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영화에 투영된 국정농단 주역들 '우연일까?'
입력: 2017.01.18 09:11 / 수정: 2017.01.24 08:01
국정농단 정치검사, 우리가 더 실감나게. 오늘(18일) 개봉한 영화 더킹의 정우성(오른쪽)과 조인성(왼쪽)은 권력을 쫓는 정치검사의 전형을 보여줘 최근 국정농단 주역들과 비교된다. /더팩트 DB
"국정농단 정치검사, 우리가 더 실감나게". 오늘(18일) 개봉한 영화 '더킹'의 정우성(오른쪽)과 조인성(왼쪽)은 권력을 쫓는 정치검사의 전형을 보여줘 최근 국정농단 주역들과 비교된다. /더팩트 DB
영화같은 이야기, 현실에서 먼저 등장. 영화같은 극적 상황이 계속 반복되더라도 어느 한 구석은 반드시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이어야 관객들은 몰입한다. 사진은 영화 더킹의 정우성. /영화 더킹 스틸
영화같은 이야기, 현실에서 먼저 등장. 영화같은 극적 상황이 계속 반복되더라도 어느 한 구석은 반드시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이어야 관객들은 몰입한다. 사진은 영화 '더킹'의 정우성. /영화 '더킹' 스틸

[더팩트|강일홍 기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 만족도의 기준은 공감대다. 이미 픽션임을 알면서도 터무니없는 허구처럼 느껴지면 흥미는 반감된다. 영화같은 극적 상황이 계속 반복되더라도 어느 한 구석은 반드시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이어야 관객들은 몰입한다. 흥행에 목숨을 건 상업영화의 제작자와 감독한테는 늘 고민이고 숙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요즘 민낯으로 드러나고 있는 권력주변의 추문들은 마치 영화속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런 일이"라고 혀를 내두를수록 구미 당기는 소재로 그 가치는 상승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스토리란 점에서 대중적의 관심사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영화같은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현실에 살고 있어서일까. 최근들어 실제 국정농단 장본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잇달아 등장해 화제다.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 속 총리의 설정이 애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새 영화 '더킹'의 정우성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연상시켜 또다른 관심사다.

우연일까 의도일까. 영화 더킹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과 닮은 꼴 검사의 밑그림이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더팩트 DB
우연일까 의도일까. 영화 '더킹'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과 닮은 꼴 검사의 밑그림이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더팩트 DB
말투와 헤어스타일, 언행이 모두 박대통령을 닮았다? 김해숙(오른쪽)이 영화 터널에서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연기한 국민안전처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더팩트 DB
말투와 헤어스타일, 언행이 모두 박대통령을 닮았다? 김해숙(오른쪽)이 영화 '터널'에서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연기한 국민안전처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더팩트 DB

◆ 정치검사 국정농단과 권력주변 추문들, 마치 영화속 이야기만큼이나 흥미진진

"대통령께서 집무실에 계셨습니까?" "대통령은 판단능력을 상실하셨어요! 우리가 여기서 건의해야합니다. 도대체 지금 어디 계신 겁니까?" 지난해 개봉된 영화 ' 판도라'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지나친 오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장면 자체가 삭제처리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세월호 사건과 박대통령의 궤적을 먼저 그려내고 상상한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바로 김기춘 전 실장이다. 박정우 감독은 "김기춘 전 실장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영화에서는 총리로 바뀌었지만 박 감독은 초고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비서실장을 고수했다. 그는 "어떤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투자사의 강력한 요청으로 비서실장직을 총리로 바꿨다"고 털어놨다.

관객이 보기엔 사소하게 비쳐지는 캐릭터 조차도 감독한테는 중요할 때가 많다. 이는 감독이 배우의 역할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는 설득력 때문이다. 영화 '터널'에선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국민안전처 장관이 화제였다. 말투와 헤어스타일 등 박대통령을 닮은듯한 김해숙의 언행은 감독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평을 들었다.

키울건 키우고, 덮을건 덮고. 정치검사의 국정농단을 그린 더킹은 검찰과 언론, 재벌이 한데 섞여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스토리다. /영화 더킹 스틸
'키울건 키우고, 덮을건 덮고'. 정치검사의 국정농단을 그린 '더킹'은 검찰과 언론, 재벌이 한데 섞여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스토리다. /영화 '더킹' 스틸

◆ 영화와 드라마속 등장인물의 '기막힌 현실속 일치', 예견하듯 생생한 재연 화제

오늘(18일) 개봉된 '더킹'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풍자하고 있다. 검찰과 언론, 재벌이 한데 섞여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스토리다. 검사장 자리를 노리는 한강식(정우성)이 용한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고, 정의감에 불타던 박태수(조인성)는 여학생을 성폭행한 비행 체육교사를 권력의 힘과 야합해 눈감아준다.

영화는 키울건 확실하게 키우고, 덮을 건 덮고, 잘못되면 도마뱀 꼬리 자르듯 끊어내버리는 변질된 검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물은 고이면 썩게 마련이지만, 정치검사가 권력맛에 물들면 사회악이 될 수 있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과 닮은 꼴 검사의 밑그림이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최순실 게이트와는 전혀 무관할 것같은 드라마 '밀회'에 정유연(정유라 본명) 최태민이 등장하고,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유력 신문사 논설주간이 예견이라도 하듯 생생히 비쳐졌다. 모두 실제 사건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수년전 기획한 이런 작품들이 애초 특정인을 염두에 뒀을리 없으니 우연치고는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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