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도깨비' 결말 호불호? 김은숙표 '새피엔딩' 한번 더
입력: 2017.01.26 13:15 / 수정: 2017.01.26 13:15

김은숙 작가가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로 남긴 새피엔딩이 신선한 여운을 남겼다. /CJ E&M 제공
김은숙 작가가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로 남긴 '새피엔딩'이 신선한 여운을 남겼다. /CJ E&M 제공

설(레는) Re(플) : sad도 happy도 아닌 sappy야. 새로운 장르 창시, 난감하군(mans****)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이별은 후유증을 남긴다. 아끼는 드라마를 떠나보내는 일 역시 그렇다. 특히 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 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찬란한, 새드엔딩과 해피엔딩 사이 '새피엔딩'을 선택해 짙은 여운을 새겼다.

흔히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이나 '열린 결말'이 여운을 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통한다. '도깨비'는 오히려 김신(공유 분) 지은탁(김고은 분) 커플과 저승사자(이동욱 분) 써니(유인나 분) 커플의 꽉 닫힌 행복한 결말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슬픈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새피엔딩'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린다.

'새피엔딩'이라는 복합적인 분위기는 16회 동안 쌓인 세계관, 캐릭터, 관계도를 통해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김은숙 작가가 직접적으로 슬픔을 가미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은 그동안 이해한 '도깨비'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새피엔딩'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 속에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던 김신과 박소민(지은탁의 환생)의 얼굴과 딱 맞는 결말이다.

도깨비에서 김고은(맨 아래)은 환생해 공유와 다시 만났다. /도깨비 방송 캡처
'도깨비'에서 김고은(맨 아래)은 환생해 공유와 다시 만났다. /'도깨비' 방송 캡처

지난 21일 종영한 '도깨비'에서 지은탁은 그토록 피해 다녔던 기타누락자 운명대로 29세에 죽음을 맞이했다. 유치원 차량에 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돌진하는 덤프트럭을 피하지 않고 희생을 감수했다. 도깨비 남편 김신도 저승사자 삼촌도 막을 수 없었다.

지은탁은 이승의 기억을 잊는 차를 마시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이었던 지은탁은 앞으로 남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생에도 김신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박소민으로 환생한 지은탁은 약속처럼 김신 앞에 나타났다. 이름은 다르지만 온전히 지은탁의 기억을 지닌 도깨비 신부로서.

저승사자는 모든 죗값을 치르고 떠날 차례가 됐다. 그가 배웅하는 마지막 망자는 써니였다. 저승사자와 써니는 전생의 왕여와 김선으로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김선은 오빠 김신을 지키기 위한 뜻을 지켰고, 왕여는 간신의 말에 눈이 멀어 김신과 김선을 죽인 악연이었다. 애써 서로를 밀어냈던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다음 생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 이후 강력계 형사 이혁과 여배우로 환생했고 비로소 전생의 악연을 떨치고 재회해 화끈한 직진 사랑을 시작했다.

도깨비는 행복하면서도 슬픈 여운을 남긴 결말로 회자되고 있다. /CJ E&M 제공, 도깨비 방송 캡처
'도깨비'는 행복하면서도 슬픈 여운을 남긴 결말로 회자되고 있다. /CJ E&M 제공, '도깨비' 방송 캡처

'도깨비'에서 내용상 표면적으로는 모든 러브 라인이 연결되고 행복한 듯 보이지만, 그 뒤에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숨은 이야기들은 새드엔딩도 함께 제시했다. 지은탁이 박소민을 거쳐 또 다른 환생으로 돌아올 때까지 홀로 쓸쓸하고 외롭게 신부를 수천 년 기다릴 도깨비 김신의 운명은 가혹하고 안타까웠다.

여기에는 운명론적인 판타지에 '인간의 선택'이라는 의지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지은탁은 죽는 운명을 선택했고, 김신도 무(無)로 돌아가지 않고 이승에 남는 선택의 결과를 감수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 방송 이후 누리꾼은 "천년 만년 가는 '슬픈 사랑' 잘 봤네요. 깨비 안녕(supa****)" "제목처럼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도깨비가 쓸쓸하더라도 그 끝엔 항상 지은탁이 있길 바라며ㅠㅠ(jew7****)" "은탁이의 생은 아직 두번 더 남았다... 그리고 깨비는 또 기다릴 것이다.... 아주 슬프지만 기쁜 마음으로..(gmjg****)" "은탁과 같이할 몇백 년보다 혼자인 수천 년 세월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프네(rain****)" "진짜 환생 3번 더 하고 나면 도깨비씨 외로워서 어떡하지... 드라마가 끝났는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dpsx****)" 등 반응을 보였다.

김은숙 작가는 도깨비로 운명적인 사랑과 더불어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CJ E&M 제공
김은숙 작가는 '도깨비'로 운명적인 사랑과 더불어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CJ E&M 제공

김은숙 작가는 이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스타 작가다. 그의 손을 거친 작품마다 붐이 일었다. 그 중에서도 '도깨비'는 고유의 발자취를 남겼다. 단순히 대사와 판타지로 설레게 하는 '심쿵' 지향 로맨스를 넘어 망자들의 사연, 전생과 환생, 운명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김은숙 작가가 수년간 공들인 연구와 세계관이 빛을 발했다.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로 완성한 '새피엔딩'이라는 장르는 이상하고 아름다웠다. 덕분에 종영 후에도 애청자들 마음속에 먹먹한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냥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엔딩보다, 김은숙 작가표 '새피엔딩'도 한번 더 보고 싶다, 속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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