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김하늘표' 불륜 드라마가 공감받는 이유
입력: 2016.10.26 08:32 / 수정: 2016.10.26 12:52

불륜 합리화 드라마가 아니에요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출연중인 김하늘(사진)·이상윤은 불륜 커플임에도 예상을 깨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더팩트 DB
"불륜 합리화 드라마가 아니에요"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출연중인 김하늘(사진)·이상윤은 불륜 커플임에도 예상을 깨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권태기란 부부나 연인 간에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해 소홀해지거나 싫증이 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치명적으로 상대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단지 반복적이고 스테레오타입한 패턴에 흥미를 잃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당연히 이혼이나 결별을 말할 만큼 관계가 심각하지는 아니지만, 이럴 때 한번씩 꿈꾸는 게 바로 '일탈'이다. 스스로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로맨스로 규정할 테지만, 상대가 또다른 이성이란 점에서 불륜이란 굴레까지 피할 수는 없다.

누가 봐도 분명히 불륜인데, 응원을 받고 있는 묘한 커플도 있다.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는 불륜 커플이 꼬리가 밟히는 것은 당연지사이건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심정을 갖게 하고 심지어는 관계가 들통 나지 않도록 망까지 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김하늘·이상윤 커플의 이야기다. 방영 전부터 '불륜을 합리화하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시청자들은 의외의 공감을 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물론 이런 공감대는 불륜 관계인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도 열결돼 있다. 김하늘(수아)과 이상윤(도우)은 각각의 남편이자 아내인 신성록(진석)과 장희진(혜원)의 잘못된 행동들이 깔아놓은 복선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묘한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연기 역시 응원을 하게 만드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와 드라마 '로드 넘버원'에서 보여줬던 김하늘만의 색깔 연기는 더욱 도드라져보인다.

불륜 아닌 로맨스 드라마. 애인은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유동근 황신혜의 멋진 연기궁합은 매회 시청자들을 들뜨게 했다. 오른쪽 아래는 왼쪽부터 황신혜 이태란 김하늘. /더팩트 DB, 드라마 애인 스틸.
불륜 아닌 로맨스 드라마. '애인'은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유동근 황신혜의 멋진 연기궁합은 매회 시청자들을 들뜨게 했다. 오른쪽 아래는 왼쪽부터 황신혜 이태란 김하늘. /더팩트 DB, 드라마 '애인' 스틸.

◆ 유동근 황신혜 주연 '애인', 시청자 심금 울린 '아름다운 불륜'

꼭 20년 전인 1996년 가을에 방영된 유동근 황신혜 주연의 드라마 '애인'은 '아름다운 불륜'이란 유행어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 운오(유동근)가 여경(황신혜)을 만나 뜨겁게 가슴을 불태우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90년대 중반 통속적인 관념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가려진 30대 남녀의 실상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필자도 당시 로케이션 현장인 제주도까지 직접 동행 취재한 바가 있지만, 이 드라마는 제주 섶지코지 바다 절벽 위에 그림같은 세트를 짓고 촬영을 했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유동근 황신혜의 멋진 연기 궁합은 매회 시청자들을 들뜨게 했다. 분명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불륜 자체를 미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시청률에 매몰돼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불륜 막장과는 차원부터 달랐다는 점에선 인정해줄만하다.

BG로 등장했던 OST곡 '아이오유'(I.O.U)는 시청자들 사이에 드라마 못지 않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불륜임에도 왠지 공감이 가는 듯한 착각은 아름다운 화면 속에 깔리는 음악도 한몫을 했다. 애잔한 피아노 선율에 실린 캐리 앤 런의 달콤한 멜로디에 무한정 빨려들었다. 유동근이 황신혜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건네며 "이 꽃이 시들기 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라는 명대사는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불륜을 두둔하는 듯한 묘한 드라마 속 주인공.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보여줬던 김하늘만의 색깔은 이번 드라마에서 더욱 도드라져보인다.사진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한 장면.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캡쳐
불륜을 두둔하는 듯한 묘한 드라마 속 주인공.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보여줬던 김하늘만의 색깔은 이번 드라마에서 더욱 도드라져보인다.사진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한 장면.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캡쳐

◆ 불륜이든 로맨스든 드라마 영화 스토리 '무미건조한 삶의 활력소'

'공항 가는 길'이 아니라도 최근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을 로맨스로 착각하게 하는 작품은 또 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두번째 스물'은 이태란 김승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20대 시절 서로 연인이었던 민하(이태란)와 민구(김승우)가 40대에 우연히 재회한 뒤 스무살의 설렘으로 리바이벌 사랑에 빠져든다. 민하는 남편과 사별한 '돌싱녀'지만 옛사랑 민구는 두 자녀와 아내를 둔 유부남이란 점에서 역시 특별한 사랑일 수 밖에 없다.

흔히 집토끼보다는 산토끼 잡으러 다니는 게 재밌고, 훔쳐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문명과 관습과 도덕이 앞을 막아도 불륜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세인의 관심사다. 드라마와 영화는 다양한 장치와 구성으로 통속적인 불륜 스토리를 매우 특별하게 엮고 포장한다. '김하늘표 불륜'이 특별한 시선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상 로맨스는 결국 허구다. 내가 해도 불륜, 남이 해도 불륜, '불륜은 불륜'일 뿐이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