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 '탄핵 위기', 이사회 '사퇴 압력'
입력: 2017.03.31 05:00 / 수정: 2017.04.03 17:42
실연자 분배금 발단 사퇴 압박. 김흥국이 이사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며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남윤호 기자
실연자 분배금 발단 '사퇴 압박'. 김흥국이 이사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며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회장의 신뢰 추락으로 협회의 공신력과 권위도 무너졌다. 협회 수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했으니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맞다. 이사회 결정과 감사의 권고마저 무시한 회장과 계속 함께 가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대한가수협회 임원)

"재정이 부족한 협회를 어떻게든 활성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이끌고 있는데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화합차원에서 이해해주고, 풀게 있으면 풀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는건 아니지만 마무리를 잘 해서 가수협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김흥국 대한가수협회장)

대한가수협회(이하 가수협회)를 2년째 이끌고 있는 '호랑나비' 김흥국 회장이 협회 이사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며 잔여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중도 하차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팩트> 취재 결과 김흥국 회장은 문체부의 승인을 얻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련)로부터 지원받은 실연자(가수) 분배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협회 이사들과 갈등을 빚으며 사퇴 압력까지 받는 등 협회 운영에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수협회 이사 중 한 명인 U씨는 30일 밤 "몇몇 측근들 의견만 듣고 김흥국 회장이 독단으로 협회 주요행사를 처리한 것이 발단이 됐다"면서 "회장 임기는 절반 이상 남았지만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더이상 조직을 끌고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 Z씨는 "가수협회가 설립된 이후 사상 최악의 내홍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행한 사건을 겪어 우리 협회만큼은 어떻게든 불명예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고 봉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쉬쉬해왔다"고 밝혔다.

2006년 설립된 가수협회는 한국 가수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로 국내에 19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일본 도쿄 신주쿠에 해외 지부를 두고 있다. 초대 남진을 시작으로 송대관(2대) 태진아(3~4대)에 이어 지난 2015년 9월 김흥국이 3년 임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흥국이 지난 2015년 8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있었던 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당선 된 뒤 전임 태진아 회장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흥국이 지난 2015년 8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있었던 제5대 대한가수협회장에 당선 된 뒤 전임 태진아 회장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사회가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분배금 집행의 투명성이다. 가수협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자정 KBS에서 방영된 '희망콘서트'를 음실련과 공동 주관으로 진행했다. 제작비 및 가수 출연료 등으로 2억 5000만 원이 집행됐다.

이 돈은 가수협회가 문체부의 승인을 거쳐 음실련으로부터 지원받은 미분배금 중 일부다. 음실련은 가수와 연주자들의 저작료를 관리하는 단체이며, 미분배금은 가수협회 소속가수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하반기에 지원됐다.

가수협회는 당초 음실연에 8억 원을 지원요청했다가 6개월안에 집행한다는 조건으로 4억 원을 받기로 최종 조정(실제 '희망콘서트'로 2억 5000만 원만 집행) 됐다. 갈등의 씨앗은 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희망콘서트'를 강행하면서 불거졌다.

가수협회의 또다른 이사인 W씨는 "분배금은 6개월이란 넉넉한 기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굳이 급하게 연말행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올 상반기까지 충분히 검토해 효과적으로 집행하면 될 일을 김흥국 회장이 원칙도 없이 몇몇 측근들과 밀어부치는 바람에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가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콘서트'에 소요된 2억 5000만 원은 당시 이사회와 회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김흥국 회장이 일단 자비로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추인이 안 된 상태여서 횡령 등의 유용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흥국 회장은 이날 오후 "재정이 빈약한 가수협회를 끌고가기 위해 대외 홍보를 통한 회원수 늘리기 등 나름 동분서주해왔다"면서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한 것도 아니고 이미 KBS와 편성 등이 잡힌 상태에서 되돌리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흥국은 분배금 집행 등 자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지난 일에 대해서는 화합차원에서 갈등을 풀고 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김흥국은 분배금 집행 등 자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지난 일에 대해서는 화합차원에서 갈등을 풀고 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그는 그러나 "어차피 분배금은 가수들의 출연료로 용도가 정해져 있고, 협회 내 다소 이견은 있었지만 편성을 잡기 힘든 지상파에 90분짜리로 잘 방영이 됐다"면서 "지난 일에 대해서는 화합차원에서 갈등을 풀고 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수협회는 김흥국 회장을 수장으로 서수남, 이자연, 이혜민, 정수라, 진미령이 부회장(수석부회장은 박일서)을, 김진아, 김학래, 김혜연, 박수정, 소찬휘, 신형원, 유열, 유지나, 장은숙, 조빈, 최유나, 함원식 등이 이사를, 조항조 이수미가 감사를 맡고 있다.

고문으로는 최희준, 남일해, 쟈니리, 현미, 패티 김, 이미자, 김상희, 윤복희, 김세레나, 장미화, 김부자, 나훈아, 신중현, 윤항기, 김광진 등 선배가수들이 포진해있지만 감사와 고문은 의결권이 없다.

4개월째 내홍과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수협회는 현재 14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박일서 조항조)를 꾸려 가동중이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흥국 회장은 김원찬 전 사무총장에게 일부 권한을 일임해 해결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콘서트에 소요된 2억5천만원은 당시 이사회와 회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김흥국 회장이 일단 자비로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캡쳐
가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콘서트'에 소요된 2억5천만원은 당시 이사회와 회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김흥국 회장이 일단 자비로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캡쳐

가수협회 이사회는 부회장 6명을 포함해 총 18명의 이사에게 의결권이 있으며, 법적 또는 회원에 반하는 행위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정관(제19조2항)에 따라 총회를 거쳐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 만약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사퇴 등 쌍방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파면되는 사상 초유의 불명예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갈등의 씨앗이 된 KBS '희망콘서트'에는 남진 송대관 태진아 김흥국 서수남 김용임 최유나 이자연 유지나 양수경 최성수 박학기 자탄풍 노브레인 김종서 지기도 티아라 와썹 불독 마틸다 등 트로트와 7080가요, 락과 힙합, K-pop 아이돌그룹 가수가 고루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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