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의 연서복] 근본 없는 프로그램? 지상파 3사 추석 파일럿 비교
입력: 2016.09.20 10:18 / 수정: 2016.09.20 10:18

추석을 달군 지상파 3사 파일럿 프로그램. 연휴를 맞아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양한 포맷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KBS MBC SBS 제공
추석을 달군 지상파 3사 파일럿 프로그램. 연휴를 맞아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양한 포맷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KBS MBC SBS 제공

지상파 3사 명절 파일럿 자체 평가, 제 점수는요?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매년 명절에는 정규 편성을 꿈꾸며 칼을 갈고 나온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찾는다.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판타스틱 듀오' 등이 명절 파일럿으로 출발해 정규편성된 뒤 지금까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추석에는 유독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게 무슨 근본 없는 프로그램이냐'는 혹평부터 '정규로 가는 급행 열차'라는 호평까지 다양한 반응을 끌어낸 가운데,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을 듯한 프로그램은 어떤게 있을지 '연서복'(연예 취재에 서툰 1년차 기자의 이슈 복습)이란 타이틀로 막 걸음마를 뗀 필자가 직접 들여다봤다.

KBS의 파일럿 프로그램. KBS는 2016년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노래싸움-승부 붐샤카라카 트릭 앤 트루 등을 내놓았다. /노래싸움-승부 붐샤카라카 방송 캡처
KBS의 파일럿 프로그램. KBS는 2016년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노래싸움-승부' '붐샤카라카' '트릭 앤 트루' 등을 내놓았다. /'노래싸움-승부' '붐샤카라카' 방송 캡처

◆ KBS-명절에는 흥 넘치는 가무가 최고?

KBS는 다섯 개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건 '붐샤카라카'(15일 오후 8시 20분 방송)와 '노래싸움-승부'(16일 오후 5시 30분 방송)였다. '붐샤카라카'는 1980~2000년대, 당대 최고 히트 댄스를 두고 춤꾼 스타들이 벌이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다. 김수로 이기광 하휘동 김신영 차은우 등이 출연한 가운데 이기광이 아이돌 춤꾼다운 기세로 김세정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방송 후 남은 건 '이기광이 정말 춤을 잘 추는구나'와 '김세정이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였다. 전적으로 출연진의 능력에 의존해야 하는 형식에서 그 능력을 돋보이게 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건 제작진의 몫이었다. 하지만 재미는 물론 긴장감마저 별로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싸움-승부'는 가수가 아닌 연예인(비가수)들이 릴레이 서바이벌로 노래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5명의 프로듀서에 3인 1조로 비가수가 소속되고 13명의 판정단이 듀엣 대결을 평가해 탈락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가수가 주인공인 음악 예능답게 MC 역시 비가수(남궁민)였다. 올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률 10%를 넘겼다.

비가수 연예인들이 뜻밖의 실력으로 만든 의외성 자체가 재미를 불렀다는 평이다. 노래를 하는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못하는, 수준이 떨어지지만 단순하게 예능을 위한 출연진이 필요한지는 생각해볼 문제 같다. 최윤영과 황석정의 '텔 미'는 재미도 감동도 잡지 못한 선곡이었다.

그 외에 '트릭 앤 트루'는 과학과 마술을 결합한 예능으로 눈 뗄 수 없는 전개를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스펀지'가 떠오른 건 성우의 문제였을까. '구라차차'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예능으로 만든 듯했다. '헬로 프렌즈-친구추가'는 핫 키워드인 '아재'와 1020 아이돌들의 세대 차이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아재 다섯에 아이돌 스무명이라는 출연진 비율은 조금 아쉬웠다.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 MBC는 추석을 맞아 상상극장 우설리 톡 쏘는 사이 등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상상극장 우설리 톡 쏘는 사이 방송 캡처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 MBC는 추석을 맞아 '상상극장 우설리' '톡 쏘는 사이' 등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상상극장 우설리' '톡 쏘는 사이' 방송 캡처

◆ MBC-역시 MBC는 시청자 참여형 예능을…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재미를 본 MBC는 시청자 참여형 예능의 장을 연 방송국의 이름값을 했다. 올 추석에도 SNS와 누리꾼을 활용한 '상상극장 우설리'와 '톡 쏘는 사이'를 내놓았다. '상상극장 우설리'는 누리꾼이 참여해, 누리꾼이 짜준 각본으로 단편 드라마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우스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유치하고 맥락 없는 내용만 고르는 설정은 일단 도드라져보였다. 다만 유치한 부분으로 재미를 만들어내려는 부분에는 적정선이 필요했던 듯하다. 민망한 지령에 민망해하는 배우들을 보며 더 민망했던 건 시청자였다.

'상상극장 우설리'에는 다양한 소재와 출연진, 전개의 무한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유치함 역시 충분히 제작진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시청자 반응만으로 정규 편성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톡 쏘는 사이'는 역시 실시간 SNS로 누리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세 팀이 각 지역을 여행하며 그 지역에 사는 누리꾼들에게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아 미션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3인 1조로 나뉜 팀부터 재미를 줬다. 특히 개그맨 동기 3인방 충청도 팀(남희석 박수홍 김수용)은 SNS에 서툰 '아재'라는 공통점에 각각 다른 캐릭터로 웃음을 안겼다. 다양한 미션과 온·오프라인에서 적재적소에 도움을 준 서포터즈의 합도 좋았다는 평이다. 여행 지역의 특성을 더 살리면 더욱 좋은 프로그램이 될 듯하다.

'아육대'는 명절의 고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리듬체조 종목이 신설돼 우주소녀 성소라는 화제 인물을 만들어냈고, 체육돌의 세대교체를 알리며 폐지에서 한 걸음 멀어진 듯했다.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SBS는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드라마게임-씬스틸러 부르스타 내일은 시구왕을 공개했다. /드라마게임-씬스틸러 부르스타 방송 캡처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SBS는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드라마게임-씬스틸러' '부르스타' '내일은 시구왕'을 공개했다. /'드라마게임-씬스틸러' '부르스타' 방송 캡처

◆ SBS-출연진의 역량이 가장 중요해

'드라마게임-씬스틸러'는 씬스틸러 배우들의 애드리브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첫 신과 상황만 주어지고 그를 채우는 건 배우들의 몫이었다. 출연진의 역량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무래도 출연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선택은 옳았다.

황석정 김정태 등 베테랑 배우부터 바로와 민아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기돌까지, 출연진은 각자 파트너와 말도 안 되는 호흡으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대한민국에는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씬스틸러 배우들이 많다. 이들을 잘 활용한다면 '씬스틸러'는 더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르스타'는 여성 잡지 정도에서만 볼 수 있던 이영애와 가족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6.9%라는 시청률과 화제성은 이영애라는 배우의 이름값을 본 덕도 있지만 모처럼 스타의 진솔하고 편안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충분했다. 반면에 '내일은 시구왕'은 말그대로 딱 특집 프로그램 수준이었다. '무슨 시구를 2시간이나' '근본이 없다' 등 시청자의 냉담한 반응을 이길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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