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동현배입니다.' 빅뱅 태양의 형이자 배우 동현배가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현배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통해 '빅뱅 태양 형'이 아닌 신인배우 동현배로 봐주길 바랐다. /문병희 기자 |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동현배(34)는 그룹 빅뱅 태양(29·본명 동영배)의 형이다. 지난 2006년 동생이 빅뱅으로 데뷔했던 당시 그 역시 영화 '화려하지 않은 고백'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영화 '잠복근무' '사사건건' '대한민국 1%' '변신 이야기' '신세계' '마이 라띠마' '동창생' '한공주' '동호, 연수를 치다' '리딩톤', 드라마 '홀리랜드' '닥치고 꽃미남 밴드' '청춘시대' 등 조연과 단역을 맡아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지난 16일 개봉된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제작 스톰픽쳐스코리아)은 동현배에게 있어 매우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동현배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무조건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연 뒤 "재용이라는 역할이 노멀하지만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기에 더욱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오디션을 보고 역할을 따낸 것에 대해 만족해요. 제가 나온 장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남죠.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빅뱅 태양 형'이 아닌 신인배우 동현배로 알아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동생의 존재가 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죠. 자랑스럽죠.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동생을 시사회에 초대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시사회 다음날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처음으로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죠.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 예쁘게 잡아줬다'면서 촬영 감독님께 꼭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다음은 아직 '때'를 기다리는 배우 동현배와 나눈 일문일답.
동현배는 뮤지컬 '풋루스'를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았다. 그는 '풋루스'를 보면서 연기를 꿈꿨고, 결국 연영과를 지원해 연기를 시작했다. /문병희 기자 |
-동생 태양과 다섯 살 차이인데 가수 데뷔와 배우 데뷔 시기가 똑같다.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했지만 실용음악과에 갈 실력은 아니었죠. 선생님이 연영과(연극영화과)에 지원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다 떨어졌죠.(웃음)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됐는데 그 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제 의견을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태권도를 했던 것도 사실 부모님 의견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자 마음먹고 재수를 준비했는데 뮤지컬 '풋루스'를 봤던 게 계기가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다 있더라고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는 장르였으니까요. 고민을 많이 했죠. 그 때가 2002년 월드컵 때였는데 축구도 보러 다녔지만 공연도 많이 관람했죠. 그러다 시험을 봤는데 홍익대 경영학과랑 대진대 경영학과 두 군데에 붙었죠. 바로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예술대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그런데 홍대에는 예대가 없더라고요. 상상해 봤죠. '내가 넥타이 부대라니'라고요. 그래서 떨어졌다고 말씀드렸어요. 대진대에는 연영과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1년 뒤 연영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고, 뮤지컬 '그리스' 때 정말 재미있었죠. 한 2년 전에 말씀드렸어요. 홍익대도 붙었지만 말씀드리지 않았다고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그만큼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는 뜻인가?
아버지가 공무원 출신이어서 '빨리 그만두고 공무원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2년 전까지도 그러셨죠. 그 정도로 완고하셨어요. 아무래도 '집안에 연예인 2명은 안된다'는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잘 되지 못하면 어려우니까 불안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꿈이 있어야 목표가 생긴다고 생각했죠. 그 꿈은 연기자였고 꿈을 꺾지 않았습니다.
-'동창생'이나 '한공주'에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고 어땠나?
저는 VIP 시사회로 처음 봤는데 영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하더라고요. '이쯤에서 관객들이 한 번 웃어줘여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채아 누나, 저한테는 여신이자 연예인." 동현배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호흡을 맞춘 한채아에 대해 "누나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모두 섭렵했다"며 극 중 나정안을 좋아하는 재용 역을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문병희 기자 |
-'비정규직 특수요원' 오디션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다면?
오디션 때는 완성된 영화 속 재용보다 더 까불었죠. 대사가 '툭하면 나오게?'였다면 틱틱대면서 선배인 나정안(한채아 분)을 도와주는 재용을 보여주고 싶어 '제가 램프의 요정입니까?'라고 말하거나 '나정안 단독 콜센터 재용입니다'라고 대사를 하는 식이었죠.
-한채아와 호흡은 어땠나?
제가 언제 (한)채아 누나랑 연기를 해보겠어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사이도 아니고, 저한테는 여신이고 연예인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되게 떨렸어요. 일부러 누나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다 찾아봤죠. 전작에서는 어떻게 연기하고 어떤 톤이었나 본거죠. 그러니까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쉽사빠'(쉽게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거든요. 고사 때 처음 보고 '제가 재용이 역할 동현배입니다'라고 인사하고 난 뒤 친해지고 싶어서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누나가 먼저 다가와줬죠. 정말 털털하더라고요. 제가 일본 팬미팅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댓글로 '현배 씨 저도 사인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해드릴게요'라고 답글을 달았죠.
-강예원과는 겹치는 신이 별로 없었지만 소감을 밝힌다면?
진짜 고생을 많이 하셨죠. '해운대' '퀵'을 보면서 자기 색깔이 확실한 배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진짜 사나이' 출연 이후에는 배우 느낌이 조금은 덜 났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같이 대본 리딩을 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큰 노트를 들고 오셨는데 그 안에 신(scene)에 대한 분석이 빼곡하게 정리가 돼 있더라고요. 캐릭터 분석은 기본이었고요.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배울 게 정말 많았죠. 대단한 연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예전에는 양아치 역할이 많이 들어왔죠. 동현배라는 배우가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해요. 예전에는 진짜 나쁜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했죠. 또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 선배님과 같은 연기도 해보고 싶었고요. 지금은 가리지는 않습니다. 그냥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죠. 그만큼 고민도 있고 스트레스도 많겠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제가 배우였다는 것을 실감하고 더 욕심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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