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우여곡절 끝에 폐막한다. /부산=이덕인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이 남긴 성과와 과제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축제를 마치고 15일 폐막했다. 무사히 대단원의 막은 내렸지만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 외부적으로는 한반도를 한바탕 휩쓸고 간 태풍 차바까지 안팎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몸살의 흔적은 분명히 악영향으로 보였다. 아직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모두 해결된 것도 아니고, 태풍 피해를 수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내홍과 자연재해, 여기에 김영란법까지 축제분위기를 위축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고자 고군분투했지만 한계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채운 시네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행사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 /임세준 인턴기자 |
◆ 보이콧 여파, 어쩔 수 없는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대신 김동호 이사장이 최초의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과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의 보이콧은 풀리지 않았다.
사실상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자체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를 하지 않으면 내년에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만들어준 부산국제영화제를 국적 없는 영화제로 만들 수는 없다. 기필코 영화제를 지키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시작됐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썰렁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많은 작품들이 상영됐지만, 스타 배우나 감독들의 발길이 줄었고 한편으로는 영화제 프로그램에 선정된 영화들 중 국내작 비중이 별로 없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15일 오전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6만 514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영화제 관객 22만 7377명보다 약 6만여 명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화 배급사나 홍보사에서 매년 주최하던 행사를 열지 않는 등 부산 해운대 주변 상권도 타격을 입었다.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시네필은 준비된 여러 행사에 능동적으로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호응을 보내며 열기를 돋웠다. 반쪽짜리라는 아쉬움 속에도 의미는 남겼다.
태풍 차바 영향으로 무너진 야외무대.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행사가 열리던 해운대 시설이 무너졌다. /부산=이덕인 기자, 김경민 기자 |
◆ 관객보다 태풍 먼저 맞았다…자연도 도와주지 않은 악재
영화제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을 강타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해변, 영화인, 관객이 어우러진 장면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해운대 바닷가에는 태풍으로 쓸려온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위험하고 날카로운 물건들은 대강 정리됐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태풍 소식에 자연스럽게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었고 영화제 기간에도 궂은 날씨가 이어져 관객들을 불편하게 했다.
주최 측은 스타들의 무대 인사와 토크쇼가 진행되던 해운대 비프빌리지의 야외무대 대신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급히 장소를 옮겼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 장소 변경 고지를 한 덕분에 여러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춘몽'(감독 장률), 폐막작은 '검은 바람'(감독 후세인 하싼)이다. 69개국 301편이 초청작으로 올랐으며, 월드 프리미어와 9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 등 123편이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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