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대중문화예술인 수천명, '무더기 블랙리스트'에 감춰진 비밀
입력: 2016.11.23 13:56 / 수정: 2016.11.24 07:07
우호자 명단이 블랙리스트로 둔갑? 연예가 안팎에서는 이번 대중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에 작성된 리스트가 근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던 대중예술인들은 50명 단위로 청와대에 초청돼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중예술인 S씨 제공
'우호자 명단'이 블랙리스트로 둔갑? 연예가 안팎에서는 이번 대중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에 작성된 리스트가 근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던 대중예술인들은 50명 단위로 청와대에 초청돼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중예술인 S씨 제공

[더팩트|강일홍 기자] "야, 쟤를 왜 쓰냐? 저 친구는 00쪽 사람 아니냐, 빼, 빼, 괜히 넣었다가 나중에 말썽 생기면 골치 아프다. 아, 그리고 00는 괜찮다, 문제 없으니 넣어."

22일 오후 여의도 방송가에서 만난 한 중견 PD의 말은 일단 '가상 현실'이라는 전제를 달았어도 매우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최순실-차은택 게이트'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맞춰진 뜨거운 관심 탓이다.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정체불명의 명단이 나돌면서 연예가 안팎이 뒤숭숭하다.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이 모두 4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1608명, 그리고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이다.

이 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에서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그 진위 여부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더팩트>가 블랙리스트에 언급된 일부 연예인들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아니다" "지지선언한 적 없다" "금시초문이다" 등 상당수는 본인 의사에 반해 올라간 경우가 많았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지지 문화예술인 명단'에 포함된 K씨는 "지금껏 누굴 지지하거나 나서본 일이 없다. 지금도 내 이름이 왜 올라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스트에 오른 면면을 보면 누가봐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고, 근거도 미약해 공감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기준이 불투명해 근거가 미약하다?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명명된 블랙리스트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이 모두 4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섹션TV 연예통신 캡쳐
기준이 불투명해 근거가 미약하다?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명명된 블랙리스트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이 모두 4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섹션TV 연예통신 캡쳐

2012년 12월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문화예술인 리스트에 오른 배우 하지원의 경우는 또 다른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병원을 이용하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이란 가명을 사용한데 이어 문체부 주관의 한복홍보대사로 활동한 인연과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원은 지난해 10월 가진 '2015 한복의 날'(10월21일) 행사에 문체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가 선정한 한복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만났다. 이 때문에 하지원이 문재인 지지선언 명단에 포함된 사실 자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영화계의 한 지인은 "색깔이 모호하고 불투명해 송강호나 박찬욱, 그리고 최근 소신발언이 전해진 정우성과 크게 비교된다"면서 "설령 지지자였다하더라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을 정부행사 홍보대사를 시키고 대통령까지 만났다면 그 또한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지원 소속사인 해와달 관계자는 <더팩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올랐는지 모르고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이전 소속사에서 있었던 일이라 우리로선 알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 固所願 ). 하지원은 지난해 10월 가진 2015 한복의 날(10월21일) 행사에 문체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가 선정한 한복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만났다. /청와대 제공
불감청고소원(不敢請 固所願 ). 하지원은 지난해 10월 가진 '2015 한복의 날'(10월21일) 행사에 문체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가 선정한 한복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만났다. /청와대 제공

하지원의 이전 소속사 대표였던 B모씨는 이를 재확인한 기자에게 "하지원과는 2012년 10월까지 함께 일했고 그후 갈라섰으며, 대선은 12월이었다. 지지선언을 했다면 대선 몇개월 전쯤이었을텐데 내 기억에는 하지원씨가 누구도 지지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지원씨가 정치적 소신을 갖고 공식적으로 했다면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오랜시간 소속배우로 호흡해온 내가 아는 한 당시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하지원의 경우 지금의 상황이 차라리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마음 속으로는 간절하지만 감히 청하지 못함'의 의미)이라는 말도 나온다.

연예가 안팎에서는 이번 대중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에 작성된 리스트에서 근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에서 적극 지지선언 및 유세지원을 했던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우호자명단'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블랙리스트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당시 이명박 후보 대중문화예술인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S씨는 "대선 승리 후 인수위 시절과 청와대 입성후 각각 50명 단위로 초대받아 대통령과 만찬을 했을 만큼 기여한 예술인들이 대접을 받았다"면서 "반면 반대편에 섰던 박근혜 후보쪽에서는 경선때부터 이미 낙인 찍혔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블랙리스트의 신뢰성에 대해 "워낙 광범위하고 숫자도 많아서 검증해보지 않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2007년 적극 참여했던 예술인들이 포함돼 있는 것은 맞지만 상당부분은 허수가 많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물타기를 위해 특정인들을 마구잡이 끼워넣은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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