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는 김민희.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계에서)여성으로서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베를린(독일)=게티이미지 |
[더팩트|권혁기 기자] "저는 여성으로서 다른 차별은 느끼지 못하고…. 굉장히 좋은 여성, 그 여배우들이 많고, 남성영화가 많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거라 생각하고요, 그건 주어진 사회나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별로 크게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배우 김민희(35)가 지난 19일 독일에서 열린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왜곡되지 않게 김민희가 말한 그대로를 적었습니다. 조금 뜸을 들인 부분에는 줄임표를 넣었고요.
해당 인터뷰는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 몇몇 여배우들이 '여배우'라는 말 자체에 차별이 있다고 언급했고, 남성 위주의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여배우가 원톱인 영화의 부재에 대해 하소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영화 '여교사'의 제목에 대해서도 '성차별적인 제목'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과연 김민희의 인터뷰는 논란이 될만한 발언일까요? 혹시 홍상수(57) 감독과 불륜설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아닐까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필자는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니며 페미니즘을 존중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임을 밝힙니다.
김민희가 "여성으로서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는 부분은 매우 개인적인 부분입니다. 스스로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데 '왜 너는 느끼지 못했냐'고 지적할 게 아니죠. "좋은 여배우들이 많고 남성영화가 많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라는 부분은 한국 영화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대 박스오피스를 살펴볼까요? 1761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집한 '명량'은 한국인이 존경해 마지 않는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며, 명량대첩이 소재이므로 당연히 남자 배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정현이 출연해 인상 깊은 벙어리 연기를 펼쳤죠.
2위 '국제시장'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황정민과 오달수, 김윤진이 호흡을 맞췄습니다. 한국전쟁부터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이산가족 상봉까지 다뤘죠. 전쟁과 파독 광부 부분은 남자 배우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고, 파독 간호사를 연기한 김윤진도 분량을 떠나 열연을 펼쳤습니다.
'국제시장'에 이어 '베테랑' '도둑들' '7번방의 선물' '암살' '광해, 왕이 된 남자' '부산행' '변호인' '해운대' '괴물' '왕의 남자' 등 천만을 넘은 작품 중 대부분이 남배우가 주인공입니다. '도둑들'과 '암살'의 경우 멀티캐스팅 작품이죠.
여배우 위주의 영화로 500만명 이상을 모집한 영화로는 '수상한 그녀'(865만여명) '써니'(739만 3400여명) '미녀는 괴로워'(608만여명) '덕혜옹주'(559만여명)가 있습니다. 훌륭한 성적들이죠.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입니다. 작가들이나 많은 감독이 흥행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타를 기용하는 이유도 흥행 공식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아무리 신선한 마스크에, 연기를 잘하는 신인이 있다 하더라도, 흥행이 보장되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면 투자가 어렵겠죠.
'남자배우=흥행'이라는 공식은 아니지만 과거 '친구'를 필두로 조폭영화가 흥행하자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대거 등장한 점, 역대 박스오피스를 봤을 때 남배우 위주의 영화들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여배우 위주 영화의 기근이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데이트 장소로 영화관을 꼽을 때 대부분 커플이 여자친구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지 않을까요? '무슨 영화 볼래?'라고 했을 때 '남배우 000가 출연한 영화 보자'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오히려 여배우의 출연료가 같은 분량임에도 남배우들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똑같은 분량이지만 남배우는 6억원, 여배우는 3억원을 받는 그런 부분 말이죠.
김민희는 자기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게 불법도 아니고, 내용이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만이 없다는 김민희가 '여배우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에 휩싸인 후 첫 공식석상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택했다. 시종일관 친근한 모습을 유지해 두 사람의 불륜설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에 대해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했으며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혀 사실상 인정한 분위기다. /베를린(독일)=게티이미지 |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볼 문제가, 과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에 휩싸이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욕을 먹을 것인가입니다. 만약, 김민희가 정말로 홍상수 감독과 불륜을 저질렀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김민희의 인터뷰는 그와 별개로 따져봐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이병헌이 인터뷰를 통해 김민희의 베를린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대해 "강수연, 전도연이 훌륭한 연기를 한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김민희 역시 뛰어난 배우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과연 문제를 삼을만한 것인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누리꾼들은 "연기로 받은 거니까 그랬겠지. 사생활 따져가며 심사를 했을까?" "그럼 김민희가 받은 게 참 의문이네요. 이번 출품작엔 출중한 배우가 없었나 봅니다. 이러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생활과 연기생활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고, 또 유명인으로서 김민희의 사생활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문제삼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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