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우성 "'아수라', 무뎌진 열정 살아나게 한 영화"
입력: 2016.10.18 05:00 / 수정: 2016.10.18 05:00
무뎌진 열정? 배우 정우성은 영화 아수라에 대해 무뎌진 열정을 되살아나게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뎌진 열정? 배우 정우성은 영화 '아수라'에 대해 "무뎌진 열정을 되살아나게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 시스템과 구조에 가려진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 말하는 영화"

[더팩트|권혁기 기자] 아우라(aura, 독특한 기운)가 느껴지는 배우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우성(43)은 독보적이다. 그저 잘생겨서가 아니다. 물론 '똥개'에서 조금 모자란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잘생김'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본 투 킬' '비트' '태양은 없다' 등 젊음의 상징이 된 정우성은 배우를 넘어 감독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감시자들'로 악역도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입증했고 지난해 '나를 잊지 말아요'로 제작자 명함까지 보유했다.

31편의 영화, 6편의 드라마 중 어느 하나라고 꼽을 수 없을만큼 매 작품마다 열정적인 연기를 펼친 정우성이 "무뎌진 열정"이라고 말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망가짐을 불사했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정우성을 만나 주연을 맡은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제작 사나이픽처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50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아수라'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제 영화를 좀 더 자주봐야할 것 같다. 잘 안 보는데 이제는 옛날 작품도 되돌려 보고 싶다.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면서 "'아수라'는 스스로에게 약간 무뎌졌던 열정이 살아나게 한 영화다. 업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된 것 같다. 관객들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아수라'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현실을 빗댄 영화같다. 시스템과 구조에 가려진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고, 그로 인해 폭행당한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 통증을 형상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감독과 15년 만에 만났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15년 만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 서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했다. '같이 작업하는데 도취되지 말고 감독님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 감독님과 따로 축배를 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격했다는 게 느껴진다. 주변에서는 '아수라'라는 작품에 대해, 그리고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

'아수라'와 '무한도전' 모두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수라'는 부러워했고 '무한도전'은 재미있어 하더라. 이정재도 부러워했다. 뒷풀이 때는 그게 최고의 찬사다. VIP 시사회 이후 술자리에서는 이런 저런 소감보다도 '부럽다'는 말이 굉장히 뿌듯하게 만든다.

오토바이, 말, 자동차, 이제는 비행기? 배우 정우성은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영화를 내심 기대하는 것 같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토바이, 말, 자동차, 이제는 비행기? 배우 정우성은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영화를 내심 기대하는 것 같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욕을 많이 하는 영화도 드물었던 것 같다.

맞다. 평소 욕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렇게 거친 표현은 처음이었다. 친구끼리 애칭 아닌 애칭처럼 부르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폭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수라' 속 안남시에서 폭력은 자연스럽다는 것을 의미한 것 같다. 물리적인 가해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빗댄 것 같다. 사실 한도경은 스트레스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한도경이 받는 스트레스는 사회 시스템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시스템이 일반 대다수에게 행한 폭력은 욕과 같다. 주눅들게 만들고 현실과 타협하게 해 양심을 뒤로 하게 만든다.

-카체이싱이 인상적이었다. '비트'에서 오토바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말도 잘 탔는데 이번 차도 대박이었다.

스스로 기특하다.(웃음) 이제 비행기만 점령하면 된다.(웃음)

-한도경을 연기하는데 있어 중점을 둔 게 있다면?

한도경 안에 스트레스를 '내꺼화'하고 채우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여기서 이때는 이런 연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전혀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상대가 하는 연기를 보고 도경이를 따라가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계속 짜증이 났다. 인상도 찌푸려지더라.

-여배우가 거의 없는 남탕이라서 아쉽지는 않았나?

오히려 더 화기애애했다. 각 캐릭터마다 치열한 표현들이 있는데 서로에게 짜릿한 공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

정우성이 때리면 그것마저 기쁜 일? 정우성은 김원해와 에피소드에 대해 저한테 맞았다니까 형수님이 좋아하셨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이 때리면 그것마저 기쁜 일? 정우성은 김원해와 에피소드에 대해 "저한테 맞았다니까 형수님이 좋아하셨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김원해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정말 안쓰러웠다. 계속 저한테 당하는 역할이었는데, 안면을 때려야할 때도, 보호장치가 있었지만 분명 전해지는 '터치'가 있었다. 나중에는 입 안이 헐어서 피가 나기도 하셨다. 그런데 와이프분께 '정우성한테 맞아서 입안이 헐어 피나'라고 했더니 '진짜? 진짜 정우성한테 맞았어? 좋았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하시더라.(웃음)

-주지훈과 케미도 몰입도를 높였다. 어땠나?

굉장히 유연하고 똑똑한, 그러면서도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친구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자기 재능이 크기 때문에 자만하면 발전하지 못하는 천재가 될 수 있다. 사랑스러워 더 챙겨주고 싶더라.

-촬영을 하면서 김성수 감독과 어떤 소통을 가졌나?

감독님 자체가 10대 후반과 20대의 향수를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엔딩에도 외로운 감성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사실 편집된 장면이 꽤 되는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생각하신 밸런스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감독님과 블랙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정우성이 김성수 감독과 펼칠 블랙코미디,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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