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저한테 이런 작품이?" 배우 조인성이 '쌍화점' '비열한 거리' 등 촬영 회차가 많은 작품에 출연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더킹' 104회차 중에서 100회차에서 연기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
'쌍화점' 120회차, '비열한 거리' 100회차 이어 '더킹'도 100회차 촬영 부담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조인성(36)은 지난 1998년 지오지아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공군 부사관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2009년 4월 공군 입대 전까지 드라마 '점프' '학교3' '뉴 논스톱' '피아노' '대망'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영화 '마들렌' '클래식' '남남북녀' '비열한 거리' '쌍화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국내 톱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출연하는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며, '클래식'이 154만여명, '비열한 거리'가 204만여명, '쌍화점'이 377만여명을 불러들이는 등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
2011년 만기 전역한 조인성은 연기 복귀를 늦추고 있었다. 절친으로 알려진 박광현 감독이 대작 '권법'을 제안하자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였다. 당시 200억원이라는 제작비 등 한국에는 없던 SF영화라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되자, 2년이나 기다린 조인성은 결국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컴백했다. 결과적으로 조인성은 '권법'에서 하차했지만, 대중은 그를 '의리의 아이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방송 이듬해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어 지난해 '디어 마이 프렌즈'에 특별출연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면서, 야심차게 연기한 작품이 바로 '더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이다. 조인성은 오는 18일 개봉될 '더킹'에서 그 누구보다 수트가 잘 어울리는, 열혈 검사에서 권력의 중심인 한강식(정우성 분) 부장검사의 측근으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박태수로 분했다. 박태수의 분량은 상당했다. 엔딩 크레딧에는 조인성의 이름이 정우성보다 먼저 나온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난 조인성은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봤다.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나오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혹시 제가 영화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라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괜히 많이 나오는 작품을 선택했나?' '드라마를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큰 스크린에 끊임없이 나오니까 어디론가 숨고 싶었어요. 요즘은 멀티캐스팅이 대세인데 저한테는 왜 또 이런 작품이 들어오지 싶었죠. 이번에 104회차 촬영 중에 100회차 정도 출연했는데, '쌍화점'이 120회, '비열한 거리'가 100회였거든요. '왜 이런 영화에 끌리지?'라는 생각과 함께 중압감, 책임감이 엄습하더라고요. 그래도 영화를 한다면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소재를 해보자는 게 제 욕심이었죠."
다음은 스스로의 욕심을 제대로 채운, 그리고 관객들의 욕심도 채운 조인성과 일문일답.
조인성은 '더킹'이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것에 대해 "대중적인 호감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
-시사회 이후 주변 반응이 어땠나?
저희끼리는 '고생했다'고 했죠. 개봉만을 학수고대했는데 그 날이 왔으니까요. 시대에서 시대를 넘어가는 '브릿지(연결장면·bridge)'가 중요한데 정말 자연스럽더라고요.
-오랜만의 영화 현장이었다.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어땠나?
드라마로 시작해 드라마가 편할 수 있죠. 배성우 선배는 연극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배성우 선배가 '연극은 딱 2시간 10분이면 끝나. 더우면 에어컨 켜져 있는 곳에서 연기하고 추우면 히터 틀고 연기하니까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와 드라마의 시스템이 다른데, 그래서 저는 반사전제작 드라마가 더 맞더라고요.
-영화 자체가 통쾌한데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상업영화이니까, 15세 이상 관람가 안에서 담을 수 있는 걸 담으려고 했어요. 아니면 미국 영화처럼 쎄게 가야하는데 그러면 태수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관객들이 태수에 동화돼 세상을 바라봐야하는데 욕을 한다거나 잔인한 행동을 하면 공감하기 힘드니까요.
-아주 제대로 풍자를 했다. 속이 시원할 정도였다.
우리는 풍자를 하려고 했죠. 희화화해 웃음을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합리적인 의구심이 사회적으로 퍼졌잖아요? 웃자고 만들었는데 웃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영화 촬영 때는 '너무 웃겨'라고 했는데 리얼한 게 돼 웃기더라도 안타깝죠. 어쩔 때는 익숙한 게 좋기도 하지만요.(웃음)
-'더킹' 제작과 관련해 검찰의 감시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저는 받은 적이 없어요. 만약에 받으면 도와주세요.(웃음) 관객들이 지켜주시지 않을까요?
"내가 바로 현대" 조인성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더킹'에 출연하면서 "내가 바로 현대이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
-영화를 위해 현대사를 따로 공부했나?
교련복을 입었을 때를 빼고는 제가 88올림픽, 호돌이와 함께 만국기를 봤기 때문에 현대사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제가 '현대'입니다.(좌중 폭소)
-그동안 멜로가 강한 작품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남자들이 많은 영화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여배우는 각자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천천히 가까워지는 편이죠. '술한잔' 얘기도 누나들이 먼저 해야지 제가 '누님, 술한잔 하시죠?'가 안되잖아요.(웃음) 남자끼리는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비 언어적으로 말이죠. 저랑 (정)우성이 형이랑 8살 차이가 나고 저랑 (김)우빈이 8살 차이죠. 제가 우성이 형을 자연스럽게 본 건 (차)태현이 형이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류)준열이한테도 제가 형들한테 받았던 것처럼 대했던 것 같아요. 저도 전도연, 고현정, 조재현 등 선배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셨거든요.
-가장 어려운 선배가 있다면?
차태현과 고현정 선배죠. 태현이 형은 카리스마가 있어요. 화면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착하고 사랑스럽지만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죠. 고현정 누나는 굳이 제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마지막으로 '더킹'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메시지는 강하지만 가벼운 터치로 가는 영화죠. 유머도 있으면서 진중함도 있는, 그게 잘 버무려진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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