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비♥김태희 결혼식, 머리카락 보일라…안팎 뜨거운 '007' 작전
입력: 2017.01.20 05:00 / 수정: 2017.01.20 05:00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의 결혼식을 취재하고자 몰린 기자들. /가회동=이덕인 기자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의 결혼식을 취재하고자 몰린 기자들. /가회동=이덕인 기자

김태희♥비 결혼식, 칼바람에 맞서는 취재 열기

[더팩트 | 가회동=김경민 기자] 손이 꽁꽁 얼었다. 키보드를 눌러도 무감각했다. 허리는 이미 끊어져서 신체 일부가 아닌 듯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여유롭게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배우 김태희(37)와 가수 겸 배우 비(35·본명 정지훈)의 결혼식은 가회동 성당이라고 적고 '007 작전'이라고 읽히는 현장이었다.

김태희와 비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발표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예식에서 두 사람의 조용하고 소박한 스몰 웨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성당 내부는 외부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구조였고 덕분에 결혼식은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god 박준형(왼쪽)과 가수 박진영(오른쪽)이 김태희와 비의 결혼식을 찾았다. /가회동=이새롬 기자
god 박준형(왼쪽)과 가수 박진영(오른쪽)이 김태희와 비의 결혼식을 찾았다. /가회동=이새롬 기자

가회동 성당 철문 밖은 하얀 입김을 뿜으며 손을 비비는 취재진, 비와 김태희의 국내외 팬들, 줄지은 영상 카메라를 보고 발길을 묶어둔 채 몰려든 행인들로 점점 큰 무리를 이뤘다. 김태희와 비는 일찍이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알렸지만, 톱스타 장수 커플인 두 사람의 웨딩 마치는 세간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취재진과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김태희와 비의 결혼식이 열릴 후보 성당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녔다.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선택한 가회동 성당 장소가 알려지고 취재진이 모여들기 시작한 오후 12시쯤에는 이미 김태희와 비를 비롯한 양가 식구들과 하객 대부분이 성당에 입장한 상황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되는 2시까지 박진영 박준형 등 여러 하객이 성당에 바삐 들어섰고, 주차장에서도 경호원의 여러 단계에 걸친 확인 끝에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태희 비 결혼식이 진행된 가회동 성당은 성벽처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보안에 유리했다. /가회동=김경민 기자
김태희 비 결혼식이 진행된 가회동 성당은 성벽처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보안에 유리했다. /가회동=김경민 기자

가회동 성당 입구는 물론 주차장 입구도 경호원을 두 명씩 배치해 철저한 보안에 힘썼다. 경호원들은 어떤 질문에도 "저희도 잘 모릅니다"라는 자동응답메시지 같은 대답으로 일관했다. 성당은 한옥 형태의 벽으로 사방이 막혀 있고 정문 입구와 주차장 외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 통제하기 수월한 구조였다.

이날 성당 앞에는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국적을 넘나드는 비의 팬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한 팬은 <더팩트>에 "외국 팬들이 더 열성적이다. 비 콘서트나 행사에 갈 때마다 얼굴을 보기 때문에 다들 친해졌다"며 "여기 있는 팬들은 10년 이상 된 골수팬들이다. 모두 오전 8시 30분부터 명동 강남 옥수동 성당 등을 거쳐 이곳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팬은 "비가 조용히 (결혼)하고 싶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한다.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거들었다.

신자들은 여느 때처럼 성당 예배를 왔다가 사람들이 몰린 진광경에 놀랐다. 한 신자는 "오전에 대성당에 들어갔다가 하얀 카펫과 꽃길이 놓여 있더라. 정말 예뻤다. 드라마 촬영을 하는 줄 알았다"며 "알고 보니 비와 김태희가 이곳에서 결혼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잠시 성당 밖에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김태희와 비가 백년가약을 맺은 대성당. /가회동=이덕인 기자
김태희와 비가 백년가약을 맺은 대성당. /가회동=이덕인 기자

성당 안이 사랑과 축복으로 따뜻했다면 성당 밖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틈 없는 성당 구조와 질서 있는 분위기 덕분에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은 없었으나 많은 취재진은 혹시라도 '신랑' 정지훈과 '신부' 김태희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갖고 오랜 시간 닫힌 문과 컴컴한 주차장 앞을 지켰다.

성가대 합창에 이어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간혹 터져 나오던 성당도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조용해졌다. 하객들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손에는 종이가방이 한 개씩 모두 들려 있었다. 언뜻 본 종이가방 안에는 고운 분홍색 보자기로 싼 큼지막한 상자와 조그만 상자가 담겼다. 그들은 하객들을 전용으로 태우는 차량에 탑승해 피로연 장소로 이동했다.

하객들은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좋았어요"라고 행복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비와 김태희의 비공개 결혼식 의미를 지켜주기 위해 하객들 역시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하객들이 어느 정도 빠지자 취재진은 주차장 입구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부부가 된 김태희와 비는 수많은 취재진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짙은 썬팅이 된 차량들 중 하나를 타고 성당을 빠져나갔다.

김태희(위 왼쪽) 비의 결혼사진. /레인컴퍼니 제공
김태희(위 왼쪽) 비의 결혼사진. /레인컴퍼니 제공

경호원은 성당의 모든 사람이 빠져나간 후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정리했다. 뒤늦게 살펴본 대성당은 일부 꽃 장식을 제외하고 수수한 원상태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준비실에는 신부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현장을 정리하는 사이 비 소속사 측에서 두 사람의 결혼사진을 배포했다. 그토록 기다리고 찾아 헤맸던 새신랑 정지훈과 새신부 김태희가 해맑게 웃고 있다. 기자로서 취재에 실패한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바람대로 비공개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두 사람의 똑똑한 선택은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눈빛 교환에 감각이 없어진 손가락이 어느새 녹기 시작했다.

"김태희-비 커플, 이제 부부!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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