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시그널' 평행이론.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현실 비판 드라마 tvN '시그널'도 소환되고 있다. /SBS, CJ E&M 제공 |
설(레는) Re(플) : '시그널'에 이재한 형사님이 있다면 '낭만닥터'에는 김사부(dd****)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목 막힌 고구마 앞에 사이다를 한 잔 건네는 드라마,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김사부(한석규 분)는 강직하고 올바른 의사로 열렬한 지지자들을 양성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난해 11월 7일 시청률 9.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뒤, 지난 10일 19회에서 26.7%까지 치솟았다. 첫 방송 후 새로운 드라마가 경쟁작으로 들어섰지만 흔들리지 않고 종영을 1회 앞둔 시점까지 꾸준히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학드라마라고 하면 흔히 의사들의 병원 내 권력 싸움과 암투 또는 의사 가운을 입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 중 한쪽이 떠오르곤 했다. 전자의 경우 장르물 분위기가 짙어 호불호가 갈리기 쉬웠고, 후자의 경우 의학드라마보다는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장르를 썼다.
한석규의 메시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한석규는 김사부 역을 맡아 인간적인 깨우침과 의사로서 사명감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SBS 제공 |
'낭만닥터 김사부'에도 거대병원의 권력과 '갑질', 김사부의 억울한 사연,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서현진 분)의 설레는 러브 라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김사부의 가치관 그리고 강동주 윤서정의 성장기이다.
김사부는 가히 국내 최고 의사로 꼽히는 실력의 소유자다.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먼저인 굳건한 소신은 마음 깊은 곳에 따끈한 울림을 전달한다. 환자를 대하는 에피소드뿐 아니라 계급사회 피해의식에 젖은 강동주에게 일침을 가하거나 트라우마를 지닌 윤서정을 품으면서도 냉철하게 단련시키는 모습은 단순히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를 넘어 이상적인 인간 군상을 구축했다.
강한 자에겐 강한 카리스마로 대적하며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약한 자에게 마냥 따뜻하지만 않고 더는 약자로 머물지 않도록 일으켜주는 인생 선배다. 그래서 그의 말 한 마디는 따끔한 교훈을 남기면서도 속을 뻥 뚫는다. 특히 앞으로 김사부가 거대병원 원장 도윤완(최진호 분)에게 반격을 예고해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결말을 기대케 하고 있다.
조진웅의 카리스마. 조진웅은 '시그널'에서 이재한 형사 역을 맡아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CJ E&M 제공 |
최근 시청자들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며 답답한 현실 속 '사이다'처럼 시원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tvN '시그널'을 함께 추억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를 염원하는 분위기도 '시그널' 종영 때와 비슷하다.
김사부와 이재한(조진웅 분) 형사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이재한 역시 미래의 박해영(이제훈 분)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검은 세력의 음모를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의 우직한 행보에 많은 이들이 "이재한을 살려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누리꾼은 '낭만닥터 김사부'와 '시그널'을 떠올리며 "나라가 어수선하니깐 서민 영웅을 사람들이 꿈꾼다(ttls****)" "저런 형사 저런 의사가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 이 모양이진 않겠지(cssi****)" "오~~~~ 멋진 아재들(sunn****)" "뭔가 저들을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마치 영웅 같은 느낌(geni****)" "이재한 같은 경찰이 과연 있긴 할까(he12****)" "의사는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고 경찰은 범인 잘 잡아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니까(ash6****)" "현실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내 일처럼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도와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열광하는 거죠(sdsd****)" "기득권이라는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하기에 저 드라마에 열광하는듯(oran****)" "덕분에 이 난리에도 행복했습니다(tmdw****)" 등 반응을 보였다.
김사부 이재한의 로망. 한석규(왼쪽) 조진웅이 연기한 김사부와 이재한은 현실 속 로망을 실현하는 캐릭터다. /SBS, tvN 제공 |
김사부와 이재한 모두 어떻게 보면 판타지로 무장한 인물이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편한 길보다 힘든 길로 돌아가면서까지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실천 단계에서 가로막히기 때문에 정말 드라마 주인공이니까 가능한 일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도 김사부와 이재한을 볼 때 느끼는 진한 카타르시스는 '진짜배기'다.
아쉽게도 다음 주면 김사부는 안방극장을 떠난다. 정치권 안팎의 우울한 소식으로 요즘 통 가라앉지 않는 짜증 섞인 체증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해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필자 또한 많이 서운해질 것같다. 벌써부터 김사부와 이재한 얼굴에 겹쳐 보일 또 다른 '사이다' 주인공을 기다리는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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