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곽현화. 방송인 곽현화는 11일 SNS에 이수성 감독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심경을 고백했다. /더팩트 DB |
곽현화, 이수성 감독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심경 고백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방송인 곽현화(36)가 이수성 감독(41)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곽현화는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자신의 상반신 노출 영화를 동의 없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수성 감독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심경을 담은 긴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날 게재한 글에서 "그 사람(이수성 감독)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말로 나왔고, 그 사람 목소리가 담긴 녹취도 있고, 스태프 2명의 녹취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정 소송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억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대학교 다니면서 배운 여성학, 그때는 이런 게 왜 필요한지 몰랐다. 사회의 많은 곳에서 여성은 소비되고 이용된다. 그래서 여성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의미를 배우는 학문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송인 곽현화는 자신의 상반신이 노출된 영화를 동의 없이 유포한 혐의로 지난 2014년 4월 이수성 감독을 고소했다. /더팩트 DB |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무고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계약 체결 당시 노출 장면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 씨는 곽 씨에게 갑작스럽게 노출 장면을 촬영하자고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제로 이 씨는 노출 장면을 요구했고 곽 씨도 거부 않고 응했다"고 꼬집었다.
곽현화는 지난 2012년 이수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전망 좋은 집'에 출연했다. 당초 감독은 상반신 노출 장면은 찍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곽현화를 설득해 노출 장면을 찍었다. 이후 곽현화는 노출 장면 공개를 거부했고, 이 감독은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영화를 개봉했다. 그러나 감독은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 등 이름으로 영화 투자·배포사,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 IPTV 등에 유료 판매했다.
이에 곽현화는 지난 2014년 4월 이 감독을 고소했고, 검찰은 이 감독에게 성폭력처벌법과 곽현화를 맞고소한 것에 대한 무고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곽 씨가 노출 장면 촬영에 합의했고 촬영된 결과물에 대한 권리는 모두 나에게 있는데 마치 내가 권리 없이 영화를 일방적으로 배포한 것처럼 나를 고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은 곽현화 심경 글 전문이다.
아침부터 문자 오고 전화가 왔다. 역시나 올 것이 왔구나 했다. 인터넷 실시간에 오르고 기사가 도배되고. 좋지도 않은 소식이지만 무엇보다 더는 이걸로 실시간에 오르는 게 싫었다.
무죄. 그 사람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말로 나오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도 있고, 스태프 2명의 녹취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는 참고용일 뿐 증거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사람의 녹취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라 내가 녹취하겠다는 의도 아래 녹취했기 때문에. 그리고 두 명의 스텝은 녹취록을 제출하고 나니 자신의 말은 경황이 없어 한 말이니 취소해 달라고 해서 인정 안 된 것.
이번에 법정 소송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1.거짓말 탐지기는 증거로 쓰이지 않는 것. 그래도 한다는 것.
2. ‘합의 하에 찍는다’라는 계약 문구 외에는 더는 내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합의해서 빼기로 약속한 노출신을 넣어 재배포했을 때 너무 화가 나고,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은 2년이나 지난 후였고, 증거는 감독과의 구두계약밖에 없었다. 녹취라도 해야 증거가 남겠다 생각해서 전화하고 녹취를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고 내가 녹취하고자 하는 의도 아래 한 거라 크게 인정 안 된다는 것.
2년 전으로 시간을 다시 돌려서 그때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노출 장면은 찍지 않기로 했지만 상황에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 편집본을 보고 현화 씨가 판단하라는 감독의 구두 약속. 편집본을 보고 빼달라고 했으나 감독이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나는 겁이 났다. 이러다 안 빼주는 거 아닐까. 그대로 극장에 걸리는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울면서 "빼주셔야 해요. 약속했잖아요. 제발 빼주세요"라고 말했었다. 감독과의 녹취에서 감독이 스스로 잘못했다, 현화 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다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 제가 울면서 빼달라고 했었잖아요"라고 얘기한 것이 이번에 문제가 됐다. 당연한 계약이었으면 울면서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도 정의 아닐까. 하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 상황, 입장. 이런 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
3. 스태프 2명은 전부 감독의 말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지지하는 말을 했지만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은 영화계에서 계속 먹고 살아야 하고, 감독과의 관계에서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내 증거 모으자고 녹취한 것, 그분들께 죄송하다. 그리고 그들이 말을 취소한 것 충분히 이해가 됐다. 내부고발하시는 분들, 정말 큰 용기 가진 분들이라는 것.
이것 외에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억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대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여성학. 그때는 이런 게 왜 필요하지 했었다. 사회의 많은 곳에서 여성은 소비되고, 이용된다는 것. 그래서 여성이 처한 사회적 위치, 그 의미를 배우는 학문이 아직은 필요하다는 것. 사람을 믿는다는 게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 됐다는 것.
글을 쓰는 동안 많은 분이 위로해주셨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저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아요. 힘낼게요. 당당함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게요.
제가 요즘 시사, 경제프로그램 하다 보니 저보다 힘들고, 억울한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그분들께 위로 되고 힘 드리는 방송인 곽현화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