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드라마 배우 교체, 시청자는 고려하고 있나요?
입력: 2017.03.28 11:14 / 수정: 2017.03.28 11:14
배우 구혜선-장희진. 지난 25일 방송부터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정해당 캐릭터 연기 배우는 구혜선에서 장희진(아래)으로 변경됐다.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방송 캡처
배우 구혜선-장희진. 지난 25일 방송부터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정해당 캐릭터 연기 배우는 구혜선에서 장희진(아래)으로 변경됐다.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방송 캡처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지난 4일 첫 방송 된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정해당 캐릭터의 얼굴이 불과 3주 만에 바뀌었습니다. 배우 구혜선이 건강상의 문제로 해당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장희진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 건데요,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배우 교체였지만 배턴을 이어받은 장희진이 캐릭터를 잘 흡수해준 것에 대한 호평은 물론, 구혜선과 장희진, 그리고 드라마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 시선이 모입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제작진 측은 24일 구혜선 하차 사실을 밝히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죠. 제작진 측은 "프로그램 이익을 먼저 따지기보다 구혜선 씨에게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하기로 정했다"고 구혜선의 건강을 걱정하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같은 날 구혜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구혜선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소상히 전했습니다. 구혜선은 최근 촬영 도중 어지럼증과 간헐적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된 바 있는데, 검진 결과 심각한 알레르기성 소화 기능장애가 발생한 탓에 절대 안정이 시급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배우 오지은-임수향. 배우 임수향(오른쪽)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오지은 하차로 배턴을 이어받은 바 있다. //더팩트 DB
배우 오지은-임수향. 배우 임수향(오른쪽)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오지은 하차로 배턴을 이어받은 바 있다. //더팩트 DB

그런데 배우 교체라는 일은 구혜선의 경우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건강상의 이유 등 시청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면 극의 내용에 몰입하고 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방송된 다수 드라마에서도 배우 교체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한 배우가 한 캐릭터 연기를 끝까지 책임져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그럴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캐릭터를 이어받을 배우에 좋은 캐스팅이 이뤄지는 것이 그나마 볼멘소리를 면할 수 있는 방편이 되겠죠.

드라마는 배우 하차 경우, 크게 새로운 배우가 해당 캐릭터 연기를 이어가는 방식과 기존 캐릭터가 극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동안 배우 교체, 또는 배우 하차로 인한 새로운 캐릭터 투입으로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도 있습니다.

배우 오지은은 지난해 10월 발목 전방인대 파열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지난달 종영)와 12회를 끝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했죠. 그가 연기했던 신애 캐릭터는 이후 임수향이 배턴을 이어받았고 인상 깊은 악녀 연기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당신은 너무합니다' 전작이어서 MBC 주말극의 저주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드라마 회차 연장으로 배우와 스케줄을 조율하지 못해 중도 하차한 경우도 있었죠. 배우 김규리는 지난 1월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33회 출연을 마지막으로 조기 하차했는데요, 당초 김규리는 해당 드라마에서 다해 캐릭터로 분해 재순(유선 분), 금식(최대철 분)과 삼각관계를 그렸지만, 김규리 하차 이후 39회부터는 서유정이 새로운 캐릭터 반지아로 중간 투입돼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명성황후 속 배우 이미연. 배우 이미연은 지난 2001년 방송된 KBS2 대하드라마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캐릭터를 연기하던 가운데 하차했다. /KBS2 명성황후 방송 캡처
'명성황후' 속 배우 이미연. 배우 이미연은 지난 2001년 방송된 KBS2 대하드라마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캐릭터를 연기하던 가운데 하차했다. /KBS2 '명성황후' 방송 캡처

지난 2001년에서 2002년까지 방송된 KBS2 대하드라마 '명성황후'에서는 극 후반부에 주인공 명성황후가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명성황후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미연은 드라마 회차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79회에서 하차, 최명길이 명성황후 캐릭터 연기를 이어갔는데요, 다행히도 극의 흐름에 걸맞은 '원숙한 명성황후의 탄생'이라는 시청자의 찬사를 얻었습니다.

드라마 제작진 측과 스케줄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배우에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배우의 입장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명성황후'가 종영하고 시간이 흐른 후 이미연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당시 '명성황후' 하차 이유에 대해 "100회라고 생각해 전력 질주했는데, 30회 연장을 수락한다면 그 이후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그 캐릭터에 쏟은 에너지가 있는데 그 캐릭터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 가슴 아파 많이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배우 교체라는 것은 보통 배우의 돌발 상황을 존중하면서 발생하게 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작품을 소비하는 대중의 시선입니다. 통상 작품은 계약서 내용을 토대로 진행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이를 소비하는 대중,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의 입장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게 순서입니다. 건강의 이유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 혹은 신념이나 소신으로 하차하는 경우라면 존중받을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이 아닌 불화나 아집으로 불거진 결과라면 참 씁쓸할 듯싶네요.

바쁘게 돌아가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상, 배우 교체는 제작진에게도 배우에게도 가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시청자의 입장과 시선을 가장 먼저 생각해 줄 수 있도록 배우와 드라마 제작진에게 당부하고 그들의 좋은 활약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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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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