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사드 후폭풍', 중국발 '혐한류'를 경계한다
입력: 2016.07.15 08:00 / 수정: 2016.07.15 08:30

일본 한류 드라마 원조 겨울연가.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로 기록됐다. 배용준과 최지우는 겨울연가로 일본 내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겨울연가 일본 포스터
일본 한류 드라마 원조 '겨울연가'.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로 기록됐다. 배용준과 최지우는 '겨울연가'로 일본 내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겨울연가' 일본 포스터

일본서 발생했던 '반한류' 감정, 한 번이면 족하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과거 문호 개방에 있어 보수적이었던 한국은 외국 대중문화예술의 수입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적판 일본만화나 카세트 테이프를 가판대에서 사서 보고 듣고는 했습니다. 영화감독 이규형이 쓴 'JJ가 온다'라는 책이 1998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문화를 분석한 책이었죠.

일본 록그룹 X-Japan(엑스재팬)이 한국을 방문해 첫 콘서트를 가진 게 지난 2011년, 1985년 데뷔 후 27년 만이었습니다. 멤버 고(故) 히데와 타이지가 빠진 엑스재팬이었지만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매운 팬들은 "엑스"를 외쳤죠. 비록 공연 시간을 2시간이나 지연시켰지만요.

일본 문화 수입 제한은, 특유의 선정성, 폭력성 등 문화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펼친 정책이었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류(韓流)는 일본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인 K팝과 드라마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시발점은 2002년 '겨울연가'였습니다. 이듬해 일본에서 방영됐죠. NHK의 위성방송 BS2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인 NHK 종합으로 옮겨진 '겨울연가'는 배용준에게 '욘사마'(さま, 고귀한 신분에 붙이는 칭호), 최지우에게 '지우히메'(ひめ, 공주)라는 애칭을 얻게 한 작품입니다.

대륙보다 열도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지난 2012년 갑작스레 시들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독도를 방문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기도 했죠. 이후 일본에서 '혐한류' '반한류'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방송사들이 K드라마 수입 및 방송을 주저하기 시작했다고 한국 드라마 관계자들은 회상합니다. 또 이때쯤 "한국 드라마를 방영 전 사전 구매하는 것보다 방영 중인 드라마를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담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김수현이 동일?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이 시진핑과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내 별그대의 인기를 상상을 초월했다. / JTBC 방송 캡처
시진핑 주석과 김수현이 동일?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이 시진핑과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내 '별그대'의 인기를 상상을 초월했다. / JTBC 방송 캡처

그렇게 한류 바람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제는 중국"이라며 눈을 돌렸습니다.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무료 앱이 유행하면서 급물살을 타기도 했죠.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열이 매우 복잡하고 '꽌시'(관계)가 없으면 지상파 또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이 어렵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나 '투도우'가 판권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라 제약이 좀 덜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내 기획사, 제작사들이 자꾸 한국에 자리를 빼앗기는 일들이 빈번하자 단체로 들고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중국 당국은 해외 콘텐츠 유통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입니다. 미국이 적의 중단거리미사일을 격추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했죠. 지상 배치이동형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국방 모토'는 '자국 밖에서 방어한다'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발표한 '애치슨 라인'만 봐도 알 수 있죠. 한국과 일본에 주둔군을 배치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도 포함해서죠.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을 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미국 미사일방어국 홈페이지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을 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미국 미사일방어국 홈페이지

연예계는 이번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도 '혐한류 움직임'이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차이나머니' 유입으로, 중국이 투자한 콘텐츠의 수출은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가 위축되고 중국 진출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은 중요 수입국이고, 중국은 주요 수출국입니다. 대중은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미국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으며, 한국 배우들은 중국에서 국빈대우를 받습니다.

사드 배치를 두고 필자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국가적인 측면에서 필요성을 따져 결정할 문제이지요. 아직 중국에서 사드 배치로 인한 역풍은 불고 있지 않습니다만,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드라마 불매 운동이나 K팝 퇴출을 외칠지도 모르는 일이죠. 정치적 갈등으로 문화가 피해를 보는 모양새입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 반대. 가수 빅토리아, 차오루, 페이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가수들이 남중국해 판결에 대해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빅토리아 인스타그램, 차오루 웨이보 캡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 반대. 가수 빅토리아, 차오루, 페이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가수들이 남중국해 판결에 대해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빅토리아 인스타그램, 차오루 웨이보 캡처

이미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 팬들은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 출연 중인 소녀시대 윤아(27, 본명 임윤아)에게 SNS로 '中國一点都不能少(중국일점도불능소,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라는 글귀가 적힌 사진을 올리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려면 해당 사진을 올리라는 의미입니다.

중국과 남중국해로 엮여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 팬들은 "'우리는 윤아를 매우 사랑한다. 중국에 관해 포스팅하지 말아 달라. 그러면 우리는 매우 슬플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앞서 트와이스 쯔위(17, 周子瑜)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팬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쯔위는 대만 출신인데 말이죠.

아무쪼록 사드 배치로 인해 한류에 큰 악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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