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정우성 조인성의 '더킹', 젖은 솜처럼 가벼우면서도 묵직
입력: 2017.01.16 06:37 / 수정: 2017.01.16 06:40
영화 더킹이 오는 18일 개봉된다. 더킹은 한강식 부장검사와 그를 신봉하는 박태수 양동철 검사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더킹 포스터
영화 '더킹'이 오는 18일 개봉된다. '더킹'은 한강식 부장검사와 그를 신봉하는 박태수 양동철 검사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더킹'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솜은 가볍지만 물에 젖으면 묵직하다. 영화 '더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더킹'은 경쾌함을 무기로 날카로운 세태를 풍자했다. '감시자들'에서 완벽한 범죄 설계자 제임스를 연기한 정우성이,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무소불위의 부장검사 한강식을 연기했다. 조인성은 한강식 부장검사 라인을 타면서 신세계를 경험하는 신임 검사 박태수를 맡았다.

영화는 매우 적나라하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풍자했다. 검찰과 언론, 재벌은 서로가 엮여 정치판을 좌지우지했다. 검사장 자리를 노리는 한강식은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누가 다음 대통령인지를 묻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진영에 상대편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세상을 구축한다.

정의감에 불탔던 박태수는 자신이 가르치던 여학생을 성폭행한 체육교사(오대환 분)에게 벌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양동철(배성우 분) 검사가 찾아와 "이번 건은 덮자"고 제안한다. 체육교사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고 한강식과 막역한 사이란게 바로 눈감아줘야할 연결고리다.

한강식 라인을 타느냐, 정의를 지키느냐의 기로에 선 박태수는 한강식의 일장연설을 듣고 권력의 옆에 서기로 한다. 이때 박태수의 고향 친구이자 목포 건달 김응수(김의성 분)의 오른팔 최두일(류준열 분)이 "더러운 일은 내가 할테니 너는 대한민국의 왕이 되라"면서 궂은 일을 자처한다.

더킹에는 정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모든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펼친 결과, 더킹은 웰메이드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영화 더킹 스틸
'더킹'에는 정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모든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펼친 결과, '더킹'은 웰메이드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영화 '더킹' 스틸

세상은 한강식과 양동철, 박태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밀고 있는 정당의 반대파 국회의원 엄현기(장명갑 분)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측근인 백기자(김민재 분)를 이용해 여론몰이도 한다. 엄현기가 "명백한 표적수사"라며 거세게 나오자 유명 여배우의 마약 투약 비디오를 언론에 흘리기도 한다.

권력의 맛을 본 박태수는 썪기 시작한다. 유명 앵커 임상희(김아중 분)와 결혼했지만 연예인 전희성(황승언 분)과 바람을 피운다. 여동생 박시연(정은채 분)와 매제(박정민 분)가 아버지 박명훈(정성모 분)과 함께 소위 '떳다방'을 운영해 피해를 보자 아내의 비밀금고에서 돈을 훔쳐 갖다 주기도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검사들 옷벗기는 재주가 있는 검사 안희연(김소진 분)은 한강식을 줄기로 박태수, 양동철, 김응수, 최두일을 대상으로 수사를 한다. 전희성과 박태수의 관계를 꼬투리로 잡아 한강식까지 올라가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한강식과 양동철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 박태수를 지방으로 보내버리고, 김응수의 돈을 빼돌리고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최두일을 잡기로 한다.

영화는 작정하고 관객들을 웃긴다. 먼저 명확한 증거를 갖고 움직이는 검사들이 무당을 찾아간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지 물어보거나, 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굿을 하기도 한다.

더킹은 웃지 못할 장면들이 매우 많이 등장한다. 유명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여자를 끼고 놀던 검사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무당을 찾기도 한다. /영화 더킹 스틸
'더킹'은 웃지 못할 장면들이 매우 많이 등장한다. 유명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여자를 끼고 놀던 검사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무당을 찾기도 한다. /영화 '더킹' 스틸

그러나 웃을 수만 없는 게, 여의도에 국회의원들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무당 얘기는 이미 구전된 바 있다. 비단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의 굿과 따로 말이다. 또한 재벌 총수 중 일부는 가까이 두고 의견을 묻는 무당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우성은 노래를 부르라는 추종자들의 외침에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열창한다. 가벼운 안무도 함께다. 또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가 그룹으로 데뷔해도 좋을 것 같은 명장면이 있는데, 이는 영화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그룹명은 '쓰리스타'(3성, 셋 모두 이름에 '성'자가 들어간다)으로 하면 될 전망이다.

한재림 감독은 '더킹'의 장르를 블랙 코미디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유쾌하게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그 무게는 유지했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김의성, 김민재, 정성모, 정은채, 김소진, 황승언, 이주연, 박정민, 김규선, 한수연, 조우진, 조완기, 송형수 등은 모두 그 무게를 견뎠다. 심지어 3~4신(scene) 정도 나오는 고아성마저도 완벽했다.

오는 18일 15세이상관람가로 개봉된다. 러닝타임은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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