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이라도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숙"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정준영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사진은 정준영의 공연 장면. /정준영 팬커뮤니티 |
[더팩트|강일홍 기자] "사건이 이렇게 확대 재생산 돼 오해를 불러온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본의 아니게 논란이 야기된 뒤 가수 정준영씨 못지 않게 고통을 겪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좀 더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앞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신체 일부를 '허락 없이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던 가수 정준영(27)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전 여자친구 A씨가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A씨는 정준영이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지 닷새 만인 11일 오후 <더팩트>에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둘 사이의 일이 이렇게 확대되고 오해를 불러와 큰 논란이 일어 안타깝다"며 논란을 빚은데 대해 "앞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정준영은 지난 8월 전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소를 취하하고 선처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비친고죄라는 점을 들어 예정된 조사를 거쳐 지난달 24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는 휴대폰 확인 등 추가조사를 한 뒤 지난 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정준영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정준영이 '고소인의 의사에 명백히 반해 신체를 촬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연인 사이 애정 다툼이 빚은 사건. 정준영 사건은 연인끼리 장난삼아 찍은 2~3초짜리 짧은 영상이 '몰카 동영상' 등으로 왜곡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파장을 키웠다. /정준영 팬커뮤니티 |
◆ 올 연예계 성추문 관련 사건 봇물, 와중에 불거진 정준영 이슈는 좋은 먹잇감
정준영 사건은 애초 단순 해프닝이었다. 서로 좋아하는 연인 사이의 애정다툼에 불과했지만, 장난삼아 찍은 2~3초짜리 짧은 영상이 어느 순간 몰카 동영상 등의 의혹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파장을 키웠다. 올해 연예계에 유독 성추문 관련 이슈가 많았던 것도 추측성 기사를 양산하는데 한몫을 했다. 유상무 박유천 이진욱 엄태웅 등이 잇달아 성추문에 휩싸인 데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신 이주노가 클럽에서 20대 여성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출두하기도 했다.
남자 연예인들의 성관련 사건이 봇물이던 와중에 등장한 정준영 이슈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일부 매체들은 앞뒤 사실여부를 따지기는커녕 앞장 서서 성(性) 스캔들로 몰고가는 우를 범했다. 정준영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tvN '집밥 백선생' 등 출연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잠정 하차했다. 사전에 계획돼 있던 밴드 드럭 레스토랑(정준영 밴드)의 지방 콘서트도 취소했다.
무혐의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준영은 가장 큰 피해자다. 이번 일로 그는 모든 활동을 잠정중단했다. 올 하반기 중국 진출을 예고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피해는 수치로 환산하기조차 불가능하다. 실추된 이미지를 되돌리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당장 복귀 논의를 할 형편도 아니다. A씨와는 한때 다정한 연인 사이였다. 치기어린 행동으로 빚어진 일이라도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인 만큼 공동 책임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오해가 빚어낸 단순 해프닝" 정준영은 지난달 23일 성범죄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로 논란에 휩싸인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
◆ 무혐의 종결후 A씨 "성추행이나 성폭행, '몰카' 혐의는 애초 사실이 아니었다"
한 번 금이 간 거울은 아무리 정교하게 이어붙여도 표시가 난다.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정준영한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는 어떤 말이 하고 싶었을까. 그가 무혐의로 종결된 마당에 굳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고 나선 데는 몇가지 이유 때문이다. 자신의 고소 및 취소, 선처 등의 논란이 크게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스스로 깊이 반성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만큼은 뒤늦게라도 분명하게 바로 잡고 싶다"고 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 유발여부와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했느냐에 대해 ⓐ 성적 수치심 X ? "정준영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A씨의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발견할 수 없었다"(검찰) ⓑ 동영상 촬영 O ? 정준영과 고소인 모두 짧은 영상 촬영 인정(기자회견 및 호소문)으로 최종 정리됐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몰카' 혐의는 애초 사실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 제기한 '정준영이 무혐의라면 A씨가 무고죄 아니냐'는 의구심 역시 억측이었다. 적극적으로 선처를 구한 점 등이 고려돼 일찌감치 무고죄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싱거운 결론이 예상돼 <더팩트>가 관련내용을 한 달이나 앞서 취재를 진행하고도 기사화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없고 불필요한 논란만 증폭시킨다는 우려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언론에 알려져 관심을 집중시켰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유명인으로서 달갑지 않은 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책임을 져야한다. 언론 탓을 하기보다 '상처받은 모든 분들'을 향해 자숙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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