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공심이' 온주완 새 캐릭터. 배우 온주완이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에서 석준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배정한 기자 |
'미녀 공심이' 온주완, 석준수와 이별이 아쉽지 않은 이유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세상 가장 완벽한 남자'.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석준수를 설명하는 첫 문장이다. 석준수라는 인물을 읽었다면, 이런 수식어도 결코 과하지 않다고 동의할 것이다. 그런 석준수가 배우 온주완(33·본명 송정식)은 무척 닮아 있다.
석준수는 이해심과 배려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재벌3세지만 주체성과 정의감을 갖춘 '착한 금수저'였고, 외모보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는 바른 가치관을 가졌다. 좋아했던 공심(민아 분)을 이복사촌형 안단태(남궁민 분)의 품에 내주고도 멋지게 뒤돌아설 줄 아는 여유까지 있다. 가족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선'(善)을 잃지 않았다.
악(惡)은 충분히 강하게 그려질 수 있지만, 선한 매력을 강렬하게 전달하긴 쉽지 않다. 온주완은 석준수로 극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된 캐릭터로 뚝심 있는 선의 축을 세웠다. 완벽한 건 곧 비현실적으로 치중될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편안한 로망을 구현했다.
온주완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자신과 닮은 석준수와 석준수 같은 온주완을 감추는 것 없이 이야기했다.
온주완, '미녀 공심이' 종영이 아쉽지 않은 이유. 온주완은 '미녀 공심이'가 끝나고 캐릭터들이 잘 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배정한 기자 |
"석준수는 보면 기분 좋아지는, 마음 편해지는 캐릭터다. 석준수의 웃음을 주말에 기분 좋게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배우도 캐릭터로서 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 끄집어내서 표현하는 거다. 스스로 내가 석준수처럼 착하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악역을 할 때도, 착한 역을 할 때도 스스로 가지고 있는 걸 극대화시킨 것뿐이다.
전작 '펀치' 땐 끝나고 나서 응어리 맺힌 게 많았는데 '미녀 공심이'는 아직 끝난 것 같지 않은, 지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들이 다 어디선가 살고 있는 것 같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준수가 그립진 않다. 애정이 없다는 표현은 아니다. 준수라는 사람이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석준수를 통해 '온주완이 웃는 모습이 저렇게 해맑았나' 의구심이 들었을 거다. 그간 날카로운 역을 해왔지만 밝은 이미지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도록 조금 뒤집어준 역이랄까."
'미녀 공심이'는 SBS 주말드라마의 시청률 부진을 깨고 나름 성공을 거뒀다. 초반 비교적 큰 기대작으로 꼽히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갈수록 뒷심을 발휘했다. 물론 온주완은 이에 대해서도 초연했다.
"항상 작품을 시작할 때 기대는 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있다. 무슨 뜻이냐면 잘되고 싶지만 기대하지 말자는 주의다. 시청률이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기운이 빠지니까 수치에 계속 연연하지 않으려고 기대를 낮추고 들어간다. 전작인 '미세스캅2' 시청률을 이어받기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광고도 완판되고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이 났다."
온주완에게 중요한 기준. 온주완은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과 인연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배정한 기자 |
온주완은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지만 작품을 볼 때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있다. 사람 그리고 인연이다. 작품 선택 기준, 상투적인 대답이 나올법한 물음이지만 온주완은 색다른 대답을 내놨다.
"시놉시스만 괜찮다면 '인연'이라는 것에 치중한다. 백수찬 PD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적이 있고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남궁민은 나와 노선이 비슷한 배우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진행 경로를 봤을 때 공통분모가 있더라. 닮은 부분이 있으면 좋아 보이잖나. 조명 감독 카메라 감독도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함께했다. 그런 인연들이 소중했다.
인간적으로 정을 주고받는 걸 좋아한다. 물론 이런 태도에 있어서 상처받는 일도 있다. 그건 걸러내야 하는 거다. 주변에서 '조금은 연예인다워야지, 배우다워야지' 할 때도 있는데 그걸 아직 모르겠다. 13~14년 일을 해오고 있지만 배우는 직업일 뿐이다. 직업 때문에 사람들을 대할 때 무언가를 숨겨야하는지 모르겠고 가짜로 살아가야 하는진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실수하는 부분도 있다. 초점을 맞추지 않은 B 플랜이 툭 튀어나와서 기사로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터뷰할 땐 뻔한 이야기를 원하는 건 아니잖나. 평소 작품이 보지 못한 인간 온주완의 이런 부분을 더 궁금해할 수도 있다. '이건 예스, 그건 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온주완 부모 에피소드. 온주완이 고향에 내려갔다가 아버지로부터 혼이 났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배정한 기자 |
온주완이 거친 연예계 환경에서도 이런 가치관을 지킬 수 있는 것 역시 "좋은 사람의 영향"이라고 꼽았다. 특히 "배우로서 태도가 기울어질 때마다 부모님한테 받는 영향이 있어서 정신을 차린다"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며칠 전에 부모님이랑 식사를 하러 고향인 대전에 내려갔는데 식당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더라. 젓가락 들고 밥을 먹고 있는데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밥을 얼른 삼키고 사진을 찍고 났는데 한편으로는 쉬러 왔는데 원하던 분위기가 아니어서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네가 뭔데 한숨을 쉬느냐'며 '널 알아봐 주고 반가워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건데'라고 하더라. 아버지 말이 맞잖아. 잠이 확 깨는 기분이 든다.
부모님은 (인기나 시청률에 대해) 내색하지 않는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작품이 잘되는 것보다 뮤지컬과 드라마를 병행하면서 살이 쫙 빠지는 걸 보고 걱정하더라. 집에 에어컨을 안 켜서 힘들었다(웃음)."
온주완 의욕 원천. 온주완은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이유를 갈증이라고 표현했다. /배정한 기자 |
온주완은 매 작품마다 늘 '소 같이 일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작품을 털고 난 후 아쉬운 부분에 집착하진 않지만 갈증을 채우고자 하는 의욕이 그 원동력이다.
"'펀치'는 시청률도 잘 나오고 캐릭터도 뚜렷했는데 끝나고 나니 착해지고 싶은 갈증이 나더라. 그래서 '마을'을 선택했는데 분량 면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이후 뮤지컬 '뉴시즈'를 선택했더니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나서 '미녀 공심이'에 출연했다. 이제 또 다른 것에 갈증을 느끼겠지. 그래서 꾸준히 일할 수 있다. 아쉬운 건 흘려보낸다. 잡고 있어 봤자 내 손해다. 지치거나 상처받는 건 내가 살아온 길이나 성격이 아니다. 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다음 작품에서 채워지는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얼른 에너지 채워서 다음 작품을 하도록 해야한다."
온주완의 이야기 해소법. 온주완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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