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원더걸스가 아닌 배우 안소희입니다.' 배우 안소희는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지나 역을 맡아 이병헌과 호흡을 맞췄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2004년 원더걸스로 데뷔, 걸그룹에서도 대선배에 속하는 안소희(25)는 이제 어엿한 배우다. 사실 원더걸스로 데뷔하기 전 단편영화 '배음구조에 의한 공감각'에 출연한 바 있어 시작은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2008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통해 확실한 겸업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데뷔 년도로 치면 상당한 경력이지만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스스로는 겸손해했다. 지난달 22일 개봉된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필름·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에서 호주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 여행객) 지나 역을 맡은 안소희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났다. 안소희는 "배우는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원더걸스로 보냈던 시간이 있어 배우의 길을 걷는데 솔직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의 차이점에 대해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가수는 콘서트를 하는 2시간 동안 관객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오는 반면 배우는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고민과 함께 기대를 일으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제는 가수 소희가 아닌 어엿한 배우 안소희와 나눈 일문일답.
-이제는 가수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린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연기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나봐요. 부모님이 알려주셨는데,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 언니가 보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고 따라하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사극을 보고 혼자 한복을 입고 연기를 했다고 하셨죠.(웃음) JYP엔터테인먼트에 오디션을 볼 때도 저는 춤과 노래 외에 연기도 했어요. '뜨거운 것이 좋아'에 출연했을 때는 '아 연기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촬영장에 있는 제가 되게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죠. 선배님들한테 혼이 나도 그걸 고쳐가는 과정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나중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즐거웠던 가수 생활은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배우에 더 재미를 느끼고 싶죠.
-그만큼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 '싱글라이더'를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스크린에 나오는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호주에서 찍었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쉽지는 않았죠. 힘들게 촬영한 부분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시원한 마음이었어요. 촬영 당시에는 호주라는 공간, 배경 속에 스물 한 살의 한국인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죠. 워킹홀리데이로 2년이나 보냈으니까요. 행동이나 표정이 편하게 보이도록 연기했어요.
안소희는 이병헌의 극찬에 대해 "기사를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
-호흡을 맞춘 이병헌이 극찬을 했다.
저도 그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죠. 더 좋게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긴장을 많이 했어요. 대선배님과 함께 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으니까요. 걱정과 함께 긴장에 떨려 연기에 대해 뭘 물어보기도 되게 주저스러웠죠. 막상 얘기를 하고 나니까 선배님이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얘기해주셨어요. 거기에 용기를 얻고 여러 번 물어봤던 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애교가 없어 죄송스럽기까지 했죠.(웃음)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강가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긴 재훈을 옆에 두고 혼자 얘기하는 신(scene)이 있었는데 사실 많이 어려웠어요. 혼자 대사를 해야하니까요. 그 부분을 모니터링을 해주시면서 '이 부분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이런 의도로 한거야?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요. 지적이 아닌 의견 제시를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공효진과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봤을 때 어땠나?
공효진 선배님은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하시잖아요. 저랑 얘기하고 스태프랑 대화하다 갑자기 촬영에 들어가도 연기가 정말 자연스럽더라고요. 행동이며 제스처나 대사가 자연스러운게 부러웠죠. 이병헌 선배님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많이 다가와주셨는데, 촬영 때는 정말 집중하시더라고요. 모든 게 자극이 됐죠. 덕분에 저도 집중하기 편했고요.
-극 중 지나는 이 시대 청년을 대변한다는 느낌이다. 물론 다르겠지만 스스로 대입시켜보지는 않았나?
저는 지나랑은 조금은 다른 10대를 보냈지만 지나가 호주에서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이 갔어요. 지나는 밝고 두려움이 없으며 열정이 가득한 친구죠. 그럼에도 타지에서 혼자 굉장한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지나와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 감정이 떠올라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지나를 읽었을 때 짠하고 불쌍했죠. 지금은 돌이켜보면 많은 도움이 된 시간이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언어도 달랐고,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들이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실제 성격이요? 저 밝고 재미있어요." 안소희는 실제 성격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 극 중 지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덕인 기자 |
-실제 성격은 어떤가?
음, 저도 밝고 재미있는 사람이고요.(웃음) 호기심도 많아 비슷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실제 지나여도 영화속 재훈 아저씨한테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아요.
-원더걸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원더걸스 출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원더걸스 활동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알려진 부분에 있어 남들보다는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물론 '싱글라이더'나 '부산행' 모두 오디션을 봐서 참여하게 됐지만 '안소희'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만큼 걱정도 많이 되죠.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지기도 하고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하고 싶은 캐릭터는 많은데, 해본 역할이 다양하지 않아 다 궁금하죠. '내가 해보면 어떨까? 무엇을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생각보다 몸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기회가 되면 멋진 액션을 해보고 싶습니다.
-안소희에게 '싱글라이더'란?
제가 배우로 전향하고 처음 보여드린 작품은 '부산행'이었죠. '저 연기합니다'라고 말씀드린 작품이라면, '싱글라이더'는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 작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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