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연말 공연계, '김영란에 울고 최순실에 좌절'
입력: 2016.12.28 08:14 / 수정: 2016.12.28 12:53
콘서트 흥행 스타들도 위축된 2016년 공연계. 올 연말엔 조용필을 비롯한 이승철 싸이 이선희 등 주요 흥행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그나마 위축된 공연계의 명맥을 유지했다. 왼쪽부터 이선희 조용필 이승철 싸이. /더팩트 DB
콘서트 흥행 스타들도 위축된 2016년 공연계. 올 연말엔 조용필을 비롯한 이승철 싸이 이선희 등 주요 흥행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그나마 위축된 공연계의 명맥을 유지했다. 왼쪽부터 이선희 조용필 이승철 싸이.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송구영신,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하는 분위기에 들뜨기 마련이다. 한데 2016년을 사흘 남겨둔 지금, 대중 문화계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돈이 장기화되면서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지만, 올 하반기 김영란법까지 악재가 겹친 공연계는 유독 더 우울한 연말이 됐다.

과거엔 장기 경제 불황이라도 공연계의 '송년 대목'만큼은 어느 정도 유지돼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9월 시행된 '김영란법' 파고로 한풀 꺾이더니 최순실발 촛불시위와 정국불안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중국 정부의 사드 후폭풍도 한몫을 거들었다. 대륙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 역풍이 중국관광객 축소로 이어지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각종 공연 이벤트까지 연달아 악영향에 시달렸다.

공연계의 연말 성수기란 말도 옛말이 됐다. 김영란법으로 기업 등에서 단체로 구입해 거래처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스폰 티켓' 문화가 사라진 데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극장이나 공연장을 찾는 정서마저 실종됐다. 통상 연말이면 차분하게 공연을 보며 문화생활을 즐기던 사람들까지 올핸 '차라리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먹는' 풍속도로 바뀌었다는게 공연계의 분석이다.

최순실이 모든 뉴스를 삼켰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사회불안 정국이 휩쓸면서 올 하반기 공연계는 유례없이 크게 위축됐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촉구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촛불 집회. /더팩트 DB
"최순실이 모든 뉴스를 삼켰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사회불안 정국이 휩쓸면서 올 하반기 공연계는 유례없이 크게 위축됐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촉구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촛불 집회. /더팩트 DB


사회부조리 척결을 위한 법률이 공연계를 울렸다. 올 연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특히 공연계가 직격타를 맞았다. 김영란법 세트 출시를 알리는 한 식당 안내문. /더팩트 DB
사회부조리 척결을 위한 법률이 공연계를 울렸다. 올 연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특히 공연계가 직격타를 맞았다. 김영란법 세트 출시를 알리는 한 식당 안내문. /더팩트 DB

◆ 김영란법 직격타+최순실 촛불 정국, 공연계 송년 대목 초토화

"무엇보다 최순실 바람이 크죠. 최순실이 모든 뉴스를 집어삼키면서 공연계가 아예 초토화 됐습니다. TV를 켜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청문쇼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극장이나 공연장엔 아예 눈길을 줄 틈이 없는 거죠. 뉴스가 예능보다 재밌잖아요. 비선실세, 평범하기만 한 보통 아줌마가 대통령 위에 군림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해외토픽감이었니까요. "

최근 유명 트로트가수의 연말 디너쇼를 기획 연출한 쇼당ENT 서현덕 대표는 "어렵게 공연을 론칭했더라도 손해 안보고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지인 부탁으로 티켓을 구매하고도 공연당일 참석을 취소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좌석 배치를 바꾸거나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불황과 정국불안까지 공연계는 안팎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공연이 몰린 주말엔 피해가 더 크다. 매주 토요일 대규모 집회 한복판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순실 관련 촛불시위가 본격화된 지난 10월부터 관객들이 극장 대신 집회 현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는 한꺼번에 취소표가 몰아쳐 손해가 억 단위로 치솟았다. 연말 특수는커녕 유례 없는 암흑기에 시달렸다.

트로트 가수 연말 디너쇼는 더 큰 피해. 송대관 디너쇼 등 몇몇 공연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올 연말 디너쇼는 객석을 채우지 못해 중단되거나 축소돼 진행됐다. /더팩트 DB
'트로트 가수 연말 디너쇼는 더 큰 피해'. 송대관 디너쇼 등 몇몇 공연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올 연말 디너쇼는 객석을 채우지 못해 중단되거나 축소돼 진행됐다. /더팩트 DB

◆ 스폰서 기업 단체 관람 통한 '송년회 대체' 옛말, 공연계 꽁꽁

또 다른 공연 기획자인 모비ENT 권선복 대표는 "최순실 이슈와 청문회 정국에 국민적 관심이 매몰돼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사그라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TV를 켜면 극장보다 더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마당에 굳이 돈을 주고 공연을 볼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예측한 몇몇 기획자들은 올 연말 공연을 일찌감치 포기한 사례가 많았다.

크리스마스 열기가 실종된 것도 예년과 다른 풍속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들이 캐럴음반을 포기한데는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필연의 결과다. 덩달아 크리스마스 캐럴 분위기까지 다운된 연말 극장가는 이미 상당 부분 줄어든 공연마저 관객이 20%~30% 이상 감소했다. 한숨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조용필을 비롯한 이승철 싸이 이선희 등 주요 흥행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고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위축된 분위기까지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에 비하면 트로트 가수들의 디너쇼는 주로 지인과 스폰서를 등에 업고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콘서트와 달리 흥행기복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영란법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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