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나홀로 휴가' 윤주, 태권도 선수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입력: 2016.10.06 05:00 / 수정: 2016.10.05 18:14

묘한 매력의 배우 윤주. 배우 윤주는 영화 나홀로 휴가에서 시연 역을 맡아 박혁권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임세준 인턴기자
묘한 매력의 배우 윤주. 배우 윤주는 영화 '나홀로 휴가'에서 시연 역을 맡아 박혁권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임세준 인턴기자

"천천히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팩트|권혁기 기자] 보통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끼'가 있어야 한다고들 한다. 가수는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어야 하고 배우는 연기력이 타고나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면 외모가 출중하거나. 그러나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연기를 못하면 대중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타고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도 있지만, 노력형 연기자도 있다. 배우 윤주(27)는 지난 2012년 데뷔작인 '나쁜 피'에서 수위가 높은 노출과 파격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사실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였다. 예고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직업으로 배우가 마뜩치 않았던 부모님은 반대했다.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조르고 졸라 안양예고에 입학한 건 행운이었다. 자신의 꿈을 쫓아 예고에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신통치 않았다. 학교 공연에 주연으로 뽑혔지만 더블 캐스팅이었고, 예쁘고 연기 잘하는 친구에 밀리기도 했다.

그래서 윤주가 선택한 것은 '연습'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원여자대학교 연기영상과를 나와 연극의 메카 대학로로 향한 윤주는 2010년 연극 '그놈을 잡아라' 무대에 오르며 조금씩 마약과도 같은 배우라는 직업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사랑을 받는 역할이라 정말 기쁘게 연기했다"고 영화 '나홀로 휴가'(감독 조재현, 제작 수현재엔터테인먼트) 출연 소감을 밝힌 윤주를 지난달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나 영화와 함께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썰을 풀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가 됐고, 주연작 '나홀로 휴가'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초청되는 기쁨도 누렸다. 소감이 궁금하다.

배우들 중에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고 꿈을 이루신 분들이 많다. 저도 그런 케이스인데, 부모님 시각에서는 이상만 쫓는 아이로 보셨을 것 같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잘 살길 바라지 않겠나. 그래도 부모님의 반대도 경험이 돼 계단을 딛고 올라가는 힘이 된 것 같다. 태권도를 했지만 원래는 보디가드가 꿈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때 친구가 안양예고 시험을 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아버지를 졸라 시험을 봤고 합격을 했다. 거기서 연기를 배우면서 연극배우가 꿈이 됐다. 졸업 시즌에 연극 오디션을 본 게 '그놈을 잡아라'였다. 함께 공연한 선배 중에 "'나쁜 피' 오디션이 있는데 너한테 딱이다. 한 번 보라"고 조언해줘 캐스팅이 됐다.

연기, 먹어도 계속 들어가는 맛. 윤주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 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연기, 먹어도 계속 들어가는 맛'. 윤주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 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첫 연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것 같다.

정말 오그라들었다. 연기가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한 번 터지고 나자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을 지배했다. '먹어서 배부르지만 계속 들어가는 맛'이 있었다. 어떤 분들은 연극이 고향이라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요리의 기본 베이스와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에 초청받은 기분은 어땠나?

조재현 감독님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조재현 선배의 호흡이 없잖아 있다. 감독으로써 같이 연기를 해주시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분명 조재현 선배의 호흡이 들어갔다. 그 기운이 영화제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사실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특히 여성관객들과 남성관객들이 나뉘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찍었지만 처음에는 객관적으로 봤다. 저도 여자라, 생각하면 좋지만은 않았다. 박혁권 선배가 연기한 강재의 와이프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 누구든 '내 남자는 바람을 피우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두 번째로 영화를 봤을 때는 제가 연기한 시연 입장에서 보게 됐다. 저는 시연이 불쌍했다. 오히려 시연이 못돼 보이기도 했다. 세 번째로 봤을 때는 스토리만 보게 됐다. 충분히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VIP시사회 때 강재가 보였다. 남성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상상하는 판타지랄까? 개방적인 친구를 부러워하는 감정이 있지 않나?(웃음) 강재한테는 시연이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나홀로 휴가'는 여러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캐스팅과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다면?

바로 이자리(조재현의 사무실이자 영화 촬영 장소인 수현재씨어터 팬트하우스)로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오디션 대사가 실제 영화 속 제 대사 대부분이었다. 오디션이었는데도 조재현 감독님이 '티칭'과 수정을 계속 해주셨다. 오디션이 아니라 수업을 받는 기분이었다. 합격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시연을 준비했다. 오디션을 보고 한 달 뒤에 한 번 더 보자고 하시더라. 또 한 달 뒤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불합격 통보를 하시려나보다'라는 마음에 정말 수수하게 입고 생머리에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갔는데 '그 모습이 시연'이라고 하시면서 합격을 통보해주셨다.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었겠다.

오디션을 보는 것 만으로도 떨렸다. 전부터 영화로 접해온 존경하는 선배님이시기도 하니까 더 그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청심환을 먹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로도 청심환을 먹은 적은 없었다.

윤주는 감독 조재현에 대해 존경했던 선배님이라 더욱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윤주는 감독 조재현에 대해 "존경했던 선배님이라 더욱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감독 조재현은 어땠나?

제주도에서는 그냥 제주도민이셨다. 그렇게 현지 적응을 잘 하실 수가 없었다. 거의 민박집 사장님 느낌이었다.(웃음) 항상 모니터 앞에 혼자 앉아 계시는데 외로워 보였다. 그 때 감독님으로 보였다. '가깝지만 먼 당신'이라는 느낌이었다. 한 번은 아침도 거르고, 점심도 먹지 않고 계속 촬영만 했던 적이 있다. 보통은 감독님이 먼저 '식사하자'라고 하셔야하는데 오후 5시에 그날 첫 끼를 먹었다. 감독님이 식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지셨던 거였다. 열정이 느껴졌다. 작품을 놓지 않고 계셨던 것 같다. 촬영을 끝내고 잠깐 모여 술을 한잔할 때도 작품얘기를 하실 정도였다.

-베드신부터 달콤한 연애의 감정까지, 박혁권과 호흡도 좋았다.

구세주와 같았다. 노출과 베드신은, 여배우이지만 여자로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걱정도 많이 해 처음에는 움츠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저도 몸을 가리기 바쁘고 그랬는데 박혁권 선배님이 먼저 '아담'이 돼 계셨다. 제가 '이브'가 돼 드리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를 풀어주셨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정말 되게 감사하다. 사실 첫 촬영이 제주도에서의 에피소드라 되게 서먹서먹했다. 나름 베드신을 찍고 나니까 급격히 가까워지더라. 선배님이 챙겨주셔서 옆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다. 정말 에너지가 좋으셨다.

-부모님의 반응이 걱정스러울 것 같다.

영화를 보여드릴지 모르겠다.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작품으로만 봐주실테니까. 처음 '나홀로 휴가'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도 내용을 다 알고 계셨다. 그래도 응원해주셨다. "열심히 해"라고 하시면서 지금도 응원하신다. 이제는 인정을 해주셨으니까 저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당장 잘 되길 바라지 않는다. 꾸준하게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액션 연기도 하고 싶고, 아픈 역할도 해보고 싶다. 제 자신에게도 떳떳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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