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고산자' 차승원 "배우, 자기만족 위해 더 미치게 되는 직업"
입력: 2016.09.06 05:00 / 수정: 2016.09.04 20:06

차승원이 미친 연기. 배우 차승원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개봉을 앞두고 역사물에 대한 생각과 연기관을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차승원이 미친 연기. 배우 차승원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개봉을 앞두고 역사물에 대한 생각과 연기관을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고산자, 대동여지도' 차승원 "잘 사는 길? 일희일비하지 않는 과정"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배우 차승원(46)은 시종일관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역사물 연기 경험은 있지만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의 김정호에 대한 고민의 무게는 유독 남달랐다. 분명한 실존 인물인데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아 행여라도 왜곡된 지점을 남길까 걱정하고,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깊이 연구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촬영하면서 머릿속과 마음속을 거쳐 간 무수한 고민의 흔적들을 꺼내 보였다. 넉넉한 너털웃음을 짓는 '차줌마' 대신 배우로서 옳은 부담감과 진중한 열정을 풀어놨다.

차승원의 고민. 차승원은 역사물을 연기하면서 의미가 왜곡될까봐 걱정했다. /이새롬 기자
차승원의 고민. 차승원은 역사물을 연기하면서 의미가 왜곡될까봐 걱정했다. /이새롬 기자

-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고민과 애정이 많이 느껴진다.

"청소년들은 역사물을 보고 '저렇게 역사가 흘러갔구나' 느낄 텐데 기록되지 않았던 분의 이야기라서 걱정이 있었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들이 많았다. 왜곡된 역사가 팽배한 요즘 이런 게 영화에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영화는 픽션이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추정하는 거지만 기존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지면 안 되니까.

반면 지도를 만든 김정호 이면에 감춰진 사람 김정호를 보여줄 수도 있겠더라. 영화 '하이힐'을 찍고 나서 MBC 드라마 '화정'을 했는데 배우가 과연 역사적인 인물을 따라가는 연기를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욕심이 났다. 아주 평범한 사람 김정호의 여지들이 많아서 해보고 싶었다."

- 초반 김정호란 인물이 친근하고 유쾌하고 가볍게 그려지는데.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보면 알겠지만 엄청 세밀하다. 과연 이런 걸 만든 사람, 20대부터 지리지를 만든 사람이 온전하게 정상적인 삶을 살았을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 또는 일상은 허술하지 않았을까. 굴곡을 주고 싶었다. 허술하고 허허실실하는 이면을 부각하면 후반부 감정이 휘몰아치는 부분이 극대화될 수 있겠더라. 그렇다고 시대물인데 이상하게 표현하면 안 되잖나. 애드리브를 하기 조심스러웠다. 행동이나 말투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배우도 미쳐야 한다 차승원은 배우도 만족감을 위해 미치고 몰입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배우도 미쳐야 한다" 차승원은 배우도 만족감을 위해 미치고 몰입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CG 없는 풍경을 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직접 촬영하느라 고생했겠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다. 계속 이동하며 찍긴 했다. 백두산은 날씨도 허락돼야 해서 촬영하기 힘든 곳이었다. 다행히 운 좋게 날씨가 맑아서 3일 정도 촬영하려고 했는데 하루만 촬영했다. 사실 김정호 선생이 백두산을 일곱 번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역사학자는 아니라고도 한다. 그런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지도를 만들면서 한번은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을까."

- 대동여지도처럼 나중에 기록이 되도록 목판에 새기고 싶은 건 없나.

"목판 자체를 만들지 않을 거다. 그다지 남기고 싶은 게 없다. 뭘 남겨야겠다는 생각 같은 게 별로 없다."

- 김정호가 지도에 미쳤듯이 배우도 뭔가에 엄청 몰두하는 직업이다.

"배우도 뭔가 미쳐야 한다. 만족감을 위해 더 미치게 되고 몰입한다. 상상력과 집중력, 탐구하고 파악하고 접근하려는 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온전한 건 아니다. 좋아서 미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하다 싶으면 집착하게 되고 자기만족을 위해 세밀해진다."

차승원이 강조한 과정의 중요성. 차승원은 하루하루 과정을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차승원이 강조한 과정의 중요성. 차승원은 하루하루 과정을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여태껏 걸어온 길이나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평탄하고 순탄한 길을 가고 싶어 한다. 살아온 길이 평탄했나 생각해보면 다들 평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렇다고 해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 변화가 있지만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특별히 뭔가 걱정하지 말고 다독이는 거지. 과정이 지나다 보면 끝이 있을 테니 과정을 잘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야지. 차곡차곡 잘 살아나가야 한다. 오늘 일 귀찮아서 미루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게 잘사는 거겠지. 편안해지려고 한다. 그런 나이도 됐고.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도가 넘으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치열하게 산다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은 해야지. 인위적으로 붙잡는 건 안 좋다."

- 선배로서 현재 서 있는 길이 부담스러울 땐 없나.

"어깨가 무거우니까 잘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후배들한텐 '이런 길을 걸어라, 어떤 것을 해라' 왈가왈부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나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게 나쁘다고 할 수 없으니까 막을 필요는 없다."

- 관객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나.

"김정호가 나와 다른 사람인데 틀린 사람은 아니다. 영화는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진실을 벗어나진 않지만 픽션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웃음과 감동의 지점들이 있으니까 추석 연휴에 보면 좋지 않을까."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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