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에 출연한 이서진. 그는 이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다. /남윤호 기자 |
이서진, 두 번째 인생작 '결혼계약'을 만나다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오랜만이었다. 배우 이서진의 절절한 멜로 연기를 본 것이. MBC '결혼계약'에서 그는 사랑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남자 한지훈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가족과 결혼에 대해 냉담하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만나 변화하는 캐릭터는 흔하디 흔한 것이었지만, 이서진은 이를 그만의 매력으로 표현해 한지훈이라는 인물 자체가 사랑받을 수 있게 했다.
tvN '삼시세끼' 속 투덜이 캐릭터로 사랑받은지 얼마 안 된 시점, 이서진은 정통 멜로드라마 '결혼계약'을 택했다. 몰입이 되지 않을 것이라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그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한지훈에게 녹아들었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연기하는 이서진에 천천히 적응했다.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몰입에 방해도 되지 않았다. 배우 이서진의 저력이었다. 그 역시 '결혼계약'에 출연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 즐겁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인생작'을 탄생시킨 이서진을 최근 <더팩트>가 만났다.
최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한 이서진. 그는 모든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했다. /남윤호 기자 |
사실 '결혼계약'은 기대작이 아니었다. 사극 '옥중화' 편성이 지연되면서 급하게 편성된 '땜빵 드라마'였다. 그저 한 시즌을 잘 넘겨주면 고마운 정도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땜빵작'이 반전을 보여줄 줄이야. '결혼계약'은 첫 회부터 10%대 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방송 내내 20% 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자랑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돼 체감 인기는 더 높았다. 이서진 역시 이 인기를 느꼈을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슬픈 멜로를 했어요. 이 시기에 이런 드라마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저한테 '결혼계약' 섭외가 들어온 거죠. 시청률도 잘 나오고 반응도 좋아서 기분 좋았어요.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최근에 한 드라마 가운데에서는 연락이 제일 많이 오더라고요. 물론 이 드라마가 '땜빵 드라마'라는 건 몰랐어요. '땜빵'이어도 저한테 그렇게 말했겠어요.(웃음)"
이서진이 '결혼계약'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그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남윤호 기자 |
이서진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제작진에 대한 신뢰였다. 뻔한 멜로가 될 것 같아 망설이는 그가 마음을 돌린 건 작가와 PD의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신경 써주는 제작진에 감동한 그는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다.
"초반에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더니 PD가 작가를 직접 만나보면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래 글을 쓰신 분에게 제가 '이렇게 써봐라 저렇게 써봐라'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잖아요.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작가님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만났는데 너무 착한 분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3일 만에 캐릭터를 수정해주시더라고요. 그 순간 너무 감동해서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했죠. 앞으로는 아무 이야기도 안 할 테니까 알아서 쓰시라고. 김진민 PD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잘할 것 같았고요."
"'결혼계약'이 '삼시세끼'를 하고난 후 첫 드라마예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해서 갑자기 변하기 보다는 '삼시세끼'와 비슷하게 시작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가 천천히 드라마에 녹아들게 했어요. 작가와 PD도 좋아했죠."
'결혼계약'에서 유이와 연기 호흡을 맞춘 이서진. 그는 유이의 열정을 칭찬했다. /남윤호 기자 |
이서진은 '결혼계약'에서 유이와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17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로맨틱한 '케미'를 보여주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는 유이가 밝고 씩씩하게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유이와 멜로 연기를 편하게 했다고 말해 그 이유를 궁금하게 했다.
"PD가 유이를 캐스팅하면서 자신 있다고 하길래 저도 오케이 했죠. 제가 캐스팅까지 관여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처음 만났는데 밝고 씩씩하더라고요. 감독도 센 사람인데 얘기를 잘하길래 버티겠구나 싶었죠. 운동을 해서 그런지 체력도 좋고 아프지가 않아요. '못하겠어요' 할 수도 있는데 끝까지 너무 잘해주니까 감독도 신이 나서 연기를 요구하고 그랬죠. 유이 연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유이와 나이 차이가 있으니 편하게 연기를 했어요. (상대방이) 나이가 있으면 그도 생각하는 게 있고 저도 조심스러웠겠죠. 유이는 절 믿고 따라와줬어요. 그때는 연애하는 걸 몰랐죠. 알고 있었으면 신경이 쓰였을 거예요.(웃음) 멜로 상대는 제가 싱글로 알고 있는 사람과 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결혼계약'의 엔딩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 이서진.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남윤호 기자 |
두 사람의 호연과 눈물짓게 하는 이야기, 섬세한 연출력이 어우러진 '결혼계약'은 수작으로 남았다. 특히 시한부에 걸린 강혜수(유이 분)를 향한 한지훈의 절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극 속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간절히 원했다. 실제 드라마는 강혜수의 죽음을 보여주지 않은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이서진이 이 결말에 만족할까.
"엔딩은 제 생각보다 더 훌륭했어요. 아름답고 눈물도 나고…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극에서 유이는 죽었다고 생각해요. 죽는 게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맛도 못 느끼고 눈도 안 보이는 게 안 좋은 상황으로 가는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만 죽음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건 맞다고 봐요. 그렇게 할 거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야 하니까요."
이서진은 '결혼계약'으로 또 한 번 배우로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욕심 많은 배우인 그가 다음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작품은 무엇일까.
"전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편이에요. 특성 있는 장르를 하는 게 좋아요. 예전에 한 '혼'이 그런 작품이었고요. 10년 전 '프리즈'라는 드라마에서 뱀파이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게 정말 색다르고 좋았어요. 요즘엔 장르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데 저도 그런 걸 한 번 해보고 싶어요."