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헤드윅: 뉴 메이크업' 연출이 밝힌 '5인 5색 헤드윅 슈미츠'②
입력: 2016.05.29 05:00 / 수정: 2016.05.29 04:52
헤드윅: 뉴 메이크업 다섯 명의 헤드윅 이야기.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을 기획한 손지은 연출이 출연진 다섯 배우와 그들의 헤드윅을 이야기했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 다섯 명의 헤드윅 이야기.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을 기획한 손지은 연출이 출연진 다섯 배우와 그들의 헤드윅을 이야기했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 '조·뽀·윤·문·변'드윅 언니들의 뒷이야기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한 번 본 사람도 많지만 또 보는 사람, 일명 '회전문 관객'(재관람 관객을 일컫는 말)을 양산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1998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오랜 전통을 지녔고, 국내 관객과도 벌써 11년을 함께 하면서 널리 명성을 알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발길을 잡는 중독성,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은 볼 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남기는 그 또는 그녀 헤드윅에 있다.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의 '원 나이트 온리'(One Night Only) 한정판 공연 콘셉트로 진행된다. '헤드윅' 무대에는 헤드윅과 이츠학, 앵그리인치 밴드가 오르지만 이야기는 '전지적 헤드윅 시점'으로 펼쳐진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하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람에 상처받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다 보면 인터미션 없는 130분도 훌쩍 지나간다.

특히 헤드윅의 1인극에 가까운 만큼 그 역을 맡은 배우의 색깔에 따라 공연 자체가 새로워질 수 있다. 같은 배우의 '헤드윅'이라도 즉석 애드리브나 이야기를 이끄는 분위기, 넘버 소화력에 따라 매회 느낌이 달라진다. 공연 초반에서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구성과 내용이 다듬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깨알 같은' 변화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헤드윅: 뉴 메이크업으로 돌아온 언니들. 배우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위부터)이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의 얼굴이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으로 돌아온 언니들. 배우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위부터)이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의 얼굴이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윤도현 변요한 등 화려한 라인업을 꾸려 공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기승전결 흐름의 틀은 있지만 캐릭터에 배우 성향이 반영되다 보니 5명의 배우는 저마다 다른 헤드윅을 그린다.

<더팩트>는 최근 '5인 5색' 헤드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헤드윅: 뉴 메이크업' 연출가 손지은(32) 감독을 만났다. 그로부터 무대에 오르기 전 헤드윅들과 머리를 싸맸던 고민과 노력, 이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헤드윅은 누구인지 살짝 들어봤다. 물론 관객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헤드윅이 정답이라는 것이 전제다.

"'헤드윅'은 배우 성향 그 자체가 드러나는 뮤지컬이다. 일단 배우들의 스타일을 알고 그들 역시 나를 아니까 리듬 맞추기 편했다. 믿음을 주는 배우들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려고 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새로운 느낌이다 보니까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작업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고마운 부분이다.

드라마가 다른 건 아니다. 그런데 공연 자체가 특이한 게 정해진 형식대로 해야하는 게 아니다. 헤드윅이 '내 인생은 이랬어'라고 관객한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공연하든 그게 재미만 있다면 'OK'다."

헤드윅의 장인 조승우. 조승우는 지난 2005년부터 헤드윅 그 자체가 된 장인으로 불린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의 장인' 조승우. 조승우는 지난 2005년부터 헤드윅 그 자체가 된 '장인'으로 불린다. /쇼노트 제공

먼저 조승우는 지난 2005년 '헤드윅' 초연부터 지난해 10주년까지 다섯 번의 시즌을 거친 '헤드윅의 장인'이다. 별명은 성을 딴 '조드윅'. 오랜 경험을 토대로 자유로우면서 그만의 전형적이지 않지만 정통성 있는 헤드윅을 확실하게 구축한다. 관록이 묻어나는 여유 덕분에 관객도 그에게 마음을 맡기고 경청할 수 있다.

"조승우는 공연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느낌이다. 평소에도 유쾌한 사람이다. 조승우가 자유분방한 사람이라서 '조드윅'도 자유롭다.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은 제일 밝은 헤드윅이다. 진지하고 서정적인 연기도 잘하지만 욕도 잘하고 관객에게 잔소리도 하고 이츠학을 구박하고 몸싸움도 한다.

다른 네 배우와 가장 다른 형식의 대본을 갖고 있다. '조드윅'은 초연부터 해왔으니까 그것들을 다 해체해서 '이 부분을 여기에 넣어볼까, 빼볼까'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른 배우들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헤드윅은 조승우 피부의 한 부분이 됐다."

뽀드윅 연기력+미모 완성체. 조정석은 뮤지컬 무대로 돌아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역대급 미모를 자랑했다. /쇼노트 제공
'뽀드윅' 연기력+미모 완성체. 조정석은 뮤지컬 무대로 돌아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역대급 미모를 자랑했다. /쇼노트 제공

조정석 역시 지난 2011년 '헤드윅'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주인공이다. '뮤지컬계의 아이돌'로 떠올랐던 그가 '뽀드윅'(뽀얀 피부 때문에 얻은 별명)으로 무대에 컴백하면서 폭발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는 탄탄한 연기력에 앞서 헤드윅으로서 쌓았던 내공까지 더해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유머러스한 대사로 웃음을 터지게 하다가도 한 순간에 눈물을 쏟게 하는 몰입력을 이끌어낸다. 우느니 웃는 걸 선택한 헤드윅 그 자체다.

'헤드윅' 넘버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음색과 가창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여신도 울고 갈 미모를 완성하며 관객의 눈에 아른거린다. 애드리브 같지만 '회전문'을 돌수록 애드리브가 아닌 대본이라는 것을 알아챌 때 신선한 충격도 안긴다.

"'뽀드윅'은 배우들 중 가장 애드리브 없이 딱 정해진 것만 한다. 심지어 매회 러닝타임도 똑같이 나온다. 그 안에서도 관객을 쥐락펴락 잘한다. 관객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가 있으니 그걸 지키려는 계산이 철저히 돼 있는 것 같다. 정말 좋은 배우다. 헤드윅에 공감하고 관객과 호흡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정말 예쁘다. 분장실에서 분장하는 걸 보면서 항상 '아, 진짜 예쁘다'는 말이 나온다."

정문성, 사랑을 품은 헤드윅. 정문성의 문드윅은 많은 고민을 거쳤으며 사랑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쇼노트 제공
정문성, 사랑을 품은 헤드윅. 정문성의 '문드윅'은 많은 고민을 거쳤으며 사랑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쇼노트 제공

정문성은 '헤드윅: 뉴 메이크업' 부제처럼 이번 시즌 새로운 얼굴이다. 손지은 감독과는 뮤지컬 '트라이앵글'(2013년)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정문성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날씬한 몸매로 헤드윅의 여성미를 더한다. 정문성표 헤드윅 '문드윅'만의 폭넓은 감정 연기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정문성에겐 '헤드윅'이 하고 싶어 했던 작품이지만 '뉴 메이크업' 부제에 맞게 정말 새로운 얼굴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고민을 제일 많이 한 배우다.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배우마다 그만의 '헤드윅' 대사가 기재된 대본이 있다. 시작은 하나였으나 다섯 개 대본이 만들어지는 거지. 배우들이 정리하는 시간(테이블 작업)이 필요하다. 경험 있는 배우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헤드윅이 분명하게 있지만 새로운 배우들의 경우 어떤 헤드윅을 연기할 것인지 공들여 고민한다. 정문성은 테이블 작업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문드윅'은 공연하면서 살이 더 빠졌다. 그가 무대에 처음 신고 나오는 부츠는 여자 스태프 중에서도 맞는 사람이 없더라. 준비 초반에 '그대 몸이 제일 가녀리니 보여주자'고 요구했다. 정말 여성미의 끝을 보여주고자 했다. '노출할까, 전신 슈트를 입어볼까' 여러 의견을 냈다. 그러다가 뒤태를 보여주기로 했다(웃음).

'문드윅'은 사랑 그 자체다. 사랑이 제일 중요한,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갈구하고 원하고, 사랑받아야 하고, 사랑해야 하는 헤드윅. 앵그리인치에 대한 마음도 크다. 그들을 두고 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는 거지. '다 떨치고 내 길을 가련다'는 마음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런 나를 지켜줬던 사람들'이라며 발을 쉽게 떨어뜨리지 못하는 게 '문드윅'이다."

변요한, 매너리즘까지 타파한 변드윅. 변요한은 기존 헤드윅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넘어서는 신선한 매력을 갖췄다. /쇼노트 제공
변요한, 매너리즘까지 타파한 '변드윅'. 변요한은 기존 '헤드윅'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넘어서는 신선한 매력을 갖췄다. /쇼노트 제공

변요한도 정문성과 함께 '헤드윅: 뉴 메이크업'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다. SBS '육룡이 나르샤' 촬영을 마치자마자 빡빡한 일정에도 헤드윅으로 변신을 시도할 만큼 극에 대한 애정이 크다. 개성 있는 연기로 인상을 심었던 그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변드윅'(변요한의 성을 따서 부르는 말)은 예측 불가능하다. 처음 연습하는 걸 봤을 때 모든 사람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아니다. 상상 금지'라고 했다. 여태까지 거쳐온 헤드윅과는 다르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생각하지 못한 게 튀어나오는 헤드윅이다.

연출가로서 '변드윅'을 보고 '헤드윅'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헤드윅이 아니라 '변드윅'처럼 해석하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재밌더라."

윤도현, 믿고 듣는 목소리. 윤도현은 인정받은 가창력을 헤드윅 드라마에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쇼노트 제공
윤도현, 믿고 듣는 목소리. 윤도현은 인정받은 가창력을 '헤드윅' 드라마에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쇼노트 제공

윤도현은 지난 2010년 헤드윅 옷을 입었던 적이 있지만 손지은 감독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다. '윤드윅'은 넘버를 소화할 때 '록의 신' YB로서 위엄을 뽐낸다. 그만의 힘이 넘치는 목소리와 드라마 전달력이 어우러져 귀가 호강하는 공연을 만든다.

"'윤드윅'은 제일 착한 헤드윅인데 무서워 보인다. 말도 예쁘게 하고 욕도 안 하고 가장 부드러운 언어를 선택하지만 카리스마는 강하다. '윤드윅' 단골 멘트 중 하나가 '괜찮아, 난 관객한테 못되게 안 해, 해치지 않아'라는 말이다(웃음).

기본적으로 장착된 카리스마에 노래가 주는 힘이 정말 좋다. 노래를 기교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윤드윅'은 드라마를 전달하면서도 그냥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이 노래로 뭘 말하고 싶은지 확실히 전달한다. 굉장한 강점이다. 언변도 뛰어나다. 윤도현이 관객과 소통도 즐거워하더라.

윤도현과 목표를 삼은 게 그냥 윤도현이 아니라 '윤도현이 하는 헤드윅'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습 초반에 윤도현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리기 위해서 계속 톤을 찾고 말투도 바꾸려고 노력했다. 대사 한 마디를 정말 수십 가지의 언어로 연습하고 어떤 게 더 좋고 어울리는지 하나하나 찾아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그런 이야긴 하지 않고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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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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