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색리뷰] 칸의 부름 받은 이유 있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입력: 2017.05.10 00:00 / 수정: 2017.05.10 00:00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재미 또한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포스터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재미 또한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포스터

'TF오색리뷰'는 공연 또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다섯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한 관객 시청자들과 좀 더 친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오는 17일부터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개최되는 제70회 칸영화제에는 다수의 한국영화들이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와 홍상수 감독이 연출하고 김민희가 출연한 '그 후'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역시 다수인데 '클레어의 카메라'(감독 홍상수)는 특별 상영에, '악녀'(감독 정병길)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오는 18일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 예정인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역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그 중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된 '불한당'을 <더팩트>가 미리 만났다.

◇ 탄탄+쫄깃+의외성 스토리로 감칠맛 제대로

'불한당'은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가 교도소에서 만나 끈끈한 의리를 다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도소 내 담배 이권을 독점하던 재호는 전국구 조직폭력배 김성한(허준호 분)가 들어오자 먼저 담배 사업을 반으로 갈라 나눠 갖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김성한는 "자네 나를 뭘로 보는 건가"라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후 재호는 속칭 '담금질'을 당한다. 그러나 이때 현수가 칼에 찔릴 뻔한 재호를 구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한당'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를 가진 작품이다. 변성현 감독은 극 초반, 관객들을 알쏭달쏭하게 만들더니 중반쯤 모든 것을 오픈한다. 반전 영화에 있어, 반전은 마지막 극적인 순간에 밝혀져야 한다는 공식을 무시한다. 중간부터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극을 전개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예비 관객들을 위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를 '1'도 넣지 않는다.

배우 설경구는 불한당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임시완은 설경구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배우 설경구는 '불한당'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임시완은 설경구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 설경구, 오랜만에 입은 맞춤형 수트

설경구라는 배우를 좋아하지만, 솔직히 그동안 작품 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전작인 '루시드 드림'에서는 10만 21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서부전선'은 60만 9000여명에 그쳤다. '나의 독재자'가 38만 6000여명, 4년 전 웰메이드로 호평을 받은 '소원'(271만 1000여명) 이후로 신통치가 않았다.

관객수가 곧 작품성, 또는 배우의 연기 호평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평 역시 고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불한당'은 설경구를 둘러싼 그동안의 부진을 한 번에 씻어 내릴 전망이다. 악바리 근성에, 때로는 현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누구도 믿지 못해 고향 친구에게도 린치를 가하는 복잡 미묘한 재호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 말해 무엇하리, 배우들의 호연

'불한당'은 설경구와 임시완, 크게 두 줄기로 나뉘어 스토리가 전개된다. 설경구와 더불어 임시완은, 이제는 '제국의 아이들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만큼 물오른 연기력을 뽐냈다.

여기에 김희원(병갑 역), 이경영(고병철 역), 전혜진(천팀장 역), 허준호, 김성오(승필 역) 등 출연진들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작은 배역이라도 최고의 캐스팅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 하나 빠졌더라면 이만큼의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배우들이 없었다면? 불한당은 극 중 모든 배역이 그 연기자에 맞춰 짜여진 듯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존재감만으로도 포스를 뿜어내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 배우들이 없었다면?' '불한당'은 극 중 모든 배역이 그 연기자에 맞춰 짜여진 듯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존재감만으로도 포스를 뿜어내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 변성현 감독, 상상 이상의 연출을 보이다

보통 영화에 있어 '삼박자'라고 하면 스토리, 연기, 연출로 보는데 '불한당'은 이 셋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졌다. 앞서 말한 스토리와 연기 외에 연출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변성현 감독은 기발한 연출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120%까지 끌어 올린다. 예컨대 극 중 임시완이 출소 후 승승장구하던 어느날 머리에 천 주머니가 씌워져 어딘가로 끌려가게 되는데, 이때 카메라는 천 안에서 임시완의 호흡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 밖에서 들리는 둔탁한 목소리들, 임시완의 얼굴로 쏟아지는 휘발유는 마치 관객의 얼굴에도 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변 감독은 각 공간과 신(scene)마다 다른 색감의 필터를 사용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인물의 심리 변화나 공간의 구분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언더커버 한계 넘어섰지만, 관객 취향 저격은 미지수

'불한당'은 언더커버 영화다. 언더커버란 '경찰·정부 등을 위해 비밀리에 하는, 첩보 활동'을 뜻한다. 한국영화 중에는 '신세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스토리의 강점 때문에 언더커버가 관람에 불편함을 주진 않는다.

다만 '신세계' '프리즌' 등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또 그런 스토리야?'라고 말하는 영화 팬들이 있을 수 있다. 단언컨대 '불한당'은 누가 범인이고 누가 경찰인지 알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재미를 보장한다.

그만큼 '불한당'이 칸의 부름을 받은 이유는 관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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