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먹히는 이유? 왜 연기하는지 알아주는 것 같다"
  • 김경민 기자
  • 입력: 2017.03.30 05:00 / 수정: 2017.03.30 05:00

배우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으로 관객을 찾은 가운데 그만의 소신 있는 연기관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배우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으로 관객을 찾은 가운데 그만의 소신 있는 연기관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프리즌' 한석규 "목표 완성보다 계속한다는 게 중요해"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배우 한석규(53)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눈가 잔주름에도 서글서글한 인자함이 묻어나지만 희로애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다. 그가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제작 ㈜큐로홀딩스)에서는 악의 피라미드 꼭짓점에 올라섰다.

한석규는 '프리즌'에서 감옥과 교도소를 마치 제 손안의 세상처럼 굴리는 정익호 역을 연기한다. 평범하지 않은 죄수들을 발아래 두고 군림하며 그만의 세계를 꾸린다. 동물의 왕국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서 제왕다운 묵직한 무게감을 갖췄지만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이 날카롭다. 어떤 상황에도 극히 이성적이지만 항상 광기 서린 인물이다.

이처럼 공존할 수 없는 느낌은 한석규가 만든 정익호 안에서 한데 뭉쳤다. 범죄액션물이라는 익숙한 장르도 한석규라는 프리즘을 갖다 대니 여러 색깔이 쏟아져 나왔다.

한석규는 프리즌 속 정익호와는 정반대의 톤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사람을 장악하는 매력을 발산했다. /쇼박스 제공
한석규는 '프리즌' 속 정익호와는 정반대의 톤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사람을 장악하는 매력을 발산했다. /쇼박스 제공

하지만 인터뷰 자리에 앉은 한석규의 얼굴에서 또 정익호는 온데간데없었다. 은테 안경에 회색 니트와 목도리, 나긋나긋하게 울리는 목소리, 연기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한석규 교수님'의 인생 강의가 시작됐다. 그는 연기 칭찬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푸하하' 웃기도 하고, 옛날의 자신을 회상할 땐 한참 동안 이마를 문지르며 말없이 골똘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 것처럼 호기심을 더했다. 힘을 주고 강조하지 않아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 한석규와 정익호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한석규는 그동안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던 속마음에 대해 털어놨다. /쇼박스 제공
한석규는 그동안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던 속마음에 대해 털어놨다. /쇼박스 제공

- '프리즌'으로 오랜만에 인터뷰하는데,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봐도 될까.

푸하하. (빨개진 얼굴로)아니다. 크하하. 왜 인터뷰를 하느냐는 질문인가. 연기자는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몸으로, 연기, 액트로 결과물을 내는 거다. 인터뷰는 말하다 보면 미사여구를 늘어놓게 되는 것 같더라. 집에 가서 자신한테 '에이구, 이놈아'라고 할 것 같다.

- 드라마에 이어 '프리즌'에서도 제왕 같은 캐릭터로 느껴진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연기를 꽤 했는데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다른 직업은 답이 딱딱 잘 나온다. 사람과 관계된 일이다. '배우(俳優)'는 배우 배 뛰어날 우, 뛰어난 배우,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된다. 배자에 아닐 비(非)자가 있으니 사람이 아닌 일을 하는 사람이 배우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뿌리깊은 나무' 이도, 세종대왕 같은 경우 왕을 해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 그 분이 왜 문자를 만들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했다. '비밀의 문' 영조는 왕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인물을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프리즌' 익호는 비뚤어진 마음, 인간의 가장 탐욕스러운 마음을 건드리면서 한편으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군주론'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인물로 만들었다.

한석규는 완성에 대한 욕심보다 꾸준히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박스 제공
한석규는 완성에 대한 욕심보다 꾸준히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박스 제공

- 익호의 닫힌 공간, 교도소를 어떻게 해석했나.

익호는 형을 마치고 교도소를 나가는 게 목표가 아니다. 계속 여기 있는 게 목표다. 안에서도 바깥을 다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 익호가 왜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겠지.

- 한국영화 1차 르네상스 이끈 인물로서 2000년대 영화계의 변화가 있나.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이마를 한참 문지르다가)1990년대에 연기자로 정신이 팔렸던 건 뭔가 이룬다, 뭔가 해낸다는 거였다. 완성한다는 목표에 정신이 팔렸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계속한다는 게 중요하다. 목표로 가야 한다는 것보다는 꾸준히 한다는 게 중요하다. 목표를 잃지 않고 다시 찾으면서 그걸 향해가야 한다.

환경은 지금과 비슷하다. 1970년대와도 비슷하다. 2100년에도 비슷할 것 같다(웃음). 영화라는 매체는 언젠가 없어질 것 같다. 영화는 너무 기술적이고 그런 것에 밀접한 매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영화는 없어질 것 같다. 그러나 연기는 안 없어질 것 같다. 그 때가 되면 관객이 연기자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게 '진짜'가 될 것이다. CG가 발전할수록 연기자란 직업도 없어질 수 있겠지. 그렇지만 피부 표정 액션은 다 표현이 되는데 눈은 안 된다. 연기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보는데 아마 CG로는 안 될 것이다.

한석규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쇼박스 제공
한석규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쇼박스 제공

- 필모그래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자면.

영화는 희망이나 사랑 이야기가 있고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있는데 가능하면 희망이나 사랑 쪽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다. 가족 죽음 우정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소재로 하는데 굉장히 희망적인 사랑의 시선으로 그리려고 했다. 보는 마음이 고통스럽지 않다. 그게 좋은 거다.

- 시청자나 관객에게 통하는 자신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애티튜드'라고 할까. 그게 관객에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 의도라고 하지. 내가 25년 동안 연기하는 걸 보면서 '네가 왜 연기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익숙해지는 게 좋지만은 않다. 일로써 연기자를 봤을 때 조금 몰라야 한다. 속속들이 알면 보는 맛이 없잖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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