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김기덕 감독] "험한 비평 다 좋지만 세 편 이상 보고 욕했으면"②
입력: 2016.10.21 05:00 / 수정: 2016.10.21 05:00
김기덕 감독의 소탈한 인터뷰. 김기덕 감독이 영화 그물 속 진지하고 심각한 메시지와는 달리 털털하고 인간적인 주관을 이야기했다. /NEW 제공
김기덕 감독의 소탈한 인터뷰. 김기덕 감독이 영화 '그물' 속 진지하고 심각한 메시지와는 달리 털털하고 인간적인 주관을 이야기했다. /NEW 제공

'그물' 김기덕 감독 "스포일러는 공개되는 게 매력"

[더팩트 | 김경민 기자] 김기덕 감독의 붓은 거칠다. 22번째 신작 '그물'도 그렇다. 남북 분단 체제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최후를 무시무시하게 그렸고,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지만 장면마다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묵직한 무게감이 스몄다.

최근 '그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 감독은 그의 프레임보다 훨씬 경쾌하고 긍정적이었다.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만큼이나 시원시원했다. '그물'의 메시지가 쉽게 다룰 수 없는 민감하고 아픈 역사인 만큼 영화와 관련한 답변에는 진중했지만 멋있는 답변 후에는 스스로 "캬, 멋있다"고 감탄하는 위트를 겸비했다.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은 자식과도 같지만 감독이라고 해서 작품에 담은 메시지까지 오만하게 바라보진 않았다. 특히 '그물'은 그에게 더욱 아픈 손가락이다.

김 감독은 "'그물' 해외 시사에서 이태리 여자 관객은 '영화가 너무 슬프다'고 울음을 터뜨렸다"며 "국외 반응은 '정말 그런 일이 있느냐'였다"고 털어놨다. 세계적으로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안에 새겨진 많은 상처들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만드는 걸로 메시지를 전하는 입장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남이다. 어쩌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구경하는 거지. 감독인 나조차도 오해를 받으니까 그물에 다가가서 풀어주진 못한다. 실제 상황이다."

김기덕 감독, 류승범 칭찬. 김기덕 감독이 류승범의 에너지와 책임감을 높이 샀다. /NEW 제공
김기덕 감독, 류승범 칭찬. 김기덕 감독이 류승범의 에너지와 책임감을 높이 샀다. /NEW 제공

'그물'에 걸린 물고기 남철우 역으로는 배우 류승범이 열연을 펼쳤다. 억울하고 한스럽게 몰리는 과정 면면이 류승범의 표정을 통해 스크린에 전달됐다. 류승범 이야기를 꺼내니 김 감독은 이번에도 특유의 농담으로 먼저 가볍게 칭찬을 시작했다.

"배우도 나를 공평하게 칭찬해야 하는데 나만 류승범을 찬양하는 것 같다(웃음). 좋은 배우다. 영화를 만들 땐 몰랐다. 편집할 때 비로소 류승범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캐릭터 고민하고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는 굉장히 넘치고 책임감도 대단한 친구다.

어떤 영화를 하면서 만나는 배우와는 운명이다. 그 배우와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거다. 미스캐스팅이든 연기력이 부족하든 캐릭터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늘 그랬다. 류승범은 잘해줬지만 어떤 배우들은 시나리오 썼을 때 상상한 인물과 달라도 그걸 캐릭터화 했다. 감독의 숙제다. 모든 배우들이 잘했다 못했다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런 부분의 아쉬움 또한 (감독이)안아야 하는 위험이다."

김기덕 감독이 꼽은 작품 매력.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작품들이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NEW 제공
김기덕 감독이 꼽은 작품 매력.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작품들이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NEW 제공

'그물' 속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하나에 부여한 의미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터뷰 기사에 담기엔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들이 언급됐다. 취재진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고 혼잣말하자 김 감독은 "스포일러는 공개되는 게 매력"이라며 "스포일러를 방어할 장치도 없고 추적할 의지도 없고 운명이려니 한다. 그렇게라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따뜻하게 웃었다.

"영화마다 운명이 있다. 시나리오에서 영화로 만들 때 최선을 다하면 심장이 생긴다. 심장의 에너지만큼 영화의 운명이 있다. 운명은 다른 뜻으로는 될 대로 되라는 거다.

어떤 작품이 제일 좋냐고 물어보면 나도 다 다시 봐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내 영화 관객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만들면서도 망각한 게 많다. 국내에서 이러쿵저러쿵 비교하는 말들이 많은데 하나하나 좋은 관심이다. 초반에 비평가들이 워낙 험한 복음을 전했잖나. 그걸 보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진다. 다 좋지만 그럼에도 한 번 정도 세 편 이상 보고 욕을 했으면(좋겠다). 사람이 인생을 1년만 갖고 나눠 살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나 같은 영화를 다시 볼 때 다를 수 있다. 그런 매력은 있다."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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