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스 더 트루스?'로 컴백한 FT아일랜드. 밴드 FT아일랜드는 지난 18일 정규 6집 '웨어스 더 트루스?'로 컴백했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10년 차 밴드 FT아일랜드의 '진짜 2집'이 가지는 의의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중학생 둘에 고등학생 셋으로 데뷔한 밴드가 10년이 지나 모든 멤버가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지금,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세상의 편견에 맞서겠다고 큰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진 밴드가 되기 위해 정규 6집 '웨어스 더 트루스?(Where's the truth?)'를 발매한 FT아일랜드를 만났다.
FT아일랜드는 대중적인 가수로 시작했다. 데뷔곡 '사랑앓이'로 그해의 신인상을 휩쓸었고, 꾸준히 대중적인 노래로 연차를 늘려갔다. '아이돌 밴드'라는 타이틀에 갇힌 이들을 보는 일부 시선은 곱지 못했다. 대중적인 노래는 이들이 인지도를 쌓을 수 있게 도와줬지만, 오해와 편견도 덤으로 쌓아줬다. 예를 들면 '이 친구들은 악기 연주를 못 할 거야'나 '밴드지만 노래를 쓸 줄은 모를 거야'와 같은 것들 말이다.
"주변이나 회사에서 '너희가 대중적인 음악을 해야 인기가 많아진다'고 조언을 해줬어요. 해보니까 별로더라고요.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밴드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편견과 오해 때문에 '진실을 찾아가자'는 콘셉트를 냈어요. 그런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입니다."(최민환)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갈 길을 가겠다". '웨어스 더 트루스?'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앨범이다. 사진은 기타리스트 최종훈(위)과 보컬 이홍기./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FT아일랜드는 지난해 정규 5집 '아이 윌'부터 전곡을 자신들의 노래로만 가득 채웠다. 이번 '웨어스 더 트루스?' 역시 타이틀곡부터 모든 트랙에 멤버들의 손맛이 담겨있었다.
이들의 밴드로서 터닝포인트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전곡 자작곡 앨범을 발매했을 때다. 이홍기는 "전곡 자작곡 앨범이라는 게 가수만의 역사를 만든 거다. FT아일랜드로 보면 작년부터 새로운 우리를 담은 셈"이라고 말했고, 최종훈은 '웨어스 더 트루스?'를 "FT아일랜드의 진짜 2집"이라고 표현했다.
앨범 구상 단계에서 최종훈과 나머지 네 멤버는 앨범의 음악적 방향과 콘셉트에서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최종훈은 '힘을 빼고 스무스하게 가자'고 주장했고, 다른 멤버들은 '작년에 이어 한 번 더 각인시키자'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한 번 더 각인하는 방향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있는 타이틀곡 '테이크 미 나우'는 강렬한 하드록이다. 결코 쉬운 장르가 아님에도 다시 한 번 하드록에 도전했다.
"우리가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해 한 번 더 이미지에 쐐기를 박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이미지가 생기면 앞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강했다가 스무스하게 바뀌면 '또 돌아왔네'라는 반응도 있을 거고, 우리의 새로운 면모를 봤던 사람들은 실망할 테고.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에 쐐기를 박으려고 했어요."(최종훈)
"이번 앨범은 FT아일랜드의 진짜 2집입니다". FT아일랜드는 지난해 발매한 정규 5집 '아이 윌'을 시작으로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우고 있다. 사진은 베이시스트 이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여전히 FT아일랜드를 아이돌 밴드로 보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홍기는 이러한 시선에 몇 년 전 '탈아이돌' 선언을 하기도 했다. 10년 차가 된 그는 아이돌 밴드로서 얻은 인지도를 부정하지 않았다. 또 아이돌 밴드를 바라보는 낮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 음악적으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아이돌 밴드예요'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FT아일랜드에게 '아이돌밴드'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준 건 지금의 회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다. FT아일랜드는 종종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가 하면, 이홍기는 SNS와 방송에서 대놓고 회사를 디스했다. 이들에게 FNC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회사에 할 말을 다했거든요. 자꾸 회사에서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도저히 제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떻게 해요. 그래서 회사에 '나는 이 회사에 꿈을 맡기러 온 거고, 회사는 내 꿈을 실현시키고 이득을 보기 위해 나를 부른 거다. 당신들은 내가 필요해서 뽑은 게 아니냐. 이건 내 꿈이 아니다'고 말했어요. 서로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회사가 필요했고, 회사는 제가 필요했어요. 서로 이야기하며 잘 맞추고 싶었는데 가끔 잘 안 된게 터진 거예요. 회사에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어요. 회사는 우리의 지원자고 지지자예요."(이홍기)
"동반 입대하고 전역하자마자 앨범을 낼 거예요".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FT아일랜드는 동반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은 기타리스트 송승현(위)과 드러머 최민환.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10대에 만난 소년들은 이제 군대에 대해서도 생각할 나이가 됐다. 조심스레 입대에 관련해 질문하자 최종훈은 "아직 좀 남았지만 동반 입대할 예정이다. 전역하자마자 다 같이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같이 안 가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한 명이 빠지면 밴드는 공연을 못 해요. 길게 가면 4년이라는 공백이 생기는데, 그 시간 동안 악기를 연주할 기회와 팬들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겠죠. 악기라는 게 계속 연주해야 늘기도 하고요.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손해가 클 것 같아요."(이재진)
이미 몇 차례 이야기했던 사안인지 FT아일랜드의 표정은 '당연함' 그 자체였다. 이홍기는 군대에 대해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다섯이서 가는 게 제일 멋있어요"라고.
"밴드로 태어나서 정말 좋아요". 중고등학생에 데뷔해 10년 차 밴드가 된 FT아일랜드는 50대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FT아일랜드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만드는 밴드로서 점점 더 자신감을 더해가고 있다. 자신감이 붙은 힘찬 발걸음 뒤에는 색깔이 담긴 발자국이 찍혀 있다. 연했던 발자국은 어느 순간 점점 더 진해졌고, 지금도 채도를 높혀가고 있다. 뚜렷한 FT아일랜드만의 색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밴드로 태어나서 정말 좋아요. 아무런 문제와 사고 없이 다섯끼리만 잘 뭉치면 오래갈 수 있는 보장도 있거든요. 저희는 50대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어요. 나이를 먹고 중후한 맛을 느껴보고 싶거든요.(웃음)"(최종훈 이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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