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럭키' 유해진 "조윤희와 키스신 NG 횟수? 기억이…" 모르쇠
입력: 2016.10.20 05:00 / 수정: 2016.10.20 05:00
배우 유해진이 높아진 연차에 대해 부담감 아닌 부담감을 토로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유해진이 높아진 연차에 대해 부담감 아닌 부담감을 토로했다. /쇼박스 제공

유해진 "자꾸 현장서 최고 선배되니 외롭고 부담돼"

[더팩트|권혁기 기자] 유해진(46)만큼 다양한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 우정출연, 특별출연을 한 배우도 드물다. 이 말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인데, 감독들에게 있어 유해진은 언제나 기용하고픈 카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997년 '블랙잭'으로 스크린 데뷔한 그는 수많은 조·단역을 거쳤다. '간첩 리철진' '주유소 습격사건' '무사' '신라의 달밤'을 거쳐 '공공의 적'에서 인상깊은 용만 역을 맡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해진이 맡은 역할들을 살펴보면 양아치, 침착남, 짭새, 지하철 승객 등 다양하다.

유해진을 주연급으로 올려놓은 작품을 꼽자면 2006년 '타짜'가 될 것이다. 동명 원작 속 고광렬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며 관객들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됐다. '신라의 달밤' '혈의 누' '국경의 남쪽' '이장과 군수' 등 배우 차승원과 '배터리'로 활약한 작품들도 유해진의 맛깔나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끼' '부당거래' '인간중독'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에 출연한 유해진은 지난해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대중과 소통했다. '극비수사' '소수의견' '베테랑' '그놈이다' 등 흥행에 성공했거나 의미있는 작품들은 유해진을 더욱 대중적인 배우로 거듭나게 했다.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는 유해진의 첫 원톱 주연작이자, 그의 코믹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유해진은 이달 초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자꾸 현장에서 제일 선배가 되니 부담감도 커진다"면서 "기댈 수 있는 선배가 점차 없어지고 최고 선배가 되니 외로움과 부담감이 있지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주인공이라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부담감은 떨쳐내도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개봉된 '럭키'는 누적 관객 250만명을 넘어 순항 중이다.

-첫 원톱 주연작 소감이 궁금하다.

오히려 다른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저는 아직도 제 영화를 평가하지 못한다. 완벽한 남자 역할은 처음이었다. 많은걸 해볼 수 있었다. 멜로도 있었고 액션도 있었다. 킬러와 배우 지망생을 다 연기해야했기에 차별을 둔 것은 있었다. 말투나 눈빛에 신경을 썼다. 킬러일 때는 꼿꼿하게 몸을 세웠다. 저 스스로 기준을 세워 연기했다.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유해진은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유해진은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부담감이 컸나 보다.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일반 시사 때 괜찮게 보는 관객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많이 영화에 출연했는데 긴장이 된다기 보다는 거정이 됐다. 솔직하게 잘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욕은 먹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많았다.

-조윤희, 전혜빈과 키스신이 인상적이었다. NG는 없었나?

NG가 있기는 했는데 일부러 내지는 않았다.(웃음) 몇 번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잘 끝났다.

-모르쇠인 것 같은데….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지적이 있다.

그야말로 영화같은 얘기다. 그래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까' 고민이 컸다. 그래서 되도록 과장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냥 웃음이 나오는 상황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저라면, 바뀐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다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조금 젊었을 때로 돌아가 막 뛰어 놀고 싶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시절 말이다. 배철수 씨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라디오에서 어떤 젊은 분이 배철수 씨께 '저의 젊음이 부럽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아무개씨는 늙어보셨나요? 저는 젊어 봤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정말 멋있는 말이지 않나? 현실에 만족하면서 산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와 닿았다.

-무명 배우 역할이 인상적이었다. 옛날 생각이 나지는 않았나?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다만 보조 출연자 경험은 없어서 관련 에피소드를 찾기 위해 보조 출연 팀장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다. 어떤 실수가 있는지 자문을 구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웃음) 저는 그런 곳에서 '럭키'의 색깔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했다. 억지가 아닌 실수, 그러면서 슬쩍 웃음이 나오길 바랐다.

-액션신이 특히 많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대부분 제가 연기했다. 카메라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이중 돌려차기나 높이 떠 올랐다가 떨어지는 장면은 무술팀에서 해줬다. 발이 높게 올라가지 못해 대역을 쓰긴 했지만 거의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직접 소화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 게 있나?

가끔 해줄 때도 있지만, 저도 그 친구들한테 배우는 게 있다. 뒤에서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도 든다. 조언을 해준다고 하지만 답이 아니라고 항상 얘기한다. 받아들이는건 각자의 몫인 것 같다. 다 자기 계획이 있는데, 저는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하늘나라에서 돌보고 계신 것 같아 유해진은 무명배우 연기를 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언급했다. /쇼박스 제공
"돌아가신 어머님이 하늘나라에서 돌보고 계신 것 같아" 유해진은 무명배우 연기를 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언급했다. /쇼박스 제공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데 노하우가 있다면?

원칙이 하나 있다면 언제나 진지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좋아하는 편이라 과한 표현은 지양한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때는 달랐지만 저는 진지했다고 생각한다. 고래를 표현하는 장면도 저는 진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 '럭키'도 워낙 영화같은 얘기이기 때문에 과한 표현은 관객들이 밀어낼까 싶었다. 저부터가 그 상황을 믿어야 했다.

-애드리브도 배우 유해진을 표현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단어다.

이번에는 이준, 임지연 등과 함께 영화 동아리에서 공부하듯 감독님과 의견을 나눠 분위기가 좋았다. 그 친구들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감독님도 좋아하시니 의미있는 애드리브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주어진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뿌듯함이 있었다.

-무명배우 역할이 남달랐을 것 같다.

영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저도 후배가 살던 옥탑방에서 얹혀 살았던 때가 있다. 영화 속 공간과 무척 닮았다. 많은 연극배우들이 영화에서처럼 발성법이나 트레이닝을 한다. 정말 많이 제가 투영돼 있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제가 맡은 캐릭터가 무명배우라는 설정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표현하기에도 수월했다. 여담이지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제 마음 속에 항상 계시는데, 제가 연극할 때 돌아가셔서 더욱 생각이 났다. 하늘나라에서 저를 돌보고 계신가 싶다.

-내년이면 영화 데뷔 20주년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생각해보니 벌써 20주년이다. 제 노력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니다. 운도 따라야 한다. 결과적으로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슬럼프도 있었고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자꾸 움직였다. 지금 삶에 크게 만족한다. 작은 고민이 있지만 종합해보면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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