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래원 "인기 집착 NO, 잘생긴 것보다 진정한 연기자 원해"
입력: 2017.05.02 05:00 / 수정: 2017.05.02 05:00

배우 김래원은 인기나 인지도를 위한 보여주기식 연기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자의 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김래원은 인기나 인지도를 위한 보여주기식 연기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자의 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프리즌' 김래원 "20대와 달라진 30대, 걸음마 뗀 단계"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는 다정하지만 눈물을 떨구면 또 한없이 서러워 보이는 두 얼굴의 소유자. 웃고 있어도 서늘하고 울고 있어도 짠한, 그래서 정반대로 여겨지는 느낌을 공존하게 만드는 이 남자는 바로 배우 김래원이다.

김래원의 야누스 같은 매력은 진지하면서도 달콤한 로맨스나 거칠지만 사람냄새 나는 누아르를 관통했다. 한동안 무겁고 어두운 남성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지난해 SBS 드라마 '닥터스'로 오랜만에 안방문을 두드렸다. 부드러운 사랑꾼으로 환호를 받았던 그가 한결 가벼워진 것처럼 보일 무렵 다시 영화 '프리즌'으로 수컷의 향기를 묻히고 돌아왔다.

"작품 선택 순서나 타이밍에 의도된 건 없다. 로맨스물을 등한시하다가 한번 해보자 했던 거고 이미지 변신 같은 건 생각 안 한다. 그때 그게 하고 싶으면 한다. '닥터스'보다 좋은 작품이어도 안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때그때 내 마음이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이유다."

김래원은 가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자 고민했다. /쇼박스 제공
김래원은 가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자 고민했다. /쇼박스 제공

하지만 '프리즌'에서 김래원은 그간 그가 그려온 누아르와는 또 달라졌다. "과한 것은 누르고 부족한 것은 채웠다"는 말처럼 기술적으로 강약을 조절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김래원의 표정은 '밀당' 주도권을 잡았다. 덕분에 관객은 송유건(김래원 분)이 악인과 절대권력 그리고 정의의 편 사이에서 어떤 쪽에 설지 심리적인 추격전을 벌였다.

"사연을 숨기면서도 반전이 있을 듯한 암시를 줘야 했다. 송유건은 설명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은 인물이다. 과한 것은 누르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현장이었다. 특히 처음 버스에서 내려서 등장하는 장면을 중후반부에 찍었는데 기억에 남는다. 그때 생각이 많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새로운 공간에서 난동을 부린다고 글로 적힌 걸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자칫 너무 인위적인 시비가 되면 관객이 이질감을 느낄 수 있고, 처음부터 공감을 안고 갈 수 있도록 편안하게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을 가식적으로 보여주면 진정성이 깨진다. 만들어진 꼴통이 아니라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옆에 있는 제작PD에게)그래서 자꾸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던 거다."

김래원은 시나리오 수정 단계에서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진의를 감추다가도 슬쩍 내보이는 '밀당'을 담당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밝아졌다. 원래 시나리오상 캐릭터 설정은 더욱 무거웠지만 극의 전개에 따른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관찰할 수 있게끔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묵묵하고 조용히 진정성을 갖고 가면서 톤을 올린 송유건이 탄생했다.

김래원은 에너지를 조절하면서 쏟는 방법을 깨달았다. /쇼박스 제공
김래원은 에너지를 조절하면서 쏟는 방법을 깨달았다. /쇼박스 제공

여전히 열의는 넘치고 캐릭터 설정 하나에도 마치 싸우듯이 고민하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효율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여유를 장착했다.

"액션신이 많았지만 다치진 않았다. 패기만 넘치던 예전 같으면 치열하게 했을 텐데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와 안 쏟아야 할 때를 조절하면서 잘 채웠다. 예전엔 3년에 두 작품 정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노는 게 좋았나. 최근에는 부지런히 했다. 좋은 작품이 많아서 하고 싶은 욕구도 많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전 같으면 조심스럽고 패기가 앞서서 쏟아붓다가 지쳤을 수도 있는데 잘 분배하면서 덜 지칠 수 있게 됐다."

김래원은 최근 영화 '강남 1970' 드라마 '펀치' '닥터스'에 이어 '프리즌' 그리고 후속 작품까지 여느 때보다 바쁘게 달려왔다. 그 중 '닥터스'는 김래원이 오랜만에 선택한 로맨스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하지만 김래원은 대중적인 장르에서 얻을 수 있는 인기보다 그의 연기 욕심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를 갈구했다.

"'닥터스'는 너무 편했다. 드라마라서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 말고는 연기할 때 너무 편했다. '프리즌' '펀치' '강남1970'처럼 세고 무거운 연기를 했기 때문에 '닥터스'가 더 가볍고 편했을 거다. 하지만 '닥터스'까지다. 더 가벼워지면 안 된다. '옥탑방 고양이'로 많은 사람이 인정해줬다. 로맨스물을 안 할 건 아니다. 인기라는 게 중요하고 감사한 부분이고 보람인데 그것에 엄청 집착하는 건 지나치다. 예뻐 보이려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과 진정성 있는 배우로서 녹아 있는 모습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문제다. '닥터스'에서 귀여운 척하니까 젊고 어린 학생들이 좋아해 주지 않나. 예쁘고 잘생기고 달콤한 것으로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는 것도 있겠지. 둘 다 하면 피곤하다. 하나를 잘하는 게 합리적이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거기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멀리 본다면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

김래원은 20대와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김래원은 20대와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30대의 김래원은 20대와는 인기에 대한 인식은 물론 연기관도 변화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스스로 재탐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환경에 의해 열광하고 환호하는 모습에 흔들리는 것도 있고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을 수 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단순히 뭘 하는 직업인가 생각했을 때 예쁘고 멋있게 보여서 인기와 사랑을 얻고 환호받는 건 당연한 거다. 연극에서 3대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인데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같은 예술 분야인데 20대 했던 것과 30대 했던 것에 차이가 있다. 바라보는 방식이나 시각, 마음가짐과 접근 방식, 풀어가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20대에는 예뻐 보이려고도 했는데 지금은 다른 판에 와 있다. 그래서 재밌고 또 다른 흥미가 크다. 걸음마 뗀 단계다. 40세가 되면 하려는 게 나오지 않을까. 세월과 함께 채워져 가겠지. 좋은 쪽으로 바꿔야지. 지금 연기는 20대에는 생각도 못했던, 아예 다른 파트였다. 구분하려고 구분하는 게 아니라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다. 20대에 얻은 걸 활용할 때도 있지만 추구했던 바나 목표하는 게 다르다."

김래원은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김래원은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40대의 김래원을 기대하는 30대 김래원. 20대를 바라보는 그가 무척 달라보이는 것처럼 또 10년 뒤 그에겐 어떤 변화가 새로운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10년 뒤에 어떤 배우일지는 모르겠다. 확신은 없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니까. 그땐 그 뒤 10년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한석규 선배만 봐도 얼마나 열정적인가. 배우라는 직업의 또 다른 매력이다. 40대 김래원, 잘할 수 있겠지. 잘이라는 표현이 맞나. 기대하고 있다. 안 되면 마는 거고(웃음). 듬직하고 성숙한 어른, 멋진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이 걸음마 뗐을 때를 기억하고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거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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