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보통사람', 먹먹한 1987년의 봄 그리고 2017년의 봄
입력: 2017.03.23 05:00 / 수정: 2017.03.23 05:00

영화 보통사람 메인 포스터. 배우 손현주와 장혁이 열연을 펼친 영화 보통사람은 23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보통사람 포스터
영화 '보통사람' 메인 포스터. 배우 손현주와 장혁이 열연을 펼친 영화 '보통사람'은 23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보통사람' 포스터

손현주·장혁 '보통사람', 23일 개봉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군사독재의 절정기였던 1987년 봄,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보통 사람들의 투쟁이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공동제작 영화사 장춘)은 1987년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형사 강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크린 속 그 시절, 대한민국이 격동의 시기를 겪었던 그때가 마치 2017년에 오버랩돼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영화 보통사람 주연배우 손현주-장혁. 영화 보통사람에서 배우 손현주는 평범한 형사 성진을, 장혁(오른쪽)은 안기부 검사 규남을 연기했다. /보통사람 스틸
영화 '보통사람' 주연배우 손현주-장혁. 영화 '보통사람'에서 배우 손현주는 평범한 형사 성진을, 장혁(오른쪽)은 안기부 검사 규남을 연기했다. /'보통사람' 스틸

"세상은 바뀌는 척만 하는 거야. 바뀌지는 않아"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엘리트 검사로 승승장구하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실세가 된 규남(장혁 분)은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이 지독하리만큼 뚜렷하다. "양지든 음지든 그게 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 아니겠느냐"는 대사가 그의 굳건한 세계관을 대변한다.

1987년, 그저 가족과 행복하고 싶었던 평범한 형사 성진, '진실'이라는 명료하면서도 소박한 것을 쫓는 기자 재진(김상호 분)을 비롯, 그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 사람은 거대한 바위를 들이받다 무참히도 깨진다. 하지만 그 고단한 과정을 거쳐 영화 말미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어렴풋이 환희가 찾아온다.

자타공인 '스릴러 킹' 손현주는 이번 작품에서 성진으로 분해 평범한 가장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 민국(강현구 분)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몹시 속상해하는 장면, 아내 정숙(라미란 분)과 민국에게 귀한 바나나를 사와 나눠 주고 자신은 껍질에 붙은 찌꺼기를 이로 긁어먹는 장면 등이 우리네 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친한 동네 형 재진의 푸석한 얼굴을 보고 "로션은 바르고 다니냐"고 묻는 손현주의 애드리브는 성진의 사람 냄새를 극대화한다.

영화 보통사람 속 배우 김상호-손현주. 영화 보통사람에서 배우 김상호와 손현주(오른쪽)는 친한 동네 형-동생 사이를 연기했다. /보통사람 스틸
영화 '보통사람' 속 배우 김상호-손현주. 영화 '보통사람'에서 배우 김상호와 손현주(오른쪽)는 친한 동네 형-동생 사이를 연기했다. /'보통사람' 스틸

장혁은 그 시대가 만든 괴물 규남을 덤덤히 표현했다. 오로지 국가와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규남의 말투와 표정이 너무나도 무심해서 그의 존재가 더 날카롭고 아프게 느껴지는 듯하다.

영화는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적 배경으로 80년대의 향기를 고스란히 재현, 관객에게 따뜻한 분위기를 선물한다. 성진의 일터 청량리 경찰서, 성진과 재진이 놀이터 삼아 드나들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순댓국집, 골목길 등 구석구석이 그 시대의 향수에 젖게 한다.

절묘하게 지금과 닮아 지금을,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가슴 먹먹한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는 23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15세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12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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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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