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말하는 '삼시세끼 고창편'. 나영석 PD가 TV 속 tvN '삼시세끼 고창편' 이야기에 대해 풀었다. /남용희 인턴기자 |
'삼시세끼' 나영석 PD "눈치력? 남주혁은 아직 노란띠"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아름다운 전라북도 고창엔 삼시 세 끼를 치열하게 챙겨 먹는 4인 식구가 산다. 꼼꼼하고 요리 잘하는 안주인 '차줌마' 차승원, 풍류를 즐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바깥양반 '참바다' 유해진, 눈치 백 단 첫째 아들 '프로 조수' 손호준, 에너지 가득하지만 어리바리한 막내아들 '허당' 남주혁이 그 멤버다. tvN '삼시세끼 고창편' 세상에 사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카메라 앞엔 길어야 몇 초 나올 뿐이지만 네 식구를 쥐락펴락하는 '신 스틸러'가 또 있다. 바로 연출자 나영석 PD다.
'삼시세끼'는 화면에 담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창 식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지켜보는 듯하다. 하지만 대본이 있거나 짜인 콩트대로 움직이는 게 아닌 만큼 카메라로 모두 담아내지 못한 현장성이나 그들의 곁에서만 엿볼 수 있는 숨은 1인치가 있다. 나영석 PD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CJ E&M센터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삼시세끼 고창편'만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나영석 PD가 본 '차줌마' 음식. 나영석 PD(사진)가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차승원이 만드는 음식을 보는 느낌을 말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
- 고창엔 잘 다녀왔나. 얼굴이 많이 탔다.
"저번 주에 촬영하고 올라왔다. 얼굴 까매지는 건 일 하면 뭐, 일단 태워놓고 지내는 게 낫다(웃음)."
- 대청마루가 시원할 것 같으면서도 다들 땀에 흠뻑 젖어 있더라.
"(유)해진이형은 한옥은 구조적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시원할 수밖에 없다더라. 과학적으로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구조다. 그런데 우리끼리 '30도 넘어가면 소용없었겠구나, 조상님들도 버티셨겠다'고 결론 내렸다(웃음). 그늘 안에 있거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좀 나은데 덥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나갔다가 오고 불도 때니까 덥다."
- 고창 편에서 수박을 수확하거나 조개를 캐는 등 함께 노동하는 장면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막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조개는 캘 때마다 너무 많이 나와서 후배가 촬영하고 (차)승원이형과 함께 캤다. 조개는 밥차 아주머니에게 주고 스태프와 다 같이 먹었다."
- 밥차 아주머니가 있지만 '차줌마' 음식을 옆에서 보면 더 먹음직스럽겠다.
"승원이형은 절대로 밥을 많이 하지 않는다. 밥이 간혹 많아 보여도 그 양반들 아침용으로 남겨두는 거다. 맛있다고 안 준다. 만재도에 있을 땐 솥에서 음식을 하고 떠가면 남는 걸 먹거나 맛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고창에서는 싹싹 긁어가고 남겨두는 게 없다. 현장에서 음식을 가까이 보는데 승원이형이 워낙 잘하잖나, 먹고 싶다."
나영석 PD 달라진 생각. 나영석 PD(사진)가 '삼시세끼'를 거듭하면서 차승원과 유해진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남용희 인턴기자 |
- 어떻게 남주혁을 캐스팅해서 라인업을 만들 생각을 했나.
"가족사진을 떠올리고 만든 구성이다. 엄마, 아빠, 큰아들, 작은아들. 네 명이 있는 가족사진. 기존에 세 멤버일 땐 한 명이 부족한 느낌이나 게스트를 초대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결핍이 있었다. 4인 가족은 전통적인 느낌도 있어서 이런 구성으로 시작했다."
-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과는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는데 시즌 거듭하면서 달라진 생각이 있나.
"이번에 승원이형과 해진이형은 그냥 놔두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두 사람 관계도 오래됐고 기본적으로 뭐랄까, 누가 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예전에는 음식도 뭘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이번 시즌 들어선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놔둬도 알아서 계획을 짜온다.
승원이형이 김치를 담가야겠다고 그래서 왜 꼭 지금 담느냐고 물으니 그래야 익어서 다음 촬영에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하더라. 이 형은 멤버들한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딱 있다. 해진이형이 논에서 풀 베던 것도 시킨 일이 아니다. 제작진도 논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풀을 한번 베긴 해야 하는데 급한 일이라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스스로 찾아서 일하고 만들어나갈 줄 아는 단계가 됐다. 이번 시즌 들어서 굳이 제작진이 개입하지 말고 편안하게 일상을 보여주자고 잡았다."
- 손호준과 남주혁도 놔두면 알아서 하는 단계가 됐나.
"(손)호준이나 주혁이는 후배이자 막내라서 아직 뭘 알아서 하기가 애매하다. 승원이형이 주도적으로 요리하고 해진이형은 바깥일을 하는데 형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 그 일을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줘야 한다. 승원이형이 요리할 때 잔설거지를 하고 밭에서 채소도 따줘야 하고, 해진이형이 논에서 일하면 오리를 데리고 오고 가고 필요한 것 나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일들을 호준이나 주혁이 같은 친구들이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작지 않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해봤다면 알 거다. 오히려 형들은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까 편하다. 호준이나 주혁이는 눈치껏 도와줘야 한다. 너무 오바해도, 너무 몸을 사려도 안 된다. 눈치껏 균형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
'삼시세끼'는 인기 있는 프로고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날 수 있다. 두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한창 피 뜨거운 나이인데. 그렇지만 묵묵히 역할을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제작진으로선 사실 자기 것 하면서 나서서 날아다니거나 말 많이 할 사람은 많다. 보이지 않게 프로그램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이런 건 옆에서 봐야 아는 부분이다.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니까. 사회생활과 똑같다. 그래서 형들이 호준이도 예뻐하는 거겠지."
'삼시세끼 고창편' 식구들. '삼시세끼 고창편'에 남주혁(오른쪽)이 새롭게 합류해 라인업을 꾸렸다. /CJ E&M 제공 |
- 새 멤버 남주혁은 초반 어리바리한 매력이 있던데 '눈치력'이 늘었나.
"주혁이는 눈치력이 상승 중이지만 아직 멀었다. 호준이가 조수 9급이라면 주혁이는 노란띠다. 호준이는 만재도에서 눈보라를 겪고 여름 풍파를 겪었다. 프로 조수지(웃음)."
- '삼시세끼' 시즌이 쌓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삼시세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삼시세끼'는 아무 메시지도 없다. 보통 프로그램마다 제작진이 의도하는 바가 있다. '삼시세끼'는 처음 만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특별히 어떤 의미를 보여주자는 게 아니었다. 기획할 때 그렸던 그림은 금요일 밤에 일주일이 끝났고 지쳐서 퇴근한 직장인이 침대에 앉아서 맥주 한 캔 갖다놓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인들은 웃는 걸 보는 것도 지칠 때가 있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저런 하루를 살았다면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기획하고 만든 거니까 의미는 없지만 편하게 볼 수 있다면 된 거다."
- 예능 프로그램으로 그런 의도를 담으려고 하는 시도가 새롭고 신선하다.
"이런 의도 자체가 (기획할)당시엔 도전이었다. 세밀하게 장치를 더 집어넣고 구성하고 무언가 쌓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능한 거리를 두려고 하고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것도 연출이라면 연출이다. 그렇게 하려는 제작진 의도가 명확하다. 이런 걸 누가 볼까, 심심하지 않을까 불안하고 고민했는데 예상외로 먹혔다. 확실히 현대인은 휴식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요즘은 쉬는 것도 돈이 드는데 방송을 보면서 쉰다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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