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융성위는 차은택 들러리"… 1기 위원 '솔직 고백'
입력: 2016.11.10 11:48 / 수정: 2016.11.10 21:44

문화계 황태자의 초라한 몰락. 최순실 게이트 핵심인물로 지목된 차은택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덕인 기자
'문화계 황태자'의 초라한 몰락. '최순실 게이트' 핵심인물로 지목된 차은택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덕인 기자

"융성위원들이 모인 첫 회의석상에서 차은택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친구인데 꽤 똑똑해 보이더군요. 겉으론 정중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거든요. 알고보니 착각이었죠. 1기 위원으로 참여했던 어떤 교수는 '위원으로 추대된 것만으로 가문의 영광'이라고까지 자부심을 가졌지만 결국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저 만나서 점심 먹고 시간 때우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안나오더군요. 소중한 국가 세금으로 이런 기구를 뭐하러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보기에 문체부 공무원들도 탁상논리였을 뿐이고 이 단체 자체가 정말 유명무실 했어요. 안건을 만들어 정책으로 방영돼야 할 과제를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귀에 경 읽기였으니까요."

[더팩트|강일홍 기자]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CF 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각종 문화 사업에 관여한 정도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은택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을 등에 업고 각종 문화융성 사업을 주물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차은택과 함께 1기 문화융성위원으로 활동한 한 대중문화계 인사 A씨가 10일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에서 당시의 유명무실한 위원회 활동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차 씨의 문화계 농단 의혹은 그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차 씨는 인천 아시안게임 영상감독, 지난해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감독을 거쳐 1급 공무원직인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임명되는 등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1기 문화융성위원으로 참여했던 대중문화계 인사 A씨는 이런 X이 온갖 뒷거래로 부정 행위를 저지르며 대중문화계를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더팩트 DB
1기 문화융성위원으로 참여했던 대중문화계 인사 A씨는 "이런 X이 온갖 뒷거래로 부정 행위를 저지르며 대중문화계를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더팩트 DB

당시 1기 문화융성위원으로 참여했던 대중문화계 인사 A씨는 "처음 차은택이란 사람이 문화융성위에 참여할 때는 단순 아티스트정도로만 알았는데 그가 주도하는 뮤지컬행사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두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X이 온갖 뒷거래로 부정 행위를 저지르며 대중문화계를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A씨는 또 "돌이켜 보면 문화융성위는 이름만 거창했지 있으나마나한 단체였다. 대중문화 현안을 수없이 언급해도 정책에 반영되는 일은 없었다. 소귀에 경 읽기란 이럴 때 하는 말이다. 이미 차은택 등 몇몇 사람이 위에서 방향을 정해놓고 문화계 인사들을 불러 들러리를 세웠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서 일부 위원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차 씨가 현재까지 대중문화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는 무려 20개 안팎에 달한다. 그가 가장 크게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진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은 올해만 903억원이고 내년에 배정된 예산은 374억원이 늘어난 1277억원이었다. 뒤늦게 국회가 문제를 삼으면서 현재는 절반 가량이 줄어든 상태다.

1기 문화융성위에는 A씨를 포함해 배우와 연극계 가요계 인물까지 두루 망라됐지만 실제 한류 사업이나 아티스트를 위한 정부 지원은 거의 없었다. 반면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 간 약 2억원을 들여 준비한 '코리아 체조'는 발표를 앞둔 2014년 11월 갑자기 '늘품체조'로 바뀌었다. 이후 홍보 등으로 3억여원이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고 차 씨의 유령 회사로 제작비가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전성시대의 차은택. 차은택이 정부 문화기구의 실세가 되면서 순수예술은 도외시되고 문화콘텐츠 산업만 강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뮤직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촬영당시 이효리 차은택 이동건(왼쪽부터). /더팩트 DB
뮤직비디오 감독 전성시대의 차은택. 차은택이 정부 문화기구의 실세가 되면서 순수예술은 도외시되고 문화콘텐츠 산업만 강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뮤직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촬영당시 이효리 차은택 이동건(왼쪽부터). /더팩트 DB

문화융성위원회는 '문화적 가치의 사회 확산과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발했다. 하지만 차은택이 실세가 되면서 순수예술은 도외시되고 문화콘텐츠 산업만 강조되는 기이한 구조로 변질됐다는게 문화계 인사들의 인식이다.

A씨는 "대통령령에 근거한 문화융성위가 특정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분탕질됐다는 사실은 그 일원으로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소속 제2기 문화융성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1일자로 새로이 출범했다. 표재순 위원장을 비롯한 신규 위촉된 민간위원 15명, 계속위원 2명, 당연직 위원 5명(교육·미래·행자·문체·국토부 장관)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다. 1기 위원장은 문화부 차관과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동호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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