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상해' 배우 이유리. 이유리는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혜영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KBS 제공 |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잘 웃네. 보통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잖아. 그런데 나는 뱉어. 경우에 따라."
지난 주말 전파를 탄 후 온라인상에서 뜨겁게 화제 몰이를 한 장면이 있죠. 바로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연출 이재상) 18회에서 변혜영(이유리 분)이 김유주(이미도 분)를 만나 변미영(정소민 분)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배우 이유리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냉정한 독설가이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내색하지 않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성격을 지닌 변혜영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저 동생을 위해 한마디 하는 장면으로 그칠 수도 있었던 해당 장면을 이유리는 분위기를 압도하는 눈빛과 표정, 말투, 그리고 특유의 밉지 않은 이미지로 십분 살려냈습니다.
'아버지가 이상해' 18회.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배우 이유리(맨 위)가 이미도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KBS2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 캡처 |
방송 이후 누리꾼들은 "나도 이런 언니 있었으면 좋겠다" "멋있는데 사랑스럽다" "진심으로 '사이다(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행동을 이르는 신조어)'였다" 등의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이유리 칭찬에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방송을 시청한 필자도 그의 연기에 몹시 감탄했기에 이와 같은 반응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죠.
지난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 예쁜 외모와 훌륭한 연기력으로 잔잔하게 연기생활을 이어가던 이유리는 2014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희대의 악녀 연민정 캐릭터를 만나 '국민 악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같은 해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까지 했죠. 가히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였습니다.
이유리는 연민정 캐릭터 연기 당시 '연민정 표정 25종 세트'라는 온라인 글이 인기를 얻을 정도로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보여줬죠. 뻔하지 않은 표정, 몸짓 연기 등으로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지독한 악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이유리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인간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왔다! 장보리' 속 이유리. 배우 이유리는 지난 2014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 캐릭터를 연기로 '국민악녀' 수식어를 얻었다. /MBC '왔다! 장보리' 방송 캡처 |
'왔다! 장보리' 직후, 너무나도 강한 인상을 준 연민정 캐릭터와 '연기대상'이라는 타이틀에 이유리를 향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바 있습니다. 연민정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토록 강렬했기에 다른 작품에 출연한 이유리에게서도 연민정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한 배우가 또다른 캐릭터로 변신했는데도 여전히 예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일 수 있겠죠.
잠시 주춤하는가 싶던 이유리는 이번 '아버지가 이상해'로 연민정에게서 벗어난 것은 물론 다시금 시청자의 찬사를 받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연기 스펙트럼을 크게 넓힌 이유리는 한층 유연해진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를 만족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그는 사랑스러운 연인부터 일명 '센 언니'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한 독설을 해도 밉지가 않습니다. 또 연인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죠. 만약 다른 배우가 변혜영을 연기했다면 이렇게도 차지게 표현해냈을까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이미 '악녀' 이미지가 있기에 가만히 있어도 보는 이에게 '걸크러시'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유리의 독보적인 매력과 탁월한 연기력이 큰 몫을 하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어떤 상황, 대사도 생동감 있게 살려내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유리에게 '국민 惡(악할 악)녀'라는 수식어 대신 '국민 樂(즐길 락)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습니다. 이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의 활약은 물론이고 이유리가 다음에 연기할 캐릭터까지도 벌써 궁금해지네요. '국민 樂녀' 이유리의 연기 행보를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