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韓 문화계 블랙리스트
입력: 2016.10.14 08:44 / 수정: 2016.10.14 08:44
가수 밥 딜런, 노벨 문학상 수상.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D.C(미국)=게티이미지
가수 밥 딜런, 노벨 문학상 수상.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D.C(미국)=게티이미지

[더팩트|권혁기 기자] 가수 밥 딜런(75, 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맨)의 노래 중 최고를 꼽으라고 하는 것은 반 고흐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a coffee)',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곡이 많습니다. 특히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등 많은 후배들이 리메이크해 유명하죠.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중 살아있는 전설과도 마찬가지인 미국 가수 밥 딜런이 13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개인적으로 저도 좀 놀랐습니다.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의 위대한 대중 음악 전통 안에서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면서 "그가 노래의 형태로 시를 쓰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다르지 않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부터가 어메이징합니다. 열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밥 딜런은 음악을 통해 반전(反戰) 메시지와 평화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밥 딜런. 밥 딜런은 활동 초창기부터 음유시인으로 불리우며 저항적인 노래를 불러 사회적인 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다. /게티이미지 제공
젊은 시절의 밥 딜런. 밥 딜런은 활동 초창기부터 음유시인으로 불리우며 저항적인 노래를 불러 사회적인 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다. /게티이미지 제공

저항음악의 대표자인 그는 1963년 명반으로 꼽히는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으로 사회적 저항 운동의 상징이 됐습니다. 밥 딜런은 베트남 전쟁의 반대와 함께, 한국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가 대표적이지요. 1970년대 가수 김민기와 양희은 등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과 13시간(수도 워싱턴 D.C) 시차인 미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반전 메시지와 평화를 이야기한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는데, 한국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뜨겁습니다.

전날인 12일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자 등 9437명의 예술인들의 이름이 담긴 '청와대 블랙리스트'를 문체부로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시국 선언 참여 문학인' '문재인 전 대표 지지선언 문화예술인' '박원순 서울 시장 지지 예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1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공개,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도 간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무슨 리암 니슨의 딸(영화 테이큰), 또는 원빈의 옆집 꼬마(영화 아저씨), 제이슨 스타뎀의 여자친구(영화 메카닉: 리크루트)를 건드린 것도 아닌데 몇 년 전 '자신의 목소리를 냈을 뿐'인 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다니요.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것 만으로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지난주 [연예필담]에서 언급한 방송인 김제동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고자 성주를 찾은 김제동은 이로 인해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하차했다는 외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더니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군 복무 시절 에피소드를 공개한 이유로 국감에서 언급되기도 했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요? 문화계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실재하는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논란이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럽습니다. 과연 정치적 검열이 있는 나라가 건강한 나라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상대적으로 빛나보이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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