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개콘-대통형'의 사이다 풍자가 걱정되는 이유
입력: 2017.01.27 10:00 / 수정: 2017.01.27 10:00
지난 2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대통형에서 유민상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웃지 못할 행동들을 패러디했다. /KBS2 개그콘서트-대통형 방송 캡처
지난 2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대통형'에서 유민상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웃지 못할 행동들을 패러디했다. /KBS2 '개그콘서트-대통형' 방송 캡처

[더팩트|권혁기 기자] 솔직하게 얘기하겠습니다.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열혈 시청자였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에 '개콘'만한 게 없었죠. 그러나 어느 순간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설득력이 없는 몇몇 코너들을 보며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대통형'이란 코너가 생기더군요.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주제로 현 시국을 풍자하는 코너입니다. 서태훈이 대통령 역할을, 유민상이 국무총리로 나오죠. 또 이현정이 창조경제부 장관으로, 김대성은 문화융성부 장관, 홍현호가 외교국제부 장관, 이창호가 법률부 장관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 이게 바로 희극이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나 이현정이 "사퇴하세요!"를 외칠 때면 반사적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희극'은 '웃음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룬 연극이나 극 형식, 또는 인간 생활의 모순이나 사회의 불합리성을 골계적, 해학적, 풍자적으로 표현한다'고 나옵니다. 제대로 된 희극을 본 기분이었습니다.

지난 22일 방송된 '개콘-대통형'에서는 시국을 제대로 패러디 했습니다. 먼저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유민상이 "커피를 마시자. 제가 쏘겠다"며 자판기에 2만원을 한 번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반기문 전(前) UN사무총장을 풍자한거죠. 이어 대통령 서태훈이 오자 "커피 드셔라"면서 턱받이를 했습니다.

또 서태훈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데 왜 그런 건가"라고 하자 외교국제부 장관 홍현호는 "일본과 합의를 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서태훈은 "소녀상이 뭐가 바람직하지 않느냐. 할머니들께 동의를 구했느냐. 대체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일본에 10억엔 주고 야스쿠니 신사 철거하라고 하세요"라고 통쾌한 발언을 했죠.

사퇴하세요! 개콘-대통형에서 이현정은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의 사퇴하세요를 풍자하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대통형 방송 캡처
"사퇴하세요!" '개콘-대통형'에서 이현정은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의 "사퇴하세요"를 풍자하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대통형' 방송 캡처

그런가하면 법률부 장관 이창호가 "법무부는 예산을 만들고 있다. 경찰이 교통 범칙금으로 2066억원을 벌어 들였다. 이전 정부보다 3배 더 걷어들였다"고 자평하자 서태훈은 "계도가 아닌 범칙금을 많이 올려야 한다? 그럼 우리 장관님들도 잘못된 정책으로 나라에 해를 입히면 벌금을 내라. 블랙리스트를 만든다거나, 굴욕적인 외교, 이상한 의전을 요구하거나 불법적인 재단을 허락하거나 기업에 특혜를 준다면 10억엔씩 벌금을 불리고 다 일본으로 보내버리겠다"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등 현 정권을 저격했습니다.

마지막도 압권이었습니다. 회의를 하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서태훈은 "중국요리 어떠시냐. 제가 잘하는 중국집을 안다. 평창에 아방궁이라고 있다. 가자"라고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강원도 평창 일대에 VIP 아방궁을 계획했었다는 JTBC의 보도를 이용한 풍자를 보여줬습니다.

속이 시원한 풍자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습니다. 혹시라도 '대통형' 출연 개그맨들이 '힘이 있는 누군가의 사주'로 민간사찰을 받으면 어쩌나, 또는 어버이연합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이상훈과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말이죠.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됐을 당시 배급사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죠. 또 '변호인'에 CJ창업투자가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 때문에 CJ가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웃음은 풍자와 해학을 통해 더욱 빛이 나게 마련입니다. 특정인한테는 뼈아픈 풍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웃음은 그냥 웃음일 뿐이죠.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이 피해보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웃자고 한 개그에 발끈하면, 발끈한 사람이 더 못나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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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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