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메가박스도 요금 평균 10% 인상, '독과점' 횡포 아닌가
입력: 2016.07.01 10:29 / 수정: 2016.07.01 18:05

프렌차이즈 커피 원가만큼 비싼 팝콘과 음료. CGV와 롯데시네마에 이어 메가박스까지 입장 요금을 10% 인상한 가운데 폭리를 취하는 멀티플렉스 내 팝콘과 음료 판매도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횡포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혁기 기자
프렌차이즈 커피 원가만큼 비싼 팝콘과 음료. CGV와 롯데시네마에 이어 메가박스까지 입장 요금을 10% 인상한 가운데 폭리를 취하는 멀티플렉스 내 팝콘과 음료 판매도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횡포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혁기 기자

독과점 멀티플렉스 업계의 일방적 요금 인상…소비자들은 '울며 지갑 열기'

[더팩트|권혁기 기자]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코미디언 출신 배우이자 감독인 심형래가 출연한 '우뢰매'였습니다. 집에서 보던 볼록한 금성 컬러 브라운관 TV와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스크린은 어린 필자를 압도했죠. '로버트 태권V' 김청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우뢰매'는 초등생들 사이에서 단골 '역할 놀이' 소재였습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또봇'이나 '터닝메카드'와 비슷한 인기였다고 할까요? 아무튼 당시 '우뢰매'는 동시 상영작으로 극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동시 상영'이란 영화 한 편 값으로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체제로, 관객 유치 수단으로 시작됐습니다.

요즘은 멀티플렉스가 보편화돼 있지만 그때만 해도 동네 영화관에 보고 싶은 영화가 들어오지 않으면 관람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단관'에 한 영화를 몇 주에 걸쳐 틀었으니까요. 지금은 디지털로 선명한 화질과 깨끗한 음질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자막은 화면 오른쪽에, 위에서 아래로 읽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가끔 자막 일부가 지워져 나온 기억도 있네요. 필름이 손상돼 스크린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복합상영관, 즉 멀티플렉스는 1970~1980년대 비디오가 등장하면서 관객을 빼앗긴 미국 극장들이 불황을 타개하고자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건물에 5개 이상의 상영관을 갖추고 다양한 영화들을 선정, 개봉하는 시스템이죠.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1호점은 1998년 설립된 CJ CGV 강변(당시명 강변11)입니다. 사족이지만 지금 동양 최대 규모 멀티플렉스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입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들이 생기면서 대중의 문화소비는 더욱 손쉬워졌습니다. 스크린 독과점, 교차상영 때문에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보고 싶은 작품을 볼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영화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독과점에 따른 횡포가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업계 1위 CGV, 2위 롯데시네마, 이어 메가박스가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요, 선두인 CGV를 시작으로 각 멀티플렉스들이 입장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먼저 CGV는 지난 3월 일반 상영관에 좌석별 차등제를 도입해 '프라임존'에 대해서 최대 1000원을 더 받고 있습니다. 지폐 한 장 덜 내려면 스크린과 가까운 좌석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목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롯데시네마가 다음 달인 4월 시간대별로 티켓값을 변동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프라임' 시간대에는 10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메가박스는 오는 4일부터 주말 피크 타임에 영화 관람 요금 1000원을 더 받기로 결정했다. /메가박스 제공
메가박스는 오는 4일부터 주말 피크 타임에 영화 관람 요금 1000원을 더 받기로 결정했다. /메가박스 제공

메가박스도 CGV, 롯데시네마와 행보를 같이 했습니다. 메가박스는 7월 4일부터 신규 요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말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심야 시간대 8000원 요금을 6000~9000원까지 다양하게 조정하고, 조조(11시 이전), 일반(11~23시), 심야(23시 이후)로 시간대를 단순화시켰습니다. 이전에는 조조의 범위를 '10시 이전 1회차'였지만 '11시 이전'으로 확대 시행해 2회차까지 조조 적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죠.

한마디로 말해 조삼모사(朝三暮四)입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1000원을 인상하면서 심야 시간대는 2000원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별로 차별을 두고 시행하기 때문에 어떤 곳은 그대로입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점에서 9000원을 받는다고 하면 메가박스의 이익은 더욱 커지겠지요.

'겨우 천원인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1만원에 1000원이면 10%입니다. 엄청난 인상이죠. 티켓값 외에 영화관 팝콘값도 문제가 많습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영화관 팝콘과 콜라 가격은 각각 원가의 8배, 3배라고 합니다. 팝콘 원가는 613원 정도지만, 요즘 팝콘과 음료수 세트 가격은 8500원에서 1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프로모션으로 캐릭터가 포함된 세트의 경우 더욱 비싸집니다.

과거 각종 미디어가 팝콘값에 대해 지적하면 "티켓값은 고정 비용이지만 팝콘은 선택 사항이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팝콘이 비싸다고 느끼면 사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인데, 기왕이면 밖에서 음식을 사서 들고 들어가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극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팝콘 주문했을 때 "달콤한 맛 괜찮으세요?"(기본 맛 외에는 다 500원 비싸죠.) "500원만 추가 하시면 '라지'로 변경 가능하신데 괜찮으세요?" 묻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레귤러'도 다 못 먹고 남길 때가 많습니다.

각 멀티플렉스 측은 요금 인상을 할 때 "서비스 질 향상과 영화관 환경 개선, 고객 관람환경을 고려한 탄력적인 요금 조정"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요금 인상으로 어떤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실질적 서비스 개선을 했는지 발표를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관객 편의를 위해 시간대별 요금을 세분화했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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