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공정위의 연예기획사 연습생 노예 계약 개선의 양날
입력: 2017.03.08 12:30 / 수정: 2017.03.08 12:30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가진 걸그룹 A.De(에이디이). 프로듀스101에 출연했던 박해영, 허샘(수연), 김미소를 포함해 지서, 초윤, 여린, 라헬로 구성된 7인조 걸그룹이다(사진은 아래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임세준 기자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가진 걸그룹 A.De(에이디이). 프로듀스101에 출연했던 박해영, 허샘(수연), 김미소를 포함해 지서, 초윤, 여린, 라헬로 구성된 7인조 걸그룹이다(사진은 아래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임세준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계약서에 칼을 댔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120억원 이상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를 대상으로, 연습생과의 계약서를 심사해 ▲ 연습생 계약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 ▲ 전속계약 체결 의무 조항 ▲ 유예기간 없는 전속계약 ▲ 명예나 신용 훼손시 연예기획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을 시정키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연습생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해지할 경우, 2~3배가 넘는 위약금을 '직접 투자한 금액'으로 제한했고, 정식 데뷔 때 본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야한다는 의무 조항을 없앴다. 또한 연습생 기간이 끝난 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은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연습생들의 권익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습생 전속계약 개선은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대형 연예기획사들과 연습생 사이의 전속계약에 불공정이 존재한다고 판단, 시정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공정위는 대형 연예기획사들과 연습생 사이의 전속계약에 불공정이 존재한다고 판단, 시정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 위약금 및 일방적 전속계약 해지 부분 시정은 '필요'

먼저 연습생 계약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을 없앤 것은 연습생을 위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모 기획사 연습생 출신인 최모(30) 씨는 <더팩트>에 "연습생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회사에서 제대로된 연습을 시켜주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론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데뷔를 준비하던 멤버들과 합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긴 했지만, 연습과 별개로 술자리가 많았다"며 "회사에 사외 이사가 들어오면서 투자자를 소개한다는 명목의 자리였는데 정말 가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고 했는데 위약금으로 몇 천만원의 돈을 요구했다"면서 "그래서 같이 준비하던 연습생과 숙비 등을 꼼꼼히 계산해 이의를 제기했더니 며칠 뒤 받아줘 오피스텔 비용만 주고 나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속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은 연습생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명예나 신용 훼손에 따른 기획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역시 소위 '갑질'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통해 아이돌 그룹 중심의 노예계약을 개선, 최대 7년을 계약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이번 연습생 전속계약과 관련해 어떤 파장이 생길지 주목을 끌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통해 아이돌 그룹 중심의 '노예계약'을 개선, 최대 7년을 계약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이번 연습생 전속계약과 관련해 어떤 파장이 생길지 주목을 끌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

◆ 연습생 이후 전속계약 의무조항 폐지는 '글쎄'

공정위는 연습생 전속계약 개선을 8개 기획사에 한정했지만, 이후 전체 기획사로 확대 시행된다면 연습생 이후 전속계약 의무조항을 폐지한 부분은 기획사에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 예컨대 중소 기획사에서 2~3년간 투자해 키운 '괴물 신인'이 전속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자본이 많은 대형기획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8대 기획사끼리도 가능한 사안으로, 심지어 위약금을 물어주고 데려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SM을 비롯한 8개 기획사 모두 공정위의 지적에 곧바로 시정키로 했다. 공정위의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시행 후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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