 이제는 획기적이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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