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비밀은 없다' 손예진 "몰입하다 보니 미쳐갔던 것 같다"
입력: 2016.06.21 05:00 / 수정: 2016.06.20 22:27

배우 손예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비밀은 없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집착과 광기에 찬 엄마 연홍을 열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손예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비밀은 없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집착과 광기에 찬 엄마 연홍을 열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집착과 광기, 어디까지나 연홍의 표현"

[더팩트|권혁기 기자] 누군가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사랑하니까 집착하고, 그 집착이 광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영화 '미저리'나 '올가미'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순의 아이콘'이자 대명사인 배우 손예진(34, 본명 손언진)이 집착과 광기의 사랑을 연기했다. 바로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 제작 영화사 거미·필름트레인)에서다.

데뷔 17년 만에 스스로 "청순하다는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밝힌 손예진을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손예진에게 '집착' '광기'는 전혀 딴 세상의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본 입장에서 그의 연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서 중학생 딸을 잃어버린 엄마 연홍 역을 맡았다. 단순 가출로 치부해버리는 경상도 가상 신도시 유력 국회의원 후보인 남편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선거 캠프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딸 민진(신지훈 분)의 실종 사건을 홀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손예진은 조사하면 할수록 피가 거꾸로 솟는 연홍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손예진이 연기한 엄마는? 배우 손예진은 딸을 잃어버린 연홍을 연기하면서 어떤 작품도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이 연기한 엄마는? 배우 손예진은 딸을 잃어버린 연홍을 연기하면서 어떤 작품도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영화화될까 궁금했죠. 시나리오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촬영을 하면서도 편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 있었어요. 음악도 되게 중요했고요. 어떤 그림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보고 나니 특별한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비밀은 없다' 소재 자체는 생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손예진은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에 주목했다. 손예진은 "모성 이야기지만 사랑을 다른 식으로 얘기하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연홍의 모든 행동에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며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입장에서 갑자기 화가 났다가 차분해지면서도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더욱 그럴 것이다. 기존 작품들과 캐릭터 분석 자체가 달랐던 것 같다. 결국 연홍이 이상하다는 지점에서 아이에 대한 사랑을 느끼길 바랐다. 사랑이라는 게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될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실을 알아가면서 이성적이지 못해 집착과 광기로 보여지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연홍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항상 충혈된 눈으로 연기에 임했던 손예진. 그만큼 집중한 손예진은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어느 순간 몰입하면서 저도 미쳐갔던 것 같아요 연홍이 자해를 하면서까지 비밀에 다가서려고 하고, 미친 듯 딸 아이 메일 비밀번호를 풀어내고 했을 때,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막상 연홍에 빠져 연기를 하다보니 더한 것도 하겠다 싶었죠.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모습에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었지만 분명 연홍같은 엄마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아요."

손예진은 이경미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화장, 의상 등으로 연홍의 심리를 표현했다. 머리를 넘겨 빗거나,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식으로 관객이 시각적으로 연홍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화려한 옷을, 정신이 없을 때는 아무렇게나 입고 위에 코트를 걸치는 등 미스매치로 관객이 느끼게 만든, 계산된 연출이었다.

몰입하면서 저도 미쳐갔어요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연홍 역을 맡은 손예진은 몰입하면서 스스로 광기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몰입하면서 저도 미쳐갔어요"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연홍 역을 맡은 손예진은 몰입하면서 스스로 광기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순의 대명사'에서 이토록 서스펜스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결심은 무엇일까?

"드라마로 데뷔했는데 기사에서 '청순하다'라는 표현이 나왔어요. 저는 제가 청순한지 몰랐죠.(웃음) 나랑 상관이 없는 얘기인데 이미지라는 게 만들어지는 편이잖아요? 역할로 보여지는 셈이죠. 사실 2000년 초반에는 거의 모든 여배우들이 청순한 이미지였죠. 대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청순녀'가 나왔고요. 제가 선택한 작품들에 '청순' 이미지가 강렬했나봐요. 그때는 '마녀적인 연기'를 해보고도 싶었어요. 삶의 아픔을 가진 캐릭터도요. '클래식'이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청순 이미지를 극대화시키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 순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지면서 제가 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찾게 됐죠. 그런거죠. '언젠가 손예진이 했던 캐릭터 아냐?'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업의 정석'에 출연했죠."

이번 집착과 광기의 엄마 연기를 위해 어떤 작품도 참고하지 않았다는 손예진. 그는 "기존 영화에서 뭔가를 연상하려고 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추천해준 '영향 아래 있는 여자'도 보지 않았다.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 작품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 연홍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배우 손예진이 최선을 다해 연기한, 집착과 광기의 엄마 연홍은 23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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