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판도라' 외압 사실? 박정우 감독 "이경영役 비서실장서 총리로 수정"
입력: 2016.12.30 12:54 / 수정: 2016.12.30 14:33
판도라 박정우 감독이 영화 제작 초기 있었던 외압에 대해 고백했다. 박 감독은 영화 속 비선실세를 국무총리로 촬영했으나 시나리오 상 비선실세는 비서실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압박으로 인해 비서실장을 총리로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임세준 기자
'판도라' 박정우 감독이 영화 제작 초기 있었던 외압에 대해 고백했다. 박 감독은 영화 속 비선실세를 '국무총리'로 촬영했으나 시나리오 상 비선실세는 '비서실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압박으로 인해 비서실장을 총리로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임세준 기자

백경숙 제작PD "촬영 도중 갑작스런 협조 취소로 난항"

[더팩트|권혁기 기자] 제작단계부터 외압 논란이 있었던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상영관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언론플레이하는 것 같아 조금은 조심스럽다"고 말문을 연 박정우 감독은 27일 <더팩트>와 전화인터뷰에서 "사실 시나리오 상 대통령(김명민 분)보다 더 권력이 있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로는 총리(이경영 분)가 아닌 비서실장이라는 설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은 "그러나 촬영 직전 최종 시나리오를 수정해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다"면서 "투자사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다른 것은 뭐든지 감독님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비서실장을 총리로 바꿔달라는 요청이었다. 정중하게 제안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역할을 변경했다"고 회상했다.

영화에서 총리는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전, 문제가 예상되자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언론을 통제하거나 국가원수급 지시를 내린다. 재난 컨트롤타워를 장악하고 '계엄령'을 운운하기도 한다.

"총리가 대통령보다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지요. 초고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비서실장을 고수했는데 총리로 바꾸지 않으면 제작에 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얘기하더라고요. 직책 하나 때문에 몇 년을 쏟아 부은 영화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꾸게 됐죠. 투자사에서 먼저 알고 제안을 했는지, 어디서 요구를 받았는지는 그때도 지금도 모릅니다."

직책 말고도 또다른 회유가 있었다. 박 감독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서 원전을 폭파시키지 않고 폭파 직전에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긴 소설을 주면서 한번 읽어 보라고 했다"면서 "이런 걸 찍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 원전 전경 및 홍보관 촬영을 협조하겠다는 게 한수원의 제안이었다.

영화 판도라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보다 더욱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무기력한 대통령은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컨트롤타워를 장악한다. /영화 판도라 스틸
영화 '판도라'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보다 더욱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무기력한 대통령은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컨트롤타워를 장악한다. /영화 '판도라' 스틸

"원전 촬영만으로도 우리는 제작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세트를 짓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작비 125억원 중 10여억이면 매우 큰 돈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영화를 생각해 포기했습니다."

사실 '판도라'는 캐스팅부터 난항을 겪었다. '판도라' 백경숙 PD는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본 대부분 실장급 매니저들이 '캐스팅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난항이 예상되던 가운데 김남길이 선뜻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나서줘 캐스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시작을 3주 앞둔 시점에서 10여 군데에서 시간차를 두고 '이유를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장소 제공이 어렵게 됐다. 죄송하다'고 연락이 왔다"며 "촬영 도중에도 섭외가 끝난 장소에서 '행사가 잡혔다'고 연락이 왔다. 이때부터 '판도라'의 전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SNS 함구령이 내려졌다. 어디서 무엇을 찍는지 알리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털어놨다.

실질적인 외압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부산지역에서 촬영 당시 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에서 영화촬영협조공문을 발부하지 않았으며 담당 실무자는 '윗선에서 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합니까'라며 미안해 했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지원하는 '버추얼 지원 사업'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분기 안에 CG분량이 많은 영화에 2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의 자격요건을 갖추고도,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끈질기게 항의해 2억원 중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게 백경숙 PD의 고백이다.

반면 '판도라'와 같이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에서 배급한 '부산행' 촬영 당시에는 오히려 부산 영상위 측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는 NEW 측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배우 김남길은 판도라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영화 판도라 스틸
배우 김남길은 '판도라'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영화 '판도라' 스틸

박정우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제 이름이 올라와 있더라. 블랙리스트도 블랙리스트지만,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저의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을 결정해준 CAC엔터테인먼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배급을 맡은 NEW에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개봉보다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뚝심있게 묵묵히 길을 걸어 온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렸다. 29일 기준 누적 관객 415만 3600여명을 기록하며 의미있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판도라'는 4년 간 기획하고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만큼 탄탄하고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초대형 스케일,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으로 개봉 전부터 세계적인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해외 판권을 구매, 전 세계 190여개국 배급이 결정됐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김명민이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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