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정준영 프로그램 하차 주장은 또 다른 '마녀사냥'
입력: 2016.09.26 18:42 / 수정: 2016.09.26 21:20
전 여자친구와 사소한 오해가 생겼다 성폭행 혐의를 받은 가수 정준영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전 여자친구와 사소한 오해가 생겼다" 성폭행 혐의를 받은 가수 정준영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 강일홍 기자] 올해 연예계는 상반기부터 유독 성추문 관련 이슈가 많았다. 연초 C양 L양 등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불거지더니 유상무 성폭행 미수 피소를 시작으로 박유천, 이진욱이 성폭행 관련 혐의로 잇달아 피소됐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출신 이주노가 클럽에서 20대 여성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출두하기도 했다. 무혐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배우 이민기 역시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유상무 박유천 이진욱에 이어 지난 8월 배우 엄태웅이 오피스텔 내 마사지 업소에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되면서 또 다시 연예계 성추문의 주인공으로 부각됐다. 엄태웅은 논란이 제기된 지 일주일여만에 경찰에 출두, 6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엄태웅이 "경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소명하겠다"는 짧은 입장만을 밝힌 가운데 고소인 여성이 다른 사기사건으로 재소 중이라는 점과 8개월이 지난 시점에 고소한 점 등이 오히려 의혹을 남겼다.

이들의 잇단 성추문은 남자 연예인들의 수난으로 비쳐질 만큼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공통점은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이성과의 은밀한 성적 만남이었다는 점이다. 남자 연예인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연예계 안팎에 추후 이성과의 만남이나 행실에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한다는 경각심을 제고했다. 특히 그동안 이성문제에 자유분방한 행보를 걸어온 당사자들 중엔 언제 터질지 모르는시한폭탄처럼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등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로 번졌다.

오해 풀어 둘 사이엔 아무 문제 없다 정준영은 팩트도 명확하지 않은 첫 보도 이후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해야했다. /배정한 기자
"오해 풀어 둘 사이엔 아무 문제 없다" 정준영은 팩트도 명확하지 않은 첫 보도 이후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해야했다. /배정한 기자

정준영 스캔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마녀사냥식 보도 지양해야

성폭행 또는 성추문이라는 돌이킬 수 없을듯한 핵폭탄급 사건에도 반전은 있었다. 다름 아닌 무혐의 또는 무고라는 조사결과다. 박유천을 처음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이모 씨는 결국 공갈미수 및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남자친구와 사촌오빠 역시 공갈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박유천의 매니저를 찾아가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다 통하지 않자 고소로 강행, 협박공갈을 거부한 대중스타에게 결국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혔다.

이진욱을 고소한 여성도 애초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경찰조사에서 입장을 번복했다.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성적 관계로 발전한 이 여성은 네 차례 경찰 출석 후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 당시 이진욱 소속사 씨앤코이앤에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소속사와 이진욱은 진실은 묻힌 채 고소인의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으나,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와중에 지난 23일 불거진 가수 정준영(27)의 성 스캔들은 또 한번 마녀사냥의 심각성을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정준영은 팩트도 명확하지 않은 첫 보도 이후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해야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그는 "합의하에 짧은 영상을 찍은 건 맞지만 장난삼아 찍은거라 보는데서 곧바로 지워버렸고, 이후 바쁜 스케줄로 해당 여성에게 소홀해지면서 다툼이 생겨 촬영 사실을 근거로 신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는 검찰에 제출한 불처벌 탄원서를  26일 더팩트에 단독 공개했다. /정준영 전 여자친구 A씨 제공
"처벌을 원치 않는다"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는 검찰에 제출한 '불처벌 탄원서'를 26일 더팩트에 단독 공개했다. /정준영 전 여자친구 A씨 제공

◆ 관심 끌기 자극적 보도에 매몰된 무책임 언론의 또다른 자화상

<더팩트> 취재결과 정준영의 설명대로 고소 여성은 곧바로 소를 취하하고 이후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게 그 골자다. 하지만 성관련 피소는 일단 접수되면 친고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사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정준영 역시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촬영 사실을 인정해 사건 기록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미 몇몇 사례에서 보듯 조사결과 억울한 상황으로 판명이 나도 상처뿐인 명예회복이 되는 셈이다.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연예계 성관련 사건들이 있었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민감한 부분은 언론에서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이니셜로 보도하곤 했다. 최근에는 특종 경쟁에 목마른 일부 언론이 깊이 있는 취재는 커녕 기본 팩트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성(性) 스캔들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의 실명을 여과없이 보도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사자나 소속사의 입장을 들어보는 최소한의 취재 원칙조차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정준영 관련 사건은 한달전 <더팩트>가 이미 취재를 진행했던 내용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당시 경찰 및 관련 당사자들과 수차례 통화 또는 미팅을 가졌다. 하지만 내부 토의를 거쳐 고심 끝에 기사화 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무엇보다 전 여자친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크게 고려됐다. 한번 쏟아내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여자친구와 다툼으로 벌어진 일로 프로그램 하차까지 몰고 가는 것은 유명인에 대한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어디에 있는가.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에만 매몰된 무책임 언론의 또다른 자화상인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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